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핥기 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33) 붓을 놓으면서
한국이 제일 좋아
수입 제1호 「근면」이어야
그들의 富 우연한 것 아니다
발행일1965-01-01 [제453호, 3면]
「수박 겉핥듯 한다」란 속담이 있다. 수박은 겉만 핥아가지고 속 맛을 알리가 없다.
그것이 수박이 아닌 경우는 그 속맛을 맛 볼 수도 있다. 사탕은, 겉핥아 본다는 것이 사탕을 전적으로 맛보는 셈이 된다.
「미국의 겉을 핥아 본다는 것」은 미국을 겉으로만 스쳐본 것에 불과하다.
나딴엔 나대로 본 미국, 나대로 느낀 미국, 나대로 들은 미국을 파헤쳐 본 것 같이 여겨지지만 독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겠는지 못내 송구하기만 하다.
어느듯 집필예약의 「한 해」가 다 됐다. 그동안 독자로부터 몇 통의 편지도 받았고 미국에서도 편지가 왔다.
아직 내가 미국에 있는줄 아는 독자도 있었다.
미국을 너무 두둔하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니냐고 충고한 분도 있었다.
실상 생각해보면 「한국사람」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설음을 당한 적도 있었다.
약소국가의 배경을 갖고 산다는 것이 분할 때도 있었다. 하루바삐 우리 조국이 재건되어 업심받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강렬한 충동을 느낀 적도 있었다.
난 나대로의 솔직한 글을 쓰느라고 썼다. 미국 찬양만의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란 점도 알아줬으면 싶기도 하다.
미국을 우리의 벗으로 생각하고 썼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또 미국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썼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난 나대로 미국의 겉을 핥아본 기록일 뿐이다.
나를 아는 독자로부터는 격려의 편지도 받았다.
그러나 일단 「겉핥기 錄」은 이번 회로 그치고 기회있는대로 속편과 「世界 겉핥기 錄」을 쓸 계획이다.
마지막회까지 지루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미국 생활을 회상하면서 나는 번번이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역시 살기 좋긴 한국이 제일야. 된장냄새 풍기고 인저이 그래도 물신물신 느껴지는 한국만이 우리가 편히 살 곳이다』
이건 에누리 없는 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을 동경하고, 일단 미국에 도달한 뒤에는 거개의 한인들이 모진 고생을 겪으면서 조국을 그린다.
가난하고 살기 힘든 환경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숨쉬기 알맞는 온도를 지닌 조국같기만 하다.
문제는 선진국가에서 좋은 점을 빨리 받아들여 하루바삐 부강한 나라가 되어야겠다는 것 뿐이다.
한 가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 사람의 자랑은 「화려」나 「달라」가 아니라 미국 사람의 부지런한 점이다. 어딜가나, 모두 바쁜 사람 뿐이다. 관청엘 가나 회사에 가나 근무시간의 그 부지런함은 정말 부러울 지경이다. 가정부인들이 식모를 부리고 「텔레비전」이나 딩굴며 본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진종일 애들 시달림을 받고 집안 살림에 열중하는 점이다.
미국인의 부강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기적도 아니다. 오직 각자의 그 부지런함에 있는상 싶다.
서독의 번영이 결코 「라인강의 기적」이 아니었다고 박대통령이 방독 소감을 말한 적이 있지만 그 나라 국민의 근면에 있는상 싶다.
미국을 겉핥아본 갖가지 소감 중에 끝내 내 머리를 휘어잡고 있는 점이 바로 이 점인 것이다.
겉핥아 보는 동안에 미국의 속맛을 조금 맛 봤다면 『역시 미국은 부지런한 국민에 의해 대국이 이루어졌고 부해진 나라다』라는 점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