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理(진리)와 權力(권력)
知性人, 재자리 찾아야
발행일1963-10-13 [제394호, 4면]
『아는 것이 힘이다.』 이 말은 제법 훌륭한 말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 즉 지식(知識)이라는 것이 「힘」과 다시 말하면 위력(威力)이나 권력(勸力)과 직결된다는 것은 반성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원자비밀(原子秘密)을 안다거나 전시에 적의 작전비밀을 미리 안다는 것은 확실히 「힘」이 되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지식이라는 것이 권력을 뜻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근대 초기의 프란씨스베이콘으로부터 시작된 말이라고 하는데 이 짧은 말로써 근대인의 지식에 대한 태도와 세계관(世界觀)이 간결하게 표명된 것이라고 본다.
자연계를 탐구하는 몇 가지 확실한 방법이 발견되면서부터 인간들의 모든 관심은 자연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자연과학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학문처럼 여기게 되었으며 따라서 자연에 대한 학문이 급진전하여 마침내 과학만능주의까지 생각하게 되고 기계와 기술문명의 절정에 이르게 되는 것이 근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경로(徑路)라고 한다면 이러한 시대에 있어서의 지식이라는 것은 사실상 하나의 위력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이 위력은 권력에로 발전하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은 자연을 연구하고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연을 개발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이것을 가지고 자연계를 「정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인지(人智)가 더욱 발달하면 우주의 모든 문제를 단독으로 좌우할 수 있으리라고 과신한데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위치를 오인하고 지식을 공리적으로만 생각하는데 현대의 모든 혼란과 비극의 근원이 있는 것이다.
지능(知能)의 우수(優秀)한 것으로만 따진다면 인간의 지능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순수영(純粹靈)으로 되어있는 마귀(魔鬼)의 지능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악마의 지능과 천신(天神)의 지능의 차이가 어디 있는 것인가를 반성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인간은 본래부터 알기를 원한다』는 지식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는 지식을 수단으로 써서 어떠한 이득을 구하기 보다는 「진리(眞理)」를 알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후의 진리는 어떠한 것의 수단으로 떨어질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그 자체가 목적 이미 「사랑」의 대상인 것이다. 이 질서를 배반하고 진리를 도둑질한 것이 악마의 지능이 아닌가 한다. 진리가 마귀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것은 이미 진리가 아니고 무서운 마력, 위력, 권력으로 변한다.
현대인들은 진리를 싫어한다. 혹은 비라도처럼 『네가 말하는 진리란 무엇이냐』하고 냉소한다. 그들은 진리보다는 「힘」을 구한다. 지식은 권력욕(權力慾)의 수단으로 변해버렸다.
한걸음 더 나가 권력은 정의(正義)와 통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강력한 자의 발언이 그대로 진리가 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한다면 지식인들이 누구보다도 강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대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가장 무력하고 유약(柔弱)한 것은 지성인(知性人)이라는 말을 듣게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지성인은 어느 점에 있어서 고귀한 존재로서 존경도 받기는 하나 그것은 타면에 있어서 허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되어있다. 그것은 하나의 사치품같은 위치밖에는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진리의 편에 서지 않는 지성인이기 때문에 결국은 권력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들은 권력의 수단으로 스스로 타락하고 만다.
현대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우수한 두뇌들이 여러가지 형태의 권력의 괴뢰가 되어있는가는 누구나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진리를 회피하고 진리를 냉소하는 현대인들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진리와 권력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진리는 어떠한 것의 수단도 될 수 없는 까닭이다. 모든 것은 진리를 위해서 있는 것이며 만인은 진리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권력에 마비된 간악(奸惡)한 지성은 이러한 진리에 무릎을 꿇고 그에 봉사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그다지도 안타깝게 희구하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여하한 형태의 권력이든간에 권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고 진리에서 오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야 하겠다. 『진리는 너의를 자유롭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