平信徒(평신도) 눈에 비친 美國(미국) 겉 핥기錄(록) - 美國(미국) 가톨릭 안팎 (30) 성글라라수녀원서의 대화
대학원까지 나오고서 왜 갔을까?
봉쇄수녀가 연애해왔는가고 반문
낯선곳으로 「한국」찾았더니 그녀는 미국서 천주를 독점
속세를 分界(분계)하는 카텐 너머의 대화
발행일1964-10-11 [제442호, 3면]
한국에는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은 수녀원이다.
이 「성글라라」봉쇄수도원에 한국 수녀가 있다는 소릴 듣고 이 알렉산델 신부님과 함께 찾아갔다.
「미네아폴리스」 근교에 있는 한적한 마을에 자리잡고 있었다.
흰눈이 온마을을 뒤덮고 있는 정월13일.
「갈멜」처럼 규율이 엄한 봉쇄수도원이란 이야기와 미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온 한국여성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는 수도원이란 예비지식 밖에는 나에겐 없었다.
대기실에는 외부수녀의 상냥한 웃음과 탁자 위에 놓인 재떨이가 있었는데 한결 속인(俗人)의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정면엔 고해틀 두배가량 되는 나무창살이 있었고 나무 창살 저쪽으로 진한 주홍빛 「카텐」이 드리워져 있었다.
옆방 면회실에서는 가족들의 면회인듯 즐거운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새어들어왔다. 창살과 「카텐」을 사이에 두고 속세와 수도세계가 분계(分界)되어있다.
상처입고 더럽혀진 나의 속된 영혼과 희생과 기도」로 살찐 영혼과의 맞대면 할 수 있는 곳 같기도 했다.
「카텐」 저쪽에서 「말」이 나타났다.
얼굴이 아니라 「말」만 나타난 것이다.
『이 신부님 오셨에요? 안녕하셨에요?』
『네. 근데 신태민씨랑 같이 왔어요』
『그래요 신선생님 저 기억하시겠어요』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누굴까?>
『이 데레사에요, 왜 언젠가 박의장댁에 오셨을 때 뵌 적이 있었고 그전에도 뵌 적이 있었는데…』
나는 두번째로 놀랐다.
어떤 용무로 박의장댁에 갔을때 육여사와 같이 앉아있던 여성이 있었다.
이분이 바로 이 데레사였다. 육여사의 영어가정교사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 그래요? 바로 그 이 데레사씬가요』
나는 왜 미국 유학까지 마치고 귀국해서 조국과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봉사했던 이분이 미국의 봉쇄수도원엘 들어갔을가?하는 어리석은 생각끝에 그만 우문을 해버렸다.
『아니 왜 하필 그많은 수녀원 중에 이같이 규율이 까다로운 봉쇄수도원을 택하셨어요? 배운 지식을 남에게 노나주며 수도생활 할 수 있는 활동 수녀원도 많을 터인데…』
신문기자적인 습성도 작용했겠지만 이렇게도 봉쇄수도원을 택하게 된 동기를 물었다.
그는 서슴치 않고 나에게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었다.
『신선생님 연애 해보신 경험 있으세요?』
『네…………?.』
『해 보셨다면 이해되실 거에요.』
『그럼 독점의식입니까?』
『천주를 사랑한다면서 희생없이는 안될 일이라 생각돼요.』
그의 얼굴은 못봤지만 그의 영혼의 맑은 표정이 엿보이는 듯 했다.
『수녀원 지망은 10년전이었어요. 어느 열렬한 애인이 나를 위해 10년이나 기다려 주겠어요. 천주님의 은혜는 한꺼번에 못얻나와요. 적절하게… 적절한때 나누어 주시나 보죠.
「하이힐」에 「파마」를 했던 내가 수녀원에 간다니까 무슨 일시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그러는 줄 아는 친구도 꽤 있었죠.』
그의 말소리는 무거웠다. 그리고 담담했다. 약간 떨린듯이 들린것은 어떤 중압감에 사로잡힌 내 귀의 착각이었을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기구와 희생으로 내 자신을 하루 하루 정비하면서 살고 있죠』
속된 사고방식 속에서 미국당에서 지칠대로 지치고 피로해진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종소리가 울렸다.
면회 마감시간이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수녀님 내내 몸 건겅하시고 우릴 위해 기구해 주세요. 저도 기구해드리겠어요.』
면회실이 불이 탁 꺼진다.
수도원 문밖엘 나왔다.
영하 15도의 한파가 마치 세속의 흐린 물결처럼 온몸에 몰아치는 것이었다.
『수녀님께 말씀드려 「카텐」을 벗길 허락을 맡을 수도 있는데요…』
하고 그가 말했을 때 이신부님이 『그것도 희생으로 바치고 그만둡시다.』하고 나온 일이 잘한 일인지, 얼굴을 보고 나온 것이 잘했을 일이었을런지 분간할 능력조차 잊고 한동안을 나는 묵상속에 수도자들의 「희생」정신을 물끄러미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호 삽화는 백인수끼 그림이 아니고 김세종씨의 그림이었아오니 정정사과드립니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