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왕내조」는 성미술의 제재 중 가장 오래고 중요한 것의 하나이다. 여기서 보는 그림은 「삼왕내조」의 한 장면으로 동방의 세 박사가 수행자들과 함께 별의 인도함을 따라 「베드레헴」을 향해 영해께 조배하러 가는 「삼왕의 행렬」이다. 1400년경 이탈리아의 화가 사제타(SASSETTA, 본명 STEFANO DI GIOVANNI 1392-1450)가 그린 이 「템페라 패널」은 저멀리 동방의 궁성을 등지고 태양보다 빛나고 큰 별을 따라 거위 줄지어 날으고 가마귀 있는 황량한 언덕길을 넘고 넘어가는 지칠줄 모르는, 그리고 희망과 찬미에 가득찬 즐거운 행렬을 보여준다.
1450년 고향의 「포르타·로마나」 위의 높은 발판 위에서 대벽화를 그리고 있던 사제타는 마침내 병을 얻어 그의 파란 많은 생애를 끝내게 되었다. 자신의 말대로 『살을 에이는듯 혹심한 남서풍에 시달리면서도』 『성 프란치스스코와 청빈의 혼례』를 그려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사제타 자신이 아무런 유산도 없이 그리고 극히 최근에 이르기까지 전혀 알려지지도 않았던 이름만을 남긴채 청빈 속에서 죽어갔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쇠퇴하여 가는 중세의 양식을 통속적인 경박감과 신경질적인 공상에서 구원해낸 예술가로서 새 생명을 가지고 되살아나 있다.
사제타는 언젠가 작품 제작을 의뢰받고 『나는 그것을 눈부신 금빛과 군청색과 그밖의 색으로 갖은 기술과 정신을 다해서 될 수 있는데까기 아름답게 그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삼왕의 행렬』에 특별히 알맞는 말이다. 이 작품은 「기술과 정신의 결합」을 「모토」로 한 그의 높은 예술성을 증거하는 걸작임에 틀림 없다.
삼왕을 중심으로 전후에 수행하는 사람들은 얼핏 보기에는 너무 무질서하게 배열되고 되는대로 걸어나가는듯하나 실은 세심하게 「그룹」을 이루고 있다. 그만큼 작가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에 앞서 전체의 효과를 곰곰히 따져가면서 그려나갔다. 선은 명확하고 예리하며, 색은 선명하고 우아하며, 정신은 순결과 환희로 가득차 있다.
사제타는 성서의 사실과 표현방법을 일치시키기에 구애되기 않았다. 동방박사들은 「시에나」의 기사들처럼 그려져있고 앞서가는 사람들은 행복한 「시에나」의 주민들일런지도 모른다.
짙푸른 하늘, 황량한 언덕, 화려한 의상은 분명히 동방의 장식 취미를 암시하여 준다. 태양보다 더 크고 빛나는 「베드름」의 별은 줄지어 날으는 거위떼보다 더 가깝고 더 「리얼」하다. 사제타는 극적 표현에 알맞는 박력있는 대가는 아닐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에나」화파의 대가들 중에서 가장 품위있고 다감한 화가의 한사람임에 틀림 없다.
劉槿俊(서울 美大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