[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19)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10-13 [제394호, 4면]
어느날 종지기 아저씨도 성당 안에 있는 말체리노를 발견하였읍니다.
『말체리노! 여기서 무얼하고 있니』하고 이상하다는 얼굴을 했읍니다.
그 후에도 말체리노는 종종 다락방에 올라갔읍니다.
여러가지 음식을 가져다 날랐읍니다. 우유라든가 건포도라든가 검은 떡조각이라든가 땅바닥에 떨어져서 조금 흙이 묻은 물고기같은 것도. 그러나 예수님은 무엇이든지 즐거히 잡수시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여간 좋아하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대개는 떡과 포도주였읍니다. 말체리노는 떡과 포도주를 가장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읍니다. 그것은 다락방 옆 곡식광 안에는 대여섯병의 포도주가 있었고 말체리노는 그것을 열 줄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 포도주를 아주 좋아하십니다. 그러던 어느날 예수님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오늘부터 아가 네 이름을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라고 부르자』고 말씀하셨읍니다.
말체리노는 이 이름이 썩 마음에 들었읍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옛날 승천하실 때 여러 사람에게 『이제부터는 언제든지 나는 떡과 포도주가 되어 너희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미사 때 신부들이 먹는 제대의 떡과 포도주 그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셨읍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말체리노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라고 불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읍니다.
하루는 모두 모여 식사하는 중에 말체리노는 큰 소리로 『난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야!』라고 해서 모두들 일제히 말체리노 쪽을 보고 웃기도 하고 이상한 얼굴을 지었읍니다.
수도원 사람들은 원장님일지라도 식사 때 이야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은 조금 노한 것처럼 무서운 얼굴을 했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벌벌 떨었읍니다.
원장님은 말체리노르르 쳐다보기만 해도 뱃속에 감추어둔 것 까지도 죄다 알아내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말체리노는 여전히 다락방에 먹을 것을 갖다 나르고 나쁜짓인지 어떤지도 생각하지 않고 약속한 담요도 갖다 들였읍니다.
이젠 모찌도나 염소도 상대하지 않고 벌레나 개구리를 잡으러 가지도 않았읍니다.
물이 들어 있는 개구리의 병이나 공기구멍이 뚫린 벌레통도 팽개쳐 둔 채 아랑곳하지 않았읍니다.
말체리노는 언제든지 무엇인가 골돌히 생각하고 슬픈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사님들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읍니다.
가만히 주의해서 보니까 말체리노의 머리 속은 무엇인지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고 미누엘조차 잊어버린 것 같고 벌써 일주일 넘어 염소나 모찌도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죽수사님과도 장난을 걸지 않고 병수사한테도 안 갑니다.
원장님도 말체리노의 일이 걱정이 되어 여럿이 의논하고자 하였는데 마침 그 무렵 부엌에서도 매일처럼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