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65) 목걸이 ②
발행일1964-09-13 [제438호, 4면]
내가 몸 담을 곳은 다방밖에 없었다.
다시 전날과 같은 나는 「레지」의 생활을 계속했다. 전에는 「레지」의 위치가 나에게 있어서는 하나의 「자유」의 의미를 가졌었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채광이 나쁜 어둠침침한 다방 안에서 찻잔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생활에 실증이 났다.
과거에 양부 시하가 그러했듯이 그 굴레도 벗어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갈 수 있는 자리는 다방뿐이었다.
옮길바에야 맘 좋은(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마담」 옆에 있고 싶었다. 기분전환으로 딴 다방으로 옮겨 볼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그동안 진 빚을 갚을 돈이 없었다.
일주일 쯤 지난 후 하루는 유전무가 왔는데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 있었더니 「미스」 박을 시켜 날 보자고 한다. 그에게 전날 모욕을 당한 일이 아직도 맘속에 남아있었으므로 나는 은근히 무장을 하고 그의 앞에 갔다. 유전무는 포장지에 싼 조그만 「케스」를 주며 이따가 혼자 펴보라고 한다.
『뭐이요?』
하면서 나는 그자리에서 포장지를 뜯었다.
『이따가 보라니까!』
유전무는 입가에 야릇한 웃음을 담고 차값을 탁자 위에 놓고 나가버렸다. 길쭉한 「케스」 속에는 가느다란 백금목걸이가 들어있었다. 나는 경계하는 마음으로 가짜가 아닌가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때 「미스」박이 옆에 와서 보고있다.
『유전무가 너한테 선물했니?』
『……』
나는 대답하지 않고 포장지에 도루 쌌다.
「마담」은 카운타에서 보고 있었으며 「미스」박이 가서 보고해 바쳤다.
『어디 좀 보자!』
내가 「카운타」 앞으로 갔을 때 「마담」은 미간을 찌프리며 「케스」를 열어본다.
『가짠가봐요?』
나는 유전무를 신용할 마음이 없었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가짜리니? … 이거 한 3천원 주었겠다.』
「마담」은 별로 좋은 기색이 아니었다.
그럴것이 근자 내가 본 눈치에 유전무는 「마담」의 「리스트」 속의 한사람이었다. 지위가 있거나 돈푼이 있거나 혹은 「마담」의 힘이 될만한 사람, 그런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마담」은 가까히 하였다.
젊은 사업가 유전무는 「마담」이 특히 관심을 쏟고 있었던 양, 그 미간의 주름은 좀처럼 펴지지가 않았다. 「마담」은 나에게 질투하고 있었다.
『너 손님들 한테서 이런걸 받는 것이 좋지 않다…』
이때 「미스」박이 역시 질투심이 어린 눈초리로 「마담」의 편을 들었다.
『「미스」양은, 손님보고 구경시켜달라, 저녁사내라, 뭐사달라 그런말을 곧잘 하나봐요. 난 그런말 부끄러워서 한 일이 없는데….』
『이런거 사달라면, 누구든지 선듯 사주나? 그럼 「미스」박도 사달라고 하지 그래….』
『창피스럽게 누가 그따위 짓을 해!』
「미스」박은 제법 깨끗한 위치에 있는 듯이 말한다.
『「미스」 박 줄까…』
「미스」박의 가느다란 눈이 방울같이 커진다.
『설마 나줄라구?』
『난 거짓말 안해, 애따!』
나는 5천원짜리 「캬라멜」이나 주듯이 「미스」박 손에 던져버렸다.
「미스」박은 목걸이 「케스」를 쥐고 어쩔줄을 모른다.
『정말 나주는 거니!』 하며, 커다란 입이 벙실거린다.
『시시하게 난 거짓말 안해!』 하며, 나는 새로온 손님의 차주문을 맡으러 갔다. 「카운타」에 돌아오니 목걸이는 「미스」박 손에서 「마담」 손에 옮겨져 있었다.
『너 가짠줄 알고 그러는데, 진짜다!』
「마담」이 말한다.
『진짜건 가짜건 흥미가 없어요.』
『왜?』
「마담」은 놀라며 묻는다.
『난 유전무란 사람 싫어요.』
『왜?』
「마담」의 찌푸렸던 미간이 피어진다.
『그저 싫어요. 「마담」이 맡아있으세요. 요담에 오면 돌려줄테야요.』
『…………』
「마담」은내 얼굴을 말끔히 바라보았을 뿐 아무말도 안했다.
이틀 후에 유전무가 저녁에 왔는데, 그는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마담」에게서 목걸이를 받아 그에게 주며 나는 깔깔 웃었다.
『아니 왜 웃는거야?』
유전무는 의아스럽게 묻는다.
『이런거 일없어요, 딴 사람이나 주세요.』
『사달라고 할때는 언제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목걸이 싫어졌어요. 훗훗훗훗…』
다방안의 손님들이 쳐다보겠금 나는 크게 웃었다. 그에게 복수한 것이 시원했다. 그러나 3천원이란 돈을 놓친 것이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유전무가 간 뒤 「마담」보고 돈 2천원을 꾸어달랬더니, 전채금이 아직 많은대도 두말않고 꾸어준다.
그날 아버지에게 돈을 갖다줄 약속을 했었다. 그날밤 집에 가서 그돈을 내 놨더니 전보다 약간 병이 덜한 아버지는 반색하며 받는다.
그걸 보니 이미 아버지는 나의 수중에 있는 존재 같았다. 사람이란 돈을 못벌면 기력도 죽어지는 모양이었다.
며칠 후 배달된 석간신문을 다방에서 무심코 펴보았더니, 유전무의 사진이 커다랗게 나고 증회죄로 구속당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기사의 내용인즉, 모 큰 공사에 관계 공무원에게 3백만원을 뒷구멍으로 바치고 공사를 날림으로 하여 천만원 상당의 폭리를 얻었다는 혐의였다.
「마담」도 들여다 보더니, 안됐다는 표정을 한다.
『안될거 뭐 있어요 나쁜 짓 한 사람은 잡아가야죠-』
『목걸이까지 사준 사람을 그렇게 말하는게 아니야!』
『누가 목걸이 받았어요? 그럴줄 알았으면 10만원짜리 보석 목걸이나 하나 뺏어할 걸 그랬네!』
그후부터 무슨 사장 무슨 전무하는 사람을 보면 모두 유전무가 생각이 낫다. 사업을 잘하고 돈을 잘번다는 것은 부정을 교묘히 하는 것으로만 생각이 들었다.
사장이나 전무하면 별세계 사람들 같이 높이 보였었는데, 이제는 그들의 머리 속은 부정을 교묘히 할 궁리에 가득찬 것으로만 보인다.
나는 유전무의 신문기사 이후 다시 돈푼이나 있는듯한 손님들에게 미소의 「서비스」를 부지런히 했다. 그들이 속닥속닥해서 긁어모은 돈을 나는 미소로써 그 몇천분지 일, 혹은 몇만분지 일만 긁어보자는 심산이었다.
그후 두어달 사이에 나는 패물을 두어개 손에 넣었다. 그러나 내가 몸에 지난 것은 일주일도 못되었다.
아버지의 생활비와 약값으로 팔아서 바쳐야 했다. 돈 앞에 유순해지는 양부에게 나의 승리를 느꼈다. 나는 그 승리감 속에 내 자신의 어떤 자유를 느꼈다.
그러나 그후, 차츰 나는 무거운 짐을 느꼈다. 양부는 의례 갖다줄 것을 바라고 있다. 양부는 그 돈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별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의 행실에 대해서 그처럼 엄격한듯이 보였던 양부는 그가 돈을 못벌자,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린듯 했다.
『내 친구의 딸이었는데 한번 시집갔다가 실패했는데, 얼마전에 일인상사에 취직을 했느니라, 마침 그 일인과 가까워져서 요새돈으로 수백만원이나 그 일인이 갖다주었다고 하던구나!』
아버지는 너도 그런 사람을 하나 만났으면 하는 말투다.
『그남자 부인이 없었나요?』
『부인은 본국에 있는 모양이더라.』
양부의 대답은 입속에서 조그마했다.
『미친년!』
나는 무턱 반발심이 치솟아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