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봉사는 하느님의 현존을 증거하는 행위예요. 많은 분이 신앙수기를 읽으며 우리를 돌보시는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분과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기쁘게 봉사했습니다.”
서울 화곡본동본당(주임 정월기 프란치스코 신부)은 이달 말 본당 신자 60명의 신앙수기를 담은 「주님 사랑」을 펴낸다.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박은경(카타리나·71) 신앙수기 기자단장(이하 단장)의 손길을 거친 덕에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박 단장은 신자들이 자필로 쓴 수기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 신자 30여 명의 집에 방문해 신앙 이야기를 구두로 들은 후 손수 글로 재구성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정리·기록하고 교정을 보는 작업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국어교사로 교직에 있었고, 재속프란치스코회 국가형제회 소식지 편집 봉사를 해온 박 단장. 그는 “지난 모든 경험이 하느님께서 신앙수기 작업에 저를 도구로 쓰시려고 예비하신 일들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단장의 하루는 많은 교회 봉사로 채워져 있다. 20년 전, 25살 아들이 인도 여행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그는 봉사에 투신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박 단장은 스스로를 “이기적이고, 세상적인 성취를 최우선으로 두고 살던 엄마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아픔을 겪고 아들이 간 하늘나라가 어딘지 알기 위해 성경에 몰두한 끝에 깨달았다. ‘비록 아들의 육은 재가 됐지만 그 영은 자신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아들을 잃은 아픔은 그제서야 치유됐고, 박 단장은 ‘더는 세상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영으로 하느님 품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하느님 나라 확장을 위해 힘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박 단장은 수기를 정리하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고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느님을 체험한 이들에게는 모두 뼈아픈 시련이 있었어요. 동시에 주님을 붙잡으면 어떤 어려움에 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깨달음도 함께 자리해 있었죠.” 큰 아픔이 있는 그였기에 다른 이의 아픔에 더 깊게 공감했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글로 풀어낼 수 있었다.
본당 신앙수기는 신자들이 각자의 신앙 체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여러 신앙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의 신앙을 성장시키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당 주임 정월기 신부가 기획했다. 박 단장은 “신부님의 바람처럼 신앙수기가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한 모음집이 돼 읽는 이에게 자신의 삶에서 늘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계기를 선물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