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聖路巡禮(지상성로순례)] 십자가의 길은 생명의 길
구원이 필요한 그 날까지…
발행일1965-02-21 [제459호, 3면]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은 역사적인 지난 사건이다. 그러나 또한 언제나 동시적(同時的)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 인류역사의 시작부터 마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인간을 위해 당신을 바치셨기 때문이다.
구원을 요하는 영혼이 남아있는한, 단 한 사람만일지라도,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은 그치지 않는다. 우리 주위에 매일같이 고통을 받고 죽어가는 그 사람들 안에 아직도 그리스도는 스스로를 계속 당신 성부께 제헌하신다. 십자가의 길은 우리 생명의 길이다. 누구인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천국(天國)에 내일, 모래 10년 후에 가지 않는다. 오늘 이 시간에 그리스도와 함께 정사(_死)되는 그 순간에 우리는 천국에 들어간다.
■ 제1처 비라도 예수를 죽을 죄인으로 정하니라
주여 때는 너무 늦었읍니다. 불의(不義)를 거스려 당신은 너무 지나치게 말씀하셨고 너무나 과감히 싸우셨읍니다. 이젠 후퇴도 모면도 하실 수 없게 되었읍니다.
글쎄 점잖고 멀정한 신사양반들을 보고 회칠한 무덤, 독사의 무리들이라고 하셨으니, 그게 될 말입니까?
사랑도 푼수가 있지! 거지, 죄수, 문둥이, 앉은뱅이, 절름발이, 밤거리의 여인, 이런 비천한 사람들이 천당 첫 자리를 차지하리라고 하시지 않으셨읍니까?
그러니 수계(守誡)만은 잘하는 사람들, 돈과 권세 있는 사람들, 명망(名望)과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속이 편할리 있읍니까? 더구나 그들을 저주까지 하셨으니! 왜 말째가 첫째되고 첫째가 말째된다고 하셨읍니까?
왜 부자가 천당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힘들다느니, 주여 주여, 가난한 이는 진복자라느니 하셨읍니까?
정말 당신은 현명하지 못하셨읍니다. 세상에서는 아부와 요령이 또 속임수가 제일이라는 것을 모르셨읍니까?
당신은 너무나 솔직하셨고 너무나 맑고 참되었읍니다.
그들이 당신을 미워하고 복수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무고죄와 선동죄로 고발(告發)될 수밖에 없었읍니다. 세상이 당신을 용납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 너무나도 어리석으신 주 예수여! 이젠, 입을 다무셔도 때는 이미 늦었읍니다.
온 세상이 당신께 사형언도를 내렸읍니다.
당신 몫은 오직 십자가의 어리석음 그것 뿐입니다.
주여,압니다. 당신처럼 살려고 하면 당신처럼 박해를 받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정말 두렵습니다. 비웃음, 저주, 증오, 뭇사람들의 손가락질, 이 모든 것이 상상만으로도 저를 질식케 합니다. 벌써부터 용기가 꺾이고 오금이 붙어 쓸어질것만 같읍니다. 더구나 체포, 감금, 고문, 유배(流配) 사형언도 그 기맥힌 일들을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나 주여! 생명이신 당신을 떠나 제가 다른 누구에게 갈 수 있으리이까? 주여 용기를 주소서! 당신께 충실하고 당신 복음을 참되이 살 수 있게끔 도와주소서! 진리와 정의와 사랑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바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리하여 드디어는 당신과 같이 그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자랑삼을 수 있는 마음의 기쁨으로 저를 가득 채워 주소서!
■ 제2처 예수 십자가를 지심이니라
주여 당신 십자가가 여기 있읍니다. 정확히 말해서 그건 당신 십자가는 물론 아닙니다. 당신의 십자가가 있을 수가 있읍니다. 우리의 십자가를 대신 지실 운명을 자초(自招)하셨읍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으셨고 우리를 죄에서 구하시기 위해 이 마지막 수난의 길을 자원(自願)하셨읍니다. 허리를 굽혀 십자가를 지십시오. 그리고 똑바로 걸어가십시오 주여. 여기선 전진(前進) 뿐입니다. 후퇴가 없읍니다. 왜냐하면 이 십자가는 어차피 당신이 져야 하니까요. 우리 모두가 살기 위해. 그렇습니다. 가난한 자도 병든 자도 헐벗고 굶주린 모든 이, 죄의 질고로 멍들고 죽어가는 온 인류, 온누리가 살기 위해 당신은 이 십자가를 지셔야하고 거기 못박히셔야 합니다.
아! 가련하신 주여! 스스로 지은 죄 없이 대죄인과 같이 스스로를 낮추신 주여!
주여 지금은 침묵의 때입니까?
저 형리들의 포악한 고함소리, 당신을 내리치는 채찍소리, 군중의 아우성, 히히덕거리는 웃음소리, 그 모든 소움이 마치 먼 다른 세계의 일과도 같이 당신은 너무나도 묵묵히 이 무거운 십자가를 지신채 「골고타」로, 수난의 고개길을 걸어 오르십니다.
주여 나를 깨우쳐 주소서. 가장 고귀한 구원의 행위는 깊은 침묵 중에 매일의 십자가를 지는 것이라는 것을.
『누 만일 나를 따르고저 하거든 자기를 끊고 나를 따를지니 대저 자기 생명을 구하고저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생명을 잃어버리는 자는 구하리라』(루가 9장23-24절)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