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21)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10-27 [제396호, 4면]
그러자 원장수사님은 부엌수사님이 아까부터 한마디도 띠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부엌수사님, 매일 부엌에서 없어진다는 한 사람 몫의 음식은 당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말체리노가 어디로 거져간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부엌수사님도 그제야 잠자코 고개만 끄덕였읍니다.
『그러면, 여러분! 좀 더 주의해서 말체리노 아기를 잘 살피도록 합시다. 부엌수사님은 특별히 무엌을 잘 지키시오. 그렇게 조그마한 어린애한테 속는다는게 어디 될 말입니까?』
원장님은 각기 맡은대로 말체리노를 전보다 더 잘 지키도록 명했읍니다. 어릴때부터 동무 하나 없이 어른들 속에서만 자라났기 때문에 말체리노는 어딘지 병이 들었는지 모른다고 생각했읍니다. 그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수도원에서 데려내다가 다른 곳에 보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모두 걱정을 하고 있어서 원장수사님은 말체리노가 변한 까닭을 알아내기 위해서 여러가지로 연구했읍니다.
이 수도원 안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성인과 같은 원장님이고 다음은 병든 할아버지 수사님, 그 다음이 부엌 수사님인데 말체리노를 걱정하는 것도 첫째가 원장님, 다음이 병수사님 그 다음이 부엌수사님이었읍니다.
이 사람 좋은 부엌수사님은 매일 빵을 열세사람 몫, 고기도 열세사람 몫, 국도 열세그릇, 과일도 열세몫을 준비하였는데 그것이 또한 매일같이 한 사람 몫이 없어지기 때문에 큰 골치를 앓았읍니다.
그래서 이날부터 잠시도 부엌을 비우지 않고 말체리노를 단단히 지켜보기로 했읍니다.
이삼일 해보니까 이 망보는 일이 효과가 나타났읍니다. 말체리노가 부엌 가까이 어른거릴 때 음식 수를 세어보았읍니다. 틀림없이 열세사람 몫이 있었는데 말체리노가 잠시 나타났다가 없어졌다고 느꼈는데 어느세 열두사람 몫만 남아있질 않습니까. 빵과 생선 한 사람 몫이 없어졌읍니다. 이제는 말체리노 짓이라는 것이 틀림 없읍니다.
그래서 부엌수사님은 수도원 구석구석을 찾아보았으나 말체리노도 온데간데 없읍니다. 밥 먹을 때가 되자 어디서부터 잔뜩 배곺은 쌍을하고 나와서 한 사람 몫의 커다란 빵과 생선튀김같은 것을 눈깜짝할 사이에 깨끗이 먹어 치우니 이건 점점 더 이상한 노릇입니다.
부엌 수사님은 이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보았으나 이튿날도 역시 당하고 말았읍니다.
말체리노가 부엌에 나타나서 곧 돌아서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빵 한 개가 없어져버렸읍니다.
콩이라든가 야채라든가 차같은 것이 큰 냄비 속에서 끓고 있었지만 이런 것에는 손도 대지 않았읍니다.
그래서 부엌수사님은 이 이야기를 원장님께 알렸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