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28) 東西(동서)의 彼岸(피안)
동서양이 다른 생활철학
「東西(동서)의 彼岸(피안)」 객창서 읽고 사색의 세계 헤메기도
고적 가운데 살찌우는 나그네 생활
발행일1964-09-20 [제439호, 3면]
외로움이 몸에 푹 젹셔드는 미국의 주말이 있다.
고독은 인생을 좀먹기 쉽고 웅지마저 버리게 되기 쉽다.
이국생활에 의례히 외로움은 묻어있기 마련이지만 이 외로움과의 투쟁 여하에 따라 자기 인생을 살찌게도 할 수 있고 또 인생을 헐뜯게 할 수도 있다.
나는 미국에 갈 때 조그마한 손가방 하나를 들고 갔다.
마중나온 친구들은 한결같이 『아니 아무리 잠간 머물러있을 사람이라 해도 이럴 수 없겠는데, 오래 머물러 있겠다는 사람이 아니 이게 뭐요』 하는 것이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실감있게 느껴진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웬만한 것들이야 뭐 미국가서 해결하지 뭐』
난 처음 세계일주여행을 할 때 하도 짐 때문에 고생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두번째로 가는 미국여행에서는 적어도 짐으로 인한 고생은 면해보고싶어 20「킬로그람」무게의 항공 수하물 한도량의 반도 못되는 조그마한 가방 하나만을 장만했던 것이다.
가방 속에는 속 내의들과 세면도구 그리고 책 네권이었다.
내가 무척 소중히 읽던 중국인 법리학자인 죤 우(吳경웅 著 金益鎭 선생의 번역) 저서인 「東西의 彼岸」과 공과와 영한사전 한영사전 이렇게 네권이 중요한 무게를 차지하고 있었다.
실상 나는 죤 우의 「東西의 彼岸」을 실감있게 감상할 기회를 가지려 했던 것이다.
영국 · 미국 · 불란서 · 독일의 법학계에서 널리 알려진 죤 우의 동서양의 사상적 비교 종합 또는 풍속의 차이 등을 또한번 반추해 볼 수 있은 것은 유쾌한 일이었다.
겨울이 되니 「코트」생각이 났다. 한국에 두고 온 「코트」가 그리워졌지만 미국서 「코트」를 사입을 생각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비싸다. 70불(2만원돈) 이상은 줘야 산다. 한국에서 양복도 해 입고 「코트」도 갖고오는 우리외교관들의 이야기를 너무 늦게 들은 것을 후회했을 지경이었다.
『「뉴욕」기후는 한국과 비슷하다는데, 내복이라도 보낼까요?』
아내의 편지에는 우송하기에 간편한 내복을 보내겠다 했지만 도대체 한국에서처럼 내복입은 사람이 없다.
영하20도를 넘나드는 추위라해도 전차고 「버스」고 사무실이고 간에 온통 난방장치가 철저해서 찬온도에 부딪칠 시간이라고는 차를 타기 위한 4·5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몸이 얼어 볼 겨를이 없다.
어떤 한국 유학생은 내복을 입고 「파티」에 나갔다가 혼자 비지땀을 흘리고 나서 그 이튿날 감시에 들은 적도 있댄다.
주일날 성당엘 가도 돈통 여자들은 겉옷을 벗을 정도니까, 「파티」에 가서는 영하20도 냉한의 기온 속에서도 살을 다 내놓다 싶이한 야회복을 입고 있으니 한국의 소가죽처럼 두꺼운 한국 내복을 껴 입을 수는 없다.
서양사람들은 동양사람을 신비속에 사는 사람으로 아직껏 아는 사람이 꽤많지만 죤 우 같은 분이 차츰 그 「베일」을 제쳐주고 동서양을 접근시켜주는 듯 싶었다.
한나라는 겨울이 되면 내복을 입고 또 하나 다른 저쪽 나라에서는 내복을 안입는다는 것 정도는 풍속도 아니고 사상적인 무슨 기원을 가진 것도 아니다.
『「미스터」신, 동양의 불교도들은 왜 고기를 안먹고 회교도들은 왜 자기 학대를 해야하는 고행을 하는거죠?』
가끔 이런 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생전 보지도 못했던 남녀가 중매쟁이에 의해 결혼한다니 아니 그게 사실 가능한 얘긴가요?』
하지만 무척 신비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자는 내 아내를 결혼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내 부모는 결혼날 신방에서 처음으로 초대면하였다니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질문임에 틀림없었다.
『벨지움의 분도회원 에드와르드 노이트 신부가 그런 이야기를 듣더니 도무지 믿어지지 아니한다던 일이 생각난다. 그 신부는 놀라 우스워하면서 「당신이 결혼전에 부인을 사실로 본 일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럴수가 있을까요?」라고 질문했다. 나로서는 그가 놀라운 것이 우습고, 그가 우스워하는 것이 놀라왔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신부님 당신의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를 당신이 고르셨나요? 그래도 역시 그들을 사랑하시지요」(中略)
나는 구식 혼인제도를 정당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런 제도를 가능케 한 심리를 이해시키고자 할 따름이다.』(金益鎭 譯 東西의 彼岸 59 인용)
동적(動的)인 서양과 정적(靜的)인 동양과 서로 다른 사상적 바탕 위에서 많은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리스도적인 사랑, 겸손, 인내 등을 존중하는 면은 일치되는 점 같게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