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13) 남을 돕는데도
돈 귀한 미국이라니?
구호품 한가지도 금싸라기 같은 것
발행일1964-05-10 [제422호, 3면]
눈이 펑펑 내리는 길거리에 대형 「츄럭」이 지나간다.
그 「츄럭」 위에는 두명의 인부가 삽으로 무엇인가를 퍼 눈이 잔뜩 쌓인 눈위에 내던진다.
『아니 눈길위에 무엇을 저렇게 내버립니까. 미끄러지지 말라고 모래를 뿌리는 것인가요』
나는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동행하던 분은 껄껄 웃었다.
『건 소금이랍니다. 우리나라 김장때 쓰는 호렴이죠. 저걸 눈위에 뿌려놓고 눈을 쓸어낸답니다.』
『아니 눈이 자꾸 내리는데 저런 조치를 해 뭣해요 아무리 돈이 많고 물질이 썩어나는 나라라 해도, 건 너무 심한데요』
『눈이 그친 다음에 길거리를 깨끗이 치운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언제 그칠지도 모를 눈인데.
그것보다 눈이 자꾸 내리고 있는 중이라고 해서 눈청소를 안하면 그동안 차가 안다녀야 말이죠』
이곳저곳서 소금을 뿌리고 그뒤를 이어 줄곳 「부르도자」가 눈을 말씀히 거두어 들이는 것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싸우는 기계물질 문명의 모습이 가관이었다.
「미네아폴리스」에 갔을 때 본 일이지만 어느 「스키」장엘 갔다. 눈이 별로 오질 않아 여기저기 띠엄띠엄 잔설이 눈에 띌 정도의 때였는데도 「스키」장 광고가 요란해갔었다.
『눈도 없는데 어떻게 「스키」장을 개장한 것일까?』
물론 응달진 산등성이기도 했지만 「스키」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담뿍 쌓여있다.
『그래도 참 이상한데 「스키」장만 눈이 담뿍 쌓였지, 바로 그 「스키」장 이웃은 눈이 없으니 어찌된 것일가』
나의 회의는 안내원의 이야기로 곧 풀릴수가 있었다. 눈을 만드는 기계가 있었다. 하늘을 향해 기상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장치가 눈에 띄었다.
『저것으로 눈을 만듭답니다.』
인공강설(人工降雪)을 시키는 것이엇다.
자연과 싸우기도 하고 자연의 질서 속에 기계문명이 끼어들기도 하는 미국의 물질문명에 감탄하기도 했다. 확실히 미국은 부(富)의 나라다. 물질이 풍부한 나라다.
돈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돈에 인색할 수도 있는 미국인이다. 「돈」만능의 나라인 반면에 「돈」의 귀한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도 있는 나라인 것이다.
길거리에 소금을 마구 뿌려댈 수 있는 부(富)의 과시가 있는 반면에 아무한테나 함부로 까닭없이 「부」를 낭비하지 않는 일면도 있다.
부자나라가 돼서 약소국가를 잘 원조할 수도 있는 나라다.
그리고 미국사람들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위해 잘 돕기도 한다.
교회안에도 여러가지 종류의 「클럽」이 있다. 하지만 가난한 단체나 가난한 전교지구에서 원조를 청했다고 덮어놓고 『허참 사정이 딱하시군요』하고 선뜻 돈이나 원조품을 내주는 경우란 드물다. 사무적으로 확실한 기본자료와 소정의 양식에 의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형식적인데 있는 것이 아니고 이들이 원조금이나 구호품을 모으기 위해서는 얼마나 주최측에서 남다른 고생을 하는지 모른다. 돈이 많은 나라지만 돈이 귀한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돈을 모으는 경우(성당에서 연보금 걷는 방법말고) 대개는 「바자회」를 갖는다든지 「빙고」 등의 놀음을 통해 모인 교우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장만해주어야 한다. 무엇인가를 노력으로 제시를 하고 돈을 모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얼마씩을 걷는다고 하니 평균 한사람 앞에 1 「달라」 정도의 헌금을 받는다.
1천 「달라」를걷기 위해서는 약1천명의 교우가 동원되어야 한다. 물론 어떤 부자가 희사하는 경우야 한사람 1·2만 「달라」를 낼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 나와 계시는 외국신부님 본당사업을 돕기 위해 그 부모들이 며칠동안 애를 써가며 이런 행사를 벌리는 것을 보았고 또 그 신부님의 국민학교 동창생들이 몇해를 두고 전교용 「모타보드」를 사기위해 돈을 모으는 것을 보았다.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우리나라에 원조되는 이 돈에 대해 얼마나 우리들은 미국교우들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를 일이었다.
눈을 마음대로 만드는 나라라고 해서 그들이 보내준 「원조금」의 액수를 대수롭게 생각해선 안되겠다 싶었다. 단돈 「백불」이라해도 얼마나 큰 돈인지는 미국엘 갓다온 분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