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성당에 들어갈 적 마다 수없이 문을 여닫았다. 그때마다 당신의 심중에 느껴지는 바가 있었을 텐데.
①문은 어떤 구실을 하는 것일까?
간단히 대답해서 문은 사람들이 출입하기 위해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출입만을 위하는 것이라면 문이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다. 문지방을 넘어서면서 우리 각자는 외부로 버리고 내부로 뚫고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외부는 생명이 약동하는 거리이며 가지가지의 충돌과 교차가 빈번히 일어나는 움직임의 세상이다. 떠밀고 떠받고 하는 저속한 장터같은 곳 모든 사람이 이리 저리 헤매닌 곳이다. 성덕이 없다고 딱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막상 성덕이 있다고 하기에는 어색한 곳이다. 그런데 문을 이런 곳에서 우리를 모든 것이 침착하고 고요한 대부로 이끌어 들이고 있다.
내부는 모든 이에게 한 성소(聖所)로 되어있다. 물론 외부도 내부와 같이 천주님의 조물이며 따라서 외부에서도 천주님은 만날 수 있다. 그실 천주님은 어디서나 우리에게 손을 펴고 계신다. 그렇지만 천주님께서는 어느때나 신성한 곳을 우리에게 마련해주신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은 내부와 외부 사이에 놓여있으며 장터와 성소 사이에 우주와 천주님의 나라사이에 놓여있다.
우리는 문턱을 지난 때마다 천주의 것이 아닌 생각이나 원욕 · 근심 · 호기심 · 쾌락 등 한마디로 세속적인 모든 것을 밖에 버리고 『너는 지금 성소에 들어오고 있으며 너는 네 자신을 성화해야 한다.』는 외침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성당 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여러가지로 생각할 것이 많이 있다. 성당은 영원하신 그분을 담아 모심으로 영원과 하늘을 상징한다. 하늘은 뫼보다 더높고 창공은 바다보다 무한히 더넓다.
무한히 높고 무한히 넓은 이 공간은 천주님은 당신 홀로 메우고 계신다. 하늘의 이런 신비와 부함을 원하는 모든 이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지고 있다. 하늘을 상징하는 성당은 천주님 만을 위해 세워졌고 꾸며졌으며 쭉쭉 뻗어 올라간 기둥들, 넓고 힘차게 전개되는 바닥 하늘높이 솟아 오르는 종각이나 원형 천절들은 우리 마음을 위로 향하게 만들고 있다.
천주님은 성당 안에 각별한 양식으로 거처하시고 우리는 이런 지성소에 성당문을 통해 들어온다. 사소한 속세의 모든 사정을 뒤로 물리고 조급한 감정이나 두려움을 갖지말고 자유로이 숨쉬며 눈을 쳐들고 우리 영혼이 마음껏 위로 향하게 버려두자. 성당은 주님의 성전이기도 하지만 주님의 산 성전인 우리 자신의 모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 마음의 성전도 넓고 높게 만들어야 하겠다.
『문들이여! 너희 마구리를 높이 쳐들어라. 영원한 문들이여 너희 자신을 열어 놓아라.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이 나아가신다.』라고 성경은 우리 마음의 성전문에 대고 소리치신다. 나무나 돌로 만든 성전이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졌다 하더라도 우리가 천주님의 생활한 가치로 되어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또 성당문이 아무리 활짝 열려있다 하더라도 우리 마음이 닫혀 있고 천주이신 임금님을 마음의 문 밖에 버려둔다면 무슨 쓸데가 있겠는가?
黃旼性(가톨릭대학장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