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극 1막2장 그리스도파 이야기] (3) 성탄밤의 기쁨
발행일1963-12-25 [제404호, 4면]
…2장…(때=성탄밤, 강 옆에 서 있는 레쁘로부스는 제1장에서보다 머리도 길어 텁석부리가 되고 좀 여웠다. 움막에서 불을 쪼이면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기도가 끝나면 그는 일어서서 어두운 강을 바라본다.)
레- 아 추운 밤인데, 이런 밤에 사람을 업고 강을 건너기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나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강한 주인을 위해서라면 해야지. 저 은수자처럼 고신극기는 못하더라도 이런 것쯤 주인을 위한 일이라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자라고하니 저 마귀보다 훨씬 더 사나운 꼴을 하고 있을테지. 한 번 봤으면. 주인을 섬긴지 벌써 일년. 그리고 오늘 밤은. 내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인의 생일날이지. 오늘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수십명을 업고 건너주었는데 주인같이 강한 사람은 만나보지 못 했어. 아직 내 수고가 모자라는 모양이지. 아아. 쓸쓸해. 이젠 아주 어두워졌는걸. 이젠 손님도 없을테지. 잘가 주인양반 안녕. (그는 십자 성호를 긋고 짚단을 깐 자리에 눕는다. 조금 후에 부르는 소리가 난다. 일어난다.)
레- 누구요. 건넙니까? (답 없다.) 여보 누구시오 건너요? (답 없다) 꿈을 꾸었나? (또 잔다. 또 부르는 소리. 또 일어난다. 이번에는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누가 부르는 것 같은데? 여보 누구요 건너려면 이리오시오(답 없다. 이상히 여기면서) 꿈이였나? (또 잔다. 또 부른다. 별로 귀찮게 여기지는 않는다) 참말이야. 꿈이 아니야. 어디 계십니까? 나야 몇 번이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이 추운 밤에, 그렇게 오랫동안 밖에서 계시면 감기 걸려요 자. 여기 와서 불이나 좀 쪼이세요. 여보세요 어디 계십니까 (이때 작은 소리가 담 밖에서 들린다) 아이. 할아버지 여기애요.
레-(그 쪽을 보고) 아 거기 계십니까? (담 있는데로 가서 안에서 손을 뻗쳐 고양이새끼 잡듯이 한 어린아이를 안아들인다. 열살쯤 되어보이는 예쁜 얼굴을 하고 있다.) 오 너야! 웬일이야. 어린 녀석이 밤 중에 어디를 가려구.
아- 할아버지 수고스럽지만 좀 건너주세요. 아주 급한 일로 저쪽에 좀 가야해요.
레- 그래그래 그거야 건너주고 말고. 왜 아버지가 편찮하신가? 의사부르러 가니?
아- 아니애요. 빨리 건너주세요.
레- 오냐. 오냐 자, 내 등에 업혀라. (아이가 그의 등에 업힌다. 강 가운데 와서 그는 땀을 흘리면서 낑낑 애를 쓰지만 무거워서 한 걸음도 못 간다.) 웬일이야 아이구 무거워.
아- 왜 그러세요.
레- 아니 난 아무렇지도 않지만 넌 웬일이야? 어린 녀석이 왜 그렇게 무거우냐?
아- 그러나 레쁘로부스 당신은 힘자랑 하지 않았어요?
레- 그래 난 오늘 아침부터 무거운 어른도 건너주었지만 너한테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어 이상해.
아- 빨리 가세요 바빠요!
레- (기를 쓰며) 이제 간다. 응, 응(큰 숨을 쉬고) 야 아이구 무거워라 (간신히 언덕에 이른다.)
아- 그처럼 무거워요?
레- 굉장히 무겁다. 숨이 끊어질번했다. 너처러 무거운 것을 저본 일은 난생 처음이다. 너는 어린아이인데 어떻게 그렇게 무거우냐?
아- (갑자기 엄숙하게) 레쁘로부스 그것은 네 죄의 무게다. 그것을 지금 나는 네게 알려주었다.
레- (이상히 여기면서) 무엇이라구!
아- 너는 내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나는 네 주인 그리스도야
레- (놀라며) 옛 당신이요?
아- 그래 너는 네 주인이 이처럼 양선한 어린아이인줄 몰랐지. 또 네 힘이 너의 죄의 무게라는 것도 몰랐지? 그러나 레쁘로부스 지금부터 너는 너의 죄 대신에 나를 업는자가 되어라. 나를 업고 인생의 강을 건너는 자가 되어라. 너는 오늘부터 그리스도파이다. 즉 그리스도를 업는자이다. 자 어서가서 쉬어라 (어린아이는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스도파는 땅에 엎디어 기뻐 우는듯한 큰 소리로 기도를 올린다.)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