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극 1막2장 그리스도파 이야기] (1) 마귀를 주인으로 섬겨
발행일1963-12-08 [제402호, 4면]
【나오는 사람들】
레쁘로부수 마귀 은둔자 어린이
(어떤 언덕길 뒤는 멀리 험한 산봉우리가 솟아있고 앞은 깊은 골짝, 큰 사나이 레쁘로부스-어딘지 얼빠진 그러나 순박하고 또 어디까지나 힘있어 보이는 용모를 가진-가 나무 지팡이를 짚고 바윗돌 위에 앉아 먼 산들을 바라보고 있다)
-레-(크게 하품을 하고) 『아아 고단하다. 그러나 나도 그렇게 약한 주인을 뿌리치고 이렇게 혼자 길을 걷고보니 기분이 상쾌한걸』
『아, 그 산 참 굉장하다. 마치 거인이 팔을 끼고 서 있는 것 같군. 나도 어떻게 해서라도 저런 강한 주인을 한 번 섬겨봤으면 주인은 자기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 이 산 너머 살고 있다고 했겠다. 그 녀석의 이름은 마귀라던가?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무엇 별 수 있을라구. 하여튼 한 번 만나나 봤으면 내 이 팔을 모를걸! 내가 지던지 그녀석이 지던지 둘 중에 하나겠지 어디 한 번 시합이나 해봐야지 한 번 가볼까?』(일어선다. 문득 어마어마하게 키가 큰 한 무사가 나타난다)
-레- 『너 누구냐? 하늘에서 내려왔느냐? 땅에서 솟아났느냐 어느 틈에 나타났느냐?』
-무사- (껄껄 웃으면서) 『오! 레쁘로부스 너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레- 『야 너 내 이름을 아는구나』
-무- 『난 네가 누군지도 알고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넌 마귀를 찾아가잖어!』
-레- (점점 이상히 여기면서) 『거 이상하다. 틀림없어. 근데 너 그걸 어떻게 아니?』
-무- 『내가 바로 그 마귀다.』
-레- (놀라면서) 『무엇! 내가 마귀야? 그래? 그럼 잘 만났다. 넌 장사같이 보이는구나 어디 나와 시합 한 번 해볼까?』
-무- (비웃으면서) 『하하하하 어리석은 녀석 나하고 시합을 하자고! 천지를 모르는구나. 나를 이겨낼 자가 이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있을 줄 알어?』
-레- (화가나서) 『이 자식 큰소리만 탕탕 하고있네. 말은 집어치우고 자 시합이다』
-무- 『그처럼 시합이 하고 싶으냐? 그러나 먼저 약속할 것이 있다. 만일 네가 지면 넌 내 부하가 된단 말이야 알았어?』
-레- 『물론 난 나보다 더 강한 주인을 섬겨보기가 소원이었으니까 지면 네 부하가 되고 말고』
-마- 『좋다 그런 약속이면 자 덤벼라』
-레- 『자 간다』(레쁘로부수는 맹수처럼 마귀에게 덤빈다. 그러나 마귀는 그를 애처럼 취급한다. 마침내 레쁘로부스는 기진맥진하여 땅에 넘어진다)
-마- (웃으면서) 『어때 아무 것도 아닌게 이제 내 부하가 되지』
-레- (벌벌 떨면서) 『항복. 부하가 되겠다』
-마- 『부하가 되겠다면 말버릇부터 고쳐야 해 빨리 나보고 주인이라고 불러』
-레- (겨우 일어서서) 『네 네 주인님!』
-마- 좋아 따라와』
-레- 『네네』(우수광스러운 모습으로 발을 끌면서 뒤따라간다. 무대 가운데 길 돌아서는 곳에 십자가가 하나 서 있다. 마귀가 그것을 보자 별안간 벌벌 떤다. 레쁘로부스는 이상히 여기면서)
-레- 『여보, 주인 어떻게 된겁니까?』
-마- 『아니 나는 솔직히 고백하네 여기 나보다 더 강한자가 있어』
-레- (이상히 여기면서) 『넷! 어디 그런 것이 있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