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25) 세금과 계산기
물건사가 그만 한국적 의심이 발동
발행일1964-08-30 [제436호, 3면]
주머니 속에 10원이 있다고 해서 10원짜리 정가가 붙은 상품을 살 수 없는 것이 미국이다.
『거 「텍트론 와이샤즈」 얼마죠?』
『여기 정가가 있읍니다. 8불50「센트」입니다.
그 소릴 듣고 한국에서처럼 8불50「센트」를 주머니에서 꺼내 점원에게 내주었다.
연필로 뭣인가 계산하고 있던 점원은
『잠간만 좀 기다려 주세요』하면서 거들떠 보지도 않고 계산서를 계속 작성하고 있었다.
『저 9불「20「센트」 내십시요?』
『네? 정가표엔 8불 50「센트」라고 적혀 있었는데…』
상냥한 웃음을 지으면서 점원은 9불20「센트」가 된 까닭을 설명하고 있었다.
『8불50「센트」는 물건 값이고 나머지는 세금입니다. 주세(州稅)도 포함되어 있고 시세(市稅)도 포함되어 있답니다.』
어딜가나 물건 살 땐 세금이 따로 나와 직적 점원한테 묻게되는 것이었다.
『원 저놈의 세금을 받아가지고 틀림없이 세두관청에 지불할가 원』
이렇게 한국적인 의심을 품어보기도 했다.
하루는 가방을 사러 갔다가 농을 걸어봤다.
이제 생각하면 좀 지나친 농을 했다싶긴 하지만 그들의 납세의무에 대한 정신을 한번쯤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여보슈, 가방 한개에 17불인데 그래 세금이 3불 가량이나 되니 너무 비싸군요. 세금을 좀 적당이 할 순 없소?』
늙은 남점원은 어깨를 으쓱 처 올리면서 난처하다는 표정을 썼다.
『건 곤란합니다. FBI(연방수사관)한테 걸렸다간 큰일입니다. 정 비싼 것 같으시다면 가방값을 조금 깎아 드리죠.』
가방값을 에누리 해줄 순 있어도 세금만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서툰 수작을 붙인 내 얼굴만 붉어졌다. 상점이란 성점은 큰 백화점이나 조그마한 개인 상점이나 할 것 없이 모두 손님으로부터 세금을 받아들인다.
이런 신사적인 제도가 생긴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서로 「믿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손님은 상점을 믿으니까 나라에 바칠 세금을 상점 주인을 통해 바치게 되고 그 개인이 세금을 가로채 먹지 않는 것을 믿기 때문에 나라에 서로 개인한테 이같은 일을 위힘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세금을 잘 내는 백성들이다.
그러기에 친구한테 물건을 사달다고 심부름을 보낼 때도 별도로 세금을 내야하는 풍속을 갈고 여유있게 줘야한다. 『70「달라」짜리 양복하나 사다줘요 N백화점 3층에 있는데 회색으로 된 것 -70「달라」라고 정가가 붙었더군……』
이런때 70「달라」만 줘선 안된다는 건 상식적이다.
국민들은 의례히 세금을 낼 줄을 알고 있다. 상점의 매상액은 계산기 달린 철궤에 의해 인쇄되어 나오기 때문에 손님에게는 영수증이 기계적으로 발부되고 세금이 얼마라는 액수까지 밝혀져 나온다.
상점의 매상고도 정확히 계산기에 의해 기록되고 이 기록에 의해 정직하게 세금이 나라에 바쳐지는 것이다.
관계기관에 속임수로 매상고를 시고하지도 않고, 상점주인한테 세금을 적당히 해버리자고 하는 엉뚱한 손님도 없다.
이 정직한 세금납부 질서 속에는 그들의 생활 밑창에 깔려 있는 그리스도정신이 흐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