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극 1막2장 그리스도파 이야기] (2) 주인을 바꾸고
발행일1963-12-15 [제403호, 4면]
-마귀- 『저것, 저 십자가』
-레쁘로부수- 『엣! 아니 이 십자가요? 이것 나무가 아닙니까 이런 것이 무서워요? 난 아무렇지도 않는데요』
-마-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겐 그것이 무엇보다 무서워. 도저히 그 앞을 지나가지 못하겠다』
-레- 『그거 이상하다. 도대체 이 십자가가 무엇이길래 그렇게 무서울까?』
-마- 『레쁘로부스, 난 솔직히 고백하지만 실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이 이거야. 난 뒤로 둘러갈테니 넌 그 앞으로 지나와』
-레- (갑자기 힘이나서) 『그러면 당신보다 더 강한 자가 아직 이 세상에 있읍니다 그려. 난 이 십자가를 섬기겠어요. 하마터면 당신같은 약한자의 부하가 될번했네. 그림주인, 아니 마귀 난 가. 잘 있어』
-마- (이를 갈면서) 『아이구 원통해. 저놈을 부하로 만들 수 있었는데 아이구 원통해』
(마귀 퇴장)
-레- (뽐내면서) 『아, 기분 좋다』(십자가 앞에 꿇어) 『십자가님 저 마귀가 그처럼 무서워하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자입니다. 오늘부터 나를 당신 부하로 삼아주십시오 십자가님!』(이 때 옆바위 틈에서 늙은 은수자가 나온다.)
-은수자- 『내 기구를 방해하는 자는 거 누구냐?』
-레- (허리를 굽히고) 『잠깐 실례합니다. 당신이 이 십자가십니까?』
-은- 『아니오 나는 그 십자가를 섬기는 수도자요. 50년 동안 나는 이 암굴에서 그 십자가를 섬기고 있오』
-레- (놀라면서) 『엣- 50년 동안요 야 지독하구나. 나도 오늘부터 당신과 같이 그를 섬기겠읍니다.』
-은- 『무엇. 당신이? 맙소사 당신같은 이는 어려울 겁니다. 첫째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도를 드리고 재를 지키고 고신극기를 하고… 쉬운 것이 아닙니다.』
-레- 『기도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은- 『그거 보라니깐 기도란 고요히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꿇어앉아 천주께 감사하고 죄의 용서를 비는거요』
-레- 『난 그건 못하겠어요. 그럼 재를 지킬까?』
-은- 『그건 하루종일 아무 것도 안 먹는거요. 어떤 때는 이틀이고 사흘동안…』
-레- (끝까지 듣지도 않고) 『아서라 이틀사흘 그것도 못하겠오』
-은- 『혹은 닷새 열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지』
-레- 『아이고 듣기만 해도 그럼. 고신극기나 해보죠. 그것쯤이야 문제 없겠죠』
-은- 『또 그런 말을 하는구려. 기도 재를 지키는 것 그게 모두 고신극기란 말이오. 그러나 그 뿐이 아니오 몸에 매질을 하고 잠을 적게 자고…』
-레- 『여보시요 전부 난 도저히 못할 것 뿐이구먼요. 그렇게 어려운 것 말고 좀 쉬운 것이 없어요? 힘자랑 같으면 난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은- (그의 몸을 보고) 『과연 당신에겐 그것이 좋겠오. 그럼 이렇게 하시오』 (저쪽을 가리키면서) 『저기 큰 강이 있지 않소? 저 강을 건너주는 사람이 되시오든 한 푼 받아서는 안 되오. 무료로 친절히 사람을 업고 저쪽에서 이쪽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주어야 하오』
-레- 『그것 참 재미있겠군. 그것쯤이야 문제없죠. 그렇게 하지요』
-은- 『좋아 그리스도를 위하야』
-레- 『세상에서 제일 강한 주인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