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22)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11-03 [제397호, 4면]
이튿날 한낮이 겨워 부엌수사님은 말체리노가 부엌을 나가자말자 곧 뒤를 따랐읍니다.
놀란 것은 말체리노는 양쪽 호주머니가 불룩하게 되어 층계를 쿵쿵 올라가는 것이었읍니다.
부엌수사님은 깜짝 놀라서 따라갔읍니다. 말체리노가 다락방에 들어가자 갑자기 방이 환해졌읍니다. 말체리노가 창을 연 것입니다. 그러자 웬일인지 부엌수사님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지며 머리가 띵하고 눈이 핑핑 도는 것 같아서 마루바닥에 엎더지고 말았읍니다. 그래서 다음엔 어떤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어서 몹시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겨우 몸을 일으켜 난간을 의지하고 부엌으로 되돌아 왔읍니다.
부엌수사님은 딱하게도 이 일을 악마의 유혹일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이튿날 아침에는 오랫동안 성당에서 제발 그런 어린아이에게 속지 않도록 지켜줍시사하고 예수님께 기구했읍니다.
그 날도 부엌수사님이 부엌에서 요리를 만들고 있노라니까 말체리노가 들어왔읍니다.
오늘도 끓인 음식뿐이어서 말체리노는 또 커단 빵 하나만 가지고 나갔읍니다. 부엌수사님은 또 뒤를 따랐읍니다만 이번에는 자칫했으면 말체리노에게 들킬 번 했읍니다.
말체리노는 먼저 곡식과응로 들어가더니 미사 때 쓰는 포도주병 있는데로 갑니다.
그리고는 잔 하나 가득히 포도주를 따루더니 갑자기 이 쪽으로 다시 되돌아 나오는 바람에 부엌수사님은 당황해서 층계를 내려오고 말았읍니다.
그 이튿날 아침은 세 번째로 이번에는 어디 보자! 하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 드디어 말체리노가 나타났읍니다.
오늘 음식은 빵과 「수프」와 구은 사과입니다.
부엌수사님이 못 본척하고 있으니까 말체리노는 아주 으젓이 걸어 나갑니다. 보니까 한 사람 몫의 빵과 구은 사과는 얌전히 두 개나 없어져 버렸읍니다.
부엌수사님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쓴웃음을 먹음고 귀여운 도둑이 있는 지붕밑 다락방 앞까지 와서 문틈으로 방안을 들여다 보았읍니다.
그리고 방 속에서 벌어진 일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앗』하고 소리를 지를번할 만큼 정신이 아찔했읍니다. 얼마동안은 무엇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읍니다.
그러자 이·삼일 전에 말체리노가 『아저씨도 천주님하고 이야기 한 적이 있나요?』라고 묻던 것이 생각났읍니다.
아아! 바로 그게 이런 일이였구나! 하고 생각했읍니다. 그 때는 이 애가 엄청난 소리를 하는구나 생각하고 놀라면서 『아, 그럼 천주님과 이야기 할 때도 있지. 근데 말체리노야 성인이 아닌 사람이 천주님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기구할 때 뿐이란다』 이렇게 대답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말체리노는 천주님과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질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