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希望(희망) 루포] (4) 濟州島民(제주도민)은 제 발을 망치로 쳤다.
발행일1963-11-24 [제400호, 2면]
의욕에 찬 4H 운동은 임신부나 회원들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았다. 외국 사람이 뒷받침하는 일에다 돼지와 닭들이 그냥 배부되고 하니 『나도 나도』하며 서로 몰려들었다. 거기에다 제주도 주둔 미공군들까지 동 사업을 도와 축사 등을 지을 철제, 함석 등을 분주히 실어다 날랐다. 5백명의 젊은 회원들은 희망에 불탓고 그 값어치 이상의 힘을 퍼부어 밤낮을 가리지 않으면서 축사를 짓고 사료나 모이를 주고 하는 동안에 현 광주주교님도 힘을 보탰다. 또 이웃인 신창에서는 미국 출신인 아이셀(양 하울도, 휴가 중) 신부는 다른 여섯 조의 4H를 만들고 젖소의 가축은행을 세웠고 브레디(모 로벨트, 휴가 중) 신부는 토끼와 칠면조 은행을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산화(酸化)해버린 농토들에 석회석을 써야만 한다는 것을 계몽하면서 임신부는 매년 봄마다 닭 2천수 돼지 1천마리들을 다시 다른 회원들에 나눠주는 등 사업의 전망은 기하(幾何) 숫자로 늘었다.
저개발국가의 개발사업을 세계 여러나라에서 도우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서울 성모병원, 전주교구 저개발사업을 도운 독일의 「미세레올」 주교단이 이 사업의 건전성과 사업성공을 전망하고 25개 4H 「클럽」으로 성장한 임신부를 도우기로 했다. 그러나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오직 제주의 살 길을 찾는 이국인의 정성, 새 지도자를 맞아 활기에 찬 젊은이들의 희망 그리고 사순절(四旬節) 동안을 아끼고 무엇을 참고해서 모은 대제(大祭) 애긍에서 걷힌 정성어린 독일 신자들의 성금이 끝내 이곳에서는 외면을 당하고 말았다.
회원들의 부형들은 이해와 협조는 커녕 봄을 맞아 피여나려는 새싹을 짓밟아버렸다. 딱딱하고 어리석게 보인 「규칙」 준수, 나 어린 것들의 소꼽장난 같은 수작들, 내 일을 위해 참아야 한다는 것, 외국인인 임신부는 당장에 금덩이를 쏟아놓지 않는다는 등으로.
부모들은 『4H고 가축은행이고 치워버려. 농사도 제대로 짓지도 못하는 판에 돼지는 무슨 돼지야 그 돼지 오늘 장에 갖다 팔아서 빗이나 갑지』나 『김서방네 잔치에 부줏돈이 없으니 그 닭이나…』하며 회원 50% 이상이 회칙을 마구 어기고 말았으니 제주도의 살 길은 4H 운동을 시작한지 2년만인 1960년 다시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임신부는 이것으로 손을 들지는 않았다. 그는 한국사람들이 젊은이들의 하는 일을 존중하고 도우지 않는다는 사고방식이나 태도에 찬성은 못할망정 우선 이런 현상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다음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