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聖地巡禮(성지순례)] (37) 마지막 巡禮地(순례지) 「하이파로 너절한 아랍人(인) 눈에 안 띠여
발행일1963-11-24 [제400호, 3면]
나는 성인행적을 읽을 때 그 성인들이 비단 「에루살렘」 성지가 아니라도 「루르드」나 「아씨씨」나 「아빌라」나 기타 성인성녀들이 살으시던 성지를 순례했다는 기록이 크게 취급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게 무엇 그리 대단한 것이며 또 무엇 그리 큰 의의를 가지길래 특기했는가』 의심했는대 오늘 미사 중에 받은 감명으로 그 뜻에 납득이 가는 것 같다.
오늘 내가 받은 감명이 계기가 되어 만일 앞으로 내 생활에 일대변혁이 올작시면 그간 소모한 시일도 금전도 조금도 아깝지 않을뿐 아니라 한 번 더 오고싶고 남에게도 권장하고 싶다. 『장소가 사람을 거룩케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장소를 거룩케 한다』는 「라띤」 격언이 있고 이것이 일리 있는 소리지만 때에따라 사람에따라 장소도 사람을 격려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맹모(孟母)는 삼천(三遷)을 했고 순자(荀子)는 그 권학문(勸學文)에 벗을 가리어 사괴고 좋은 곳을 택하라 하지 않았느냐? 나는 이곳에서도 나 뿐 아니라 나의 부모 친우 은인과 내 맡은 영혼들과 내게 관계 있고 또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들이 비록 이 세상에서는 구차하게 산다해도 영원한 천국의 행복을 주십사고 빌며 그들을 위해 미사를 올렸다. 이대로의 상태같으면 몇시간이고 뜨거운 호소를 올려 끝이 없겠지만 「메멘또」를 너무 오래하는 것도 예절에 위반되는 것이기에 미사를 계속하여 끝을 맺었다.
오늘은 성지순례의 마지막 「코스」를 달릴 차례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여장을 꾸려 버스에 올랐다. 침침하게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어 음산한 날씨다. 차밧퀴는 굴러굴러 닿은 곳은 「하이파」.
인구 20만을 옹(擁)하는 깨끗한 도시다. 수건을 덮어쓴 너절한 「아랍」인들이 별로 눈에 뜨이질 않고 남녀 모두가 거의 양장인데 구라파에서처럼 미련하게 뚱뚱하거나 멋 없이 긴 사람도 별로 없다.
유딭의 후예라서 그럴까? 이 곳에 유데인들이 많이 살고 있을 것은 틀림 없을텐데 또 그들은 코에 특징이 있다는데 나로서는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그 특징을 분간해낼 도리가 없다. 반달 동안이나 「빨레스띠나」에 머무르면서도 특징 있다는 유데인들의 구별을 종내 못 지우고만 셈이다.
시가를 구비쳐 산정(山頂)에 오르니 꽤 아름답게 지은 성당이 우뚝 솟아있다. 성당 안에 들어가니 『한 때는 엘리아가 이 동굴 속에 거처했다』라고 라띤어로 적혀 있다. 여기가 「갈멜」산. 「갈멜」산과 엘리아 선지자에 관해서는 벌써 말한바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엘리아시대와 달라진 것은 당시는 인적(人跡)이 닿지 않던 무인지경이였겠는데 지금은 20만의 생령(生靈)을 안고 있다는 것이겠다.
성당에서 잠간 조배한 후 그곳에 전시해 둔 골동품을 구경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거니와 골동품에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별다른 흥미를 느낄 수 없어 정원을 거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