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자로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제3회기의 막은 올려졌다.
세계적인 관심을 접중 시키고 있는 이번 공의회는 이로써 결정적 단계에 들어섰다. 왜냐하면 이번 공의회 중심 「테마」인 「교회」에 대한 의안을 비롯하여 교회일치(에꾸메니즘)에 관한 문제, 또는 교회의 현대세계와의 관계같은 중요한 의안들이 이 제3회기에 상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의회 자체 또는 이 제3회기의 중요성을 우리는 여기 몇장의 글로써 다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이 교회사명활동과 우리들의 신앙생활위에 가진 의미, 더 나아가 전체 그리스도교와 온 인류세계에 대하여 가진 의미의 진가(眞價)는 수십년 후 혹은 어쩌면 수세기가 지난후에야 비로소 충분히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교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인류와 세계를 위해서까지 지대한 의미를 가진 것이다.
그것은 캄캄한 밤하늘에 돌연히 빛을 발하는 「불기둥」과도 같이 어두운 인류역사의 진로를 밝혀주는 것이 될 것이다. 사실 공의회가 소집된 공기에는 바로 이같은 「비죤」이 있다.
따라서 공의회가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바는 교회가 오늘 세계를 비춰주는 광명이 되는 것, 고(故) 요안 23세의 말씀대로 암흑과 죽음에 신음하는 인류 앞에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부활하시고 여원히 영광중에 살아계시는 그리스도를 현실에 증거하는 부활성촉(復活聖燭)이 되는 것이다. 공의회가 단순히 주교들의 모임, 또는 주교단들만의 일이 아님을 제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전체 교회의 사업이며 적어도 정신적으로 모든 가톨릭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세계적 보편성을 가진 일이다. 더 나아가 공의회는 사람인 우리들만이 이루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 교회안에 계시면서 이 교회를 언제나 거룩히 보전하시고 이끄시는 천주성신의 은총과 그 인도가 있어 비로소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주교님들이 공의회로 떠나시기 전에 각 교구 모든 신자들에게 공의회를 위한 기구를 바칠 것을 요청하신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이다. 뿐만 아니라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이번 제3회기로 결정적인 단계에 들어선 공의회 성공을 위하여 9월 23 · 24 · 25 · 27 4일간에 특별기구를(위의 추계(秋季) 3일간은 대재(大齋)와 같은 희생행위를 겸하여) 바칠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계신다.
그럼 우리는 주교님들의 또는 더 나아가 교황 성부의 공의회를 위한 이같은 기구와 희생행위 요청에 어떻게 호응할 것인가? 물론 가톨릭신자이면 누구나 다 여기에 두말없이 순응해야 한다는데 아무런 이의(異議)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아무런 이의도 제기치 않는 태도에 이의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편 신자로서 교회상부지도층의 영(令)과 뜻에 순종함이 당연하다는 정신자세이기도 하나 다른 한편 그것을 상명하복(上命下服)이라는 극히 수동적인 태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서는 우리의 공의회에 대한 태도 역시 극히 소극적임을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의회는 이미 위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주교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 교회의 일이며 그러기 때문에 성직자와 평신자를 막론코 모든 가톨릭교인들이 함께 이루어야 할 일이다.
여기에 우리는 다시금 평신도들의 교회의식이 강조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교회는 성직자들만의 교회가 아니다. 성직자 평신자 합한 우리 모두가 교회이며 교회구성의 주체는 성직자들이라기보다 오히려 평신자들이다. 왜냐하면 교회에 성직직분이 있는 이유가 그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고 바로 평신자들에 봉사하기 위해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신자들은 자신들을 구워사업의 객체같이만 생각는 이제까지의 관념을 벗어나 『세계를 구원해야 할 주체는 우리들이다.』라고 의식하게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기원해마지 않아야 할 공의회 성공여하도 실은 신자들의 이같은 교회의식 여하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공의회 성공을 위해 비는 우리의 정신자세는 우리 자신들이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이 공의회에 직접 참여하고 관여하고 있다는 자각을 뒷받침한 적극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공의회를 위한 기구문에서 보는 바와같이 우리는 천주성신께서 당신은총을 공의회에 모인 주교들 위에 풍부히 내려주시고 그들의 정시을 비추어주실 것을 빌면서 동시에 공의회에서 결정된 바를 감심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신속히 준행하는 마음태세를 주시옵도록 간곡히 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