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20)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10-20 [제395호, 4면]
원장수사님은 말체리노의 일이 걱정이 되어 견딜 수 없었읍니다. 병수사님은 말체리노가 도무지 병문안을 오지 않으니 웬일일까 하고 걱정했읍니다. 이제는 염소까지 견딜 수 없어졌읍니다.
어느날 갑자기 모찌도가 죽어버렸읍니다.
말체리노는 눈물도 흘리지 않고 수사님들이 시키는대로 야채밭 모퉁이에다 묻었읍니다. 문지기 수사님에 대해서도 영세수사님에 대해서도 이제는 별명이 아니고 진짜 이름을 부르게 되었읍니다.
생전 처음으로 종치기 아저씨의 성당일을 거들어 주었읍니다.
사람 좋은 부엌수사님은 날마다 열두 수사님과 말체리노와 이렇게 열세사람의 요리를 만드는데 언제든지 한 사람 것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아주 골치를 앓고 있읍니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머리가 어떻게 되지나 않았나 생각했읍니다.
다른 수사님들도 말체리노가 달라졌다고 알아채리자 어쩐지 수도원 안이 어두워진 것 같았읍니다.
원장님은 마침내 참을 수가 없어서 어느날 지루수사님에게 겨울도 가까와 왔기 때문에 동리에 내려가서 공부할 책을 사오라고 이르시고는 말체리노와 함께 밖에 내이보내 놓고는 모든 사람을 불러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씀하시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기로 했읍니다.
영세 수사 『나는 요즘 말체리노가 이상하게 까다로와지고 어른같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직이 수사 『나는 그전처럼 장난도 치지 않고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종치기 수사 『나는 이즘 말체리노가 훌륭하게 신심이 깊어졌다고 생각됩니다.』
원장님 『여하튼 말체리노는 전과는 다른 아이가 되었읍니다.』
지루 수사 『그리고 보니까 이즘 말체리노의 벌레상자도 유리병도 모두 비어있읍니다.』
비오 수사 『얼마 전에 말체리노가 돌층대 앞에서 기구하고 있는 것을 보았읍니다.』
이 비오 수사님은 말체리노를 맡아 기루다시피 하는 말체리노와는 아주 의가 좋은 수사님입니다.
원장수사님은 비오 수사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읍니다.
『뭐라구! 비오수사, 그 애가 기구를 하고 있었다구요』
비오 수사 『아니 기구하고는 다릅니다. 예수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읍니다. 마치 마주앉아 있는 것처럼』 그러면서 드리워진 허리띠를 들어올려 만지작 거리면서 『나쁜 짓인지는 모르겠읍니다만 나는 나무 그늘 밑에 숨어서 보고 있었읍니다. 말체리노는 이런 말을 하고 있드군요. 「그렇죠 예수님, 이젠 이런 가시관같은 것 쓰고 있으면 싫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부서버릴테야!」 이런 말을 하고 있었읍니다』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모두 물을 끼얹듯 조용해졌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