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핥기 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29) 사이즈 생활
제 몸에 맞추어 사는 건지 사이즈에 제몸 맞추는건지
규칙속에 사는 미국인들
발행일1964-10-04 [제441호, 3면]
어지간히 규칙적인 생활을 싫어하는 사람 같기만 하다.
미군 아저씨들을 봐도 사병이 장교앞에서 담배를 뻐금 뻐금 태우는 광경을 보게되고, 도무지 외관으로는 절도도 없이 적당히 지내기를 좋아하는 국민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 알고 보면 외관으론 그렇게 보이지만 상하의 명령계통이 뚜렷한 것이 미 군이고 온 국민도 엄한 시간관념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이면서도 수많은 국민이 세월을 허송하는 딱한 생활이 있지만 미국이라고 하는 크고 풍족한 나라 사람들은 온통 시간제 속에 얽매여 모두 바쁘기만 하다.
8시간 노동제는 철저하다.
수술하다 말고 근무시간이 다 됐다고 해서 수술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식당 종업원은 물 나르다가 시간이 되니까 바로 흰 위생복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손님 좌석에 앉아 교대 되어온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하는 정도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 정도로 8시간 노동제도가 철저하다. 미국사람들은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규칙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출근해야 한다. 적당히 사는 방법이 없다. 출근부라고 해서 도장을 찍는 것이 아니고 시계가 달린 기계다. 말하자면 출근부도 기계로 되어있는 셈이다.
자기 이름이 적힌 「카드」를 이 시계 출근부 기계속에 넣었다 빼내면 자기가 출근한 시간이 적혀 나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기계문명은 이같이 출근부까지 개조해놓고 인간생활까지 관리하게쯤된 감이있다.
미국에 처음 가서 겪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물품의 「사이즈」(크기)를 몰라 당황하는 가 꽤 있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 「사이즈」생활을 하고 있다.
모자, 「와이샤스」 심지어는 장갑, 양말 · 구두 온갖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이즈」를 알아야 흥정할 수 있다.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으로 시장에 나온 기성용품을 미국인들은 애용한다. 모든 상품에는 표준규격이 있고 그 규격을 각 개인은 알아야만 한다.
여자고 남자고 간에 우리들은 나자신의 머리 둘레가 얼마되고 양말 「사이즈」가 어떻게 되고 「블라우스」의 「사이즈」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지만 미국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일은 없다.
「사이즈」 생활하는 감에 있을 정도다. 자기 몸에 맞을 상품을 골라 입고 살기에 편리한 나라 같기도 하고 상품 「사이즈」에 자기(인간) 몸을 뚜들겨 맞추어 사는 나라 같기도 하고 판단하기조차 힘들다.
기껏해야 「와이샤스」의 목둘레 「사이즈」가 16이란 정도밖에 모르던 나는 『소매길이 「사이즈」는 어떻게 되죠?』하고 점원이 반문할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잠간 이리와 보세요 선생님은 32면 되겠어요』
그래서 나는 「와이샤스」 깃 안쪽에 「16-32」라고 인쇄된 숫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차츰 미국의 「사이즈」생활에 익어가기 시작했지만 내기 『내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동양철학적인 의미와는 달리 『내 자신의 「사이즈」부터 알아야만 하는』 미국생활을 위해서 수첩 「메모」장에는 나의 모자 「사이즈」까지 적어놓지 않으면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