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점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사조(思潮)의 하나는 모든 분야에 있어 하나를 지향하여 뭉치는 운동이다 정치 · 사회 · 문화면을 위시하여 현대인의 모든 활동은 하나의 국제성을 지향하며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와 같이 한 민족과 국가에 있어 어떤 문제가 해결되면 그것이 전부라고 믿던 시대는 이미 지나고, 이제는 전세계인을 위하여 문제가 취급되고 또한 해결되어야만 한다.
이런 세기적(世紀的) 움직임에 있어 유독 종교계만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수 있겠는가. 종교는 그 본질상 우구보다도 전 인류를 한가족으로 만들고, 모으는 운동에 앞장서야 마땅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인류사에 나타난 종교와 그리스도의 교회는 부끄러울 정도로 분열과 싸움의 「스캔달」을 수없이 남겨놓은 것이 사실이다. 「스캔달」은 그 피해와 누를 탓없는 제3자에게 막기위하여는 최단시일 내에 청산하고 종결시켜야 마땅하다.
요안 23세가 교황위에 오르시자마자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소집을 선언하시며 전세계 그리스도교계에 호소하신 교회재일치운동은 바로 위에 말한 그리스찬들의 「스캔달」을 최소한으로 축소시키고 청산하자는 운동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분열과 싸움의 해결이란 서로 화해와 해결이란 서로 화해하고 손을 잡는데 있고 또 좋은 해결에 도달하기 위하여는, 감정을 완화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교계의 분열에 있어서는 동방정교회(東方正敎會)와는 9백년, 그리고 개신교(=프로테스탄)와는 4백년의 긴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서로의 감정을 완화하고 분열의 종지부를 찍을 시기에 비록 지각은 하였지만 절호의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왜 절호의 시점이냐 하면 교회재일치운동을 하자는데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교파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혹시 반대가 있다면 그것은 재일치의 방법론에 관한 의견차이점일 것이다.
요안 23세가 교회 재일치를 부르짖고 내세우신 방법론에는 종래이 그것과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종래의 재일치 방법론은 신조의 토론과 설득에 치중한 것이 사실인데 요안 23세는 신조의 토론에 앞서 서로 미워하지말고 자기가 속하여 있지 않은 다른 교파를 헐뜯기에 앞서 자기자신을 살피는 겸손과 그리스도의 최상의 가르침인 우애실천으로 완전인화(完全人和)의 분위기를 조성하자고 가르치셨다. 과거에는 신조토론 끝에 타교파인을 완전히 가톨릭교인으로 회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지만 요안 23세는 먼저 참다운 그리스도교의 형제애로써 타교파인을 사랑하고 그리고 부드러운 대화로써 서로 같은 점을 찾고 나중에 서로 다른 점에 있어 차이점을 메우기 위하여 공동노력하자고 제의하신 것이다.
요안 23세의 이런 재일치 방법론에 많은 비가톨릭교파에서 공명하여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제1회기에 45명의 「옵서버」들을, 그리고 제2회기에 63명의 「옵서버」들을 파견하여 사상최대로 많은 그리스찬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의회가 성립된 것이다. 그리고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제1 제2 회기를 통하여 안건의 처리상황을 개관하면 모든 교리문제가 교회재일치라는 큰 숙제를 염두에 두고 다루어졌다.
가령 제1회기에 있어 계시의 원천(啓示源泉=SOURCES OF REVELATION)의 안건(案件-SCHEMA)만 해도 그 「스케마」가 교회 재일치를 해칠 염려가 있다고 해서 재수정하여 제출하도록 의결되었고, 교회문제안건(DE ECCLESIA)에 있어도 종래의 가톨릭의 전통적 정의에 새로운 해석을 가하여 교회재일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안건을 다루었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깐」 공의회를 중심으로 교회재일치운동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붐」은 가톨릭교회의 본질적 사명에서 나오는 운동이기 때문에 진작 있었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진정한 교회는 가톨릭성당에 나가는 신자뿐 아니라 예배당에 나아가는 프로테스탄 교파의 신자들 그리고 아무데도 안나가는 미신자들까지도 다 보살펴서 「한양의 우리」로 이끌어들일 사명을 지니기 때문에 교회재일치운동의 「붐」은 시간적으로 크게 늦은 감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회재일치운동은 「바티깐」 공의회에 모인 교부들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이 협조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17차 「플로렁스」 공의회(1438-1445년)때 동방교회와 가톨릭교회가 완전히 일치한다고 공의회에서 선언하고 교부들이 서명날인하였지만 일반신자대중이 호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의 완전 재일치를 위하여는 가톨릭과 비가톨릭의 신자들 대중이 이 운동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는 성취될 수 없음을 명심하여야 될줄 안다.
일부 가톨릭성직자와 신자들 사이에 과거에 안된 것이 어떻게 될 수 있겠는가 하고 크게 회의와 실망을 가지고 교회재일치운동을 평가하고 있는데 사실 교회 재일치는 단시일내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 50년 혹 1백년동안 모든 신자들이 미워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우리의 잘못된 것을 시정하려고만 한다면 교회재일치운동은 꼭 성공하고 말 것을 필자는 단언한다.
다음은 金圭榮씨.
朴養雲(가톨릭대학 신학부 교수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