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기도와 전교에 몸이 지치신 예수님은 「제네사렡」 호수를 건너가는 배 안에서 깊이 잠이 드셨읍니다. 어찌나 고단하시고, 잠이 깊이 드셨던지 강한 파도소리도 예수님을 깨우지 못했읍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공들은 있는 힘을 다해서 파도와 싸웠으나, 자연의 힘이 드디어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말았읍니다. 금시라도 배가 뒤집힐듯하고 파도는 입을 벌려 배를 삼키려는듯이 보였읍니다. 마침내 그들은 무서움에 떨리는 음성으로 『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죽겠나이다.』 하고 소리쳐 예수님을 깨웠읍니다.
조용히 눈을 뜨고 일어나신 예수님은 그들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그들의 믿음이 약한 것을 탓하시었읍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손을 들어 바람과 파도를 잔잔케 하시었읍니다. 다시금 잔잔해진 호수 위를 배는 조용히 지내가고 있었읍니다. 이 기적을 통하여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천주님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셨읍니다.
누가 감히 이 거센 자연의 힘을 지배하겠으며, 누가 감히 파도와 폭풍, 천둥과 번개를 지배하겠읍니까? 아무도 이러한 자연의 힘을 지배할 수는 없으며, 어떠한 기계도 이런 힘을 제어할 수는 없읍니다. 오로지 자연과 자연의 힘을 창조하신 천주님만이 이 모든 것을 지배하실 수 있으십니다.
오늘 복음 가운데 나타난 예수님의 말씀에서 우리는 정신적인 교훈을 배워야 하겠읍니다. 『믿음이 적은 자들아 어찌하여 겁내느냐?! 우리 삶의 바다에도 모진 바람과 파도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폭력적인 정치 바람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과 파괴의 위험이 있지 않습니까?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공포와 멸망을 위해서 핵무기가 고개를 쳐들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러한 공포와 위험 속에서 우리는 가끔 희망 없고 도움 없는 위치에 놓여있는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치 천주님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시고 세상을 돌보지 않으시는 것 같이 생각이 됩니다. 매일 우리 손에 잡히는 신문은 살인과 강도 폭력과 위협의 기사로 우리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고 핵무기의 발달은 우리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읍니다. 정말 희망도 도움도 없이 천주님께 버림받은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주님은 세상을 버리신 것이 아니라 늘 우리를 섭리하시며 보살피시고 계십니다. 주님은 잠이 드신 것이 아니라 삶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교회의 배』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삶의 바다를 노져어가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의 저 제자들과 같이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힘껏 해야합니다. 우리의 힘이 닿는데까지 우리의 노력을 아끼지 말고 일해야 하겠읍니다. 그리고 우리의 힘이 모자랄 때 저 제자들과 같이 예수님의 도우심을 간청합니다. 주여 우리를 『구하소서 죽겠나이다』
우리는 한시라도 주님 곁을 떠나서 살 수 없읍니다. 또한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심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파도가 겹친다 할지라도 우리가 교회의 배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있는한 우리는 구원될 것이며, 예수님이 함께 계신 교회의 배는 결코 뒤집히거나 파손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주님께 의탁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겸손되이 청할 때 우리 안에는 어려움과 괴로움 중에도 용기와 희망이 솟구쳐 올라올 것이요, 주님이 우리 안에 함께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리 험한 삶의 바다라도 힘있게 끝까지 노저어 갈 것입니다.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만이 이 세상의 거치른 파도에서 구원될 것이요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만이 이 세상의 모든 두려움에서 해방될 것이며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만이 주님과 함께 무사히 노저어 갈 것입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 안에서 용기를 잃지 말고 힘있게 살아갑시다.
金 다미안 神父(安城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