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동화] 떡과 포도주의 말체리노 (24)
마리아.산체스실바 원작
발행일1963-11-17 [제399호, 4면]
밤이 되자 비바람도 멎었읍니다. 그날 밤 두 수사님은 성당 안에서 밤새도록 기구를 드리면서 제발 그 수상한 일이 자기들에게도 알 수 있도록 천주님이 인도해 줄 것을 간청했읍니다.
말체리노는 이제는 너무나 행복해서 마치 꿈 속에 잠긴 것 같았읍니다.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을뿐 아니라 마음 속은 무엇인가 골돌한 생각에 잠겼는가 하면 또 마음이 들떠있기도 했읍니다.
딱정벌레도 참새도 수사님들에 대한 일도 머리 속에는 없고 자랄 때 젖을 얻어먹은 염소가 병이 들었는대도 모르고 있었읍니다. 가끔 폭풍이 불어쳐도 예사로 다락방 속에서 예수님과 이야기를 했고 성당에 가서는 프란시스꼬님의 그림 속의 십자가를 보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립니다. 이런 일이 버릇처럼 되어버렸읍니다. 수사님들은 자고 있는 말체리노를 성당에서 침대에 안아다 눕혀 주었읍니다.
이제는 부엌 수사님을 속이려 한다든가 틈을 타서 빵을 훔치려고는 생각지 않고 으젓이 부엌에 들어와서 부엌수사님의 바로 눈 앞에서 한 사람 몫의 음식을 집어들고 당당하게 층대를 올라갑니다.
누가 따라오지나 않나 그런 것은 걱정도 않습니다.
어느날, 그날 말체리노가 가져다 드린 것은 보통 흔한 음식, 예수님이 이름을 붙여준 것과 같은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갔읍니다.
예수님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십자가로부터 내려오셔서 빵과 포도주를 잡수셨읍니다.
열심히 예수님을 들여다 보고 있는 말체리노의 등을 안아 자기 몸 가까이, 끌어 안으신 예수님은 『말체리노야 넌 이제 참 착한 아이가 되었어. 나는 이제 너에게 상으로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주고 싶은데…』
말체리노는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읍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체리노의 마음 속을 벌써 환히 들여다 보시고 손을 말체리노의 머리 위에 얹으시고 다정하게 말씀하셨읍니다.
『자 말해봐, 넌 무엇이 제일 하고 싶으냐? 여러분들처럼 훌륭한 수사가 되고 싶은가? 그렇잖으면 죽은 모찌도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니? 염소를 언제까지나 죽지 않게 해줬으면 좋을까? 그렇잖으면 도시나 동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갖고싶니. 아니 그것보다는 성 프란치스꼬님의 말이 좋을까? 아니면 마누엘을 만나 보는건 어떨가?』
말체리노는 말끝마다 머리를 흔들면서 눈을 크게 뜰 뿐입니다.
말체리노는 주저하지도 않고 예수님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읍니다.
『난 어머니가 보고 싶어요.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도』
그러자 예수님은 말체리노를 여윈 무릎 위에 올려 놓으시고 말체리노의 눈 위에 한 손을 가볍게 올려 놓으시며 정답게 말씀하셨읍니다.
『말체리노야. 이젠 자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