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산티아고 순례자들과의 경험을 설명하고 있는 인영균 신부.
여기서 인 신부는 순례자들에게 이틀 이상 묵을 것을 권했다. 매일매일 ‘걷기’만 생각한 순례자들에게 하루 이상 ‘멈추라’는 제안은 당혹 그 자체였다. 인 신부와 다른 순례자들과 체험을 나누고, 상담하고, 성사에 참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이 초대해 응한 순례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순례의 시간을 인간적 시간 ‘크로노스’에서 하느님의 시간 ‘카이로스’로 변화시켜나갔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 시간을 통해 순례의 변화를 체험했다. 이 시간을 계기로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된 이들도 여럿이다.
“지식, 직위, 돈… 이런 갈망이 다 배낭 무게예요. 내가 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서 다 채우면 우주의 무게죠. 순례길을 걸을 때 그 무게가 고통이죠. 내 욕심을 내려놓고 순례길을 하루하루 걸으면 믿는 사람에게든 믿지 않는 사람에게든 하느님은 선물을 주세요.”
멈춤의 시간은 인 신부가 순례길을 걸으면서 직접 경험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인 신부는 산티아고길을 걸으며 3번의 멈춤을 체험했다. 또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순례자들을 위해 활동하던 인 신부는 팬데믹 봉쇄라는 멈춤도 겪었다. 팬데믹 봉쇄는 고통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시간 덕분에 자신의 체험에 순례자들과 나눔의 시간으로 얻은 ‘카미노의 보물’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책에는 산티아고의 역사와 인 신부의 체험, 그리고 여러 순례자들과의 나눔, 그리고 그를 통한 잔잔한 묵상이 담겨있다.
인 신부는 이제 국내에서 선교담당총무를 수행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인 신부는 여전히 자신이 ‘산티아고 신부’라고 말한다. 인 신부의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그는 이 순례길을 “찐(진짜) 순례길”이라며 우리 모든 순례자들을 멈춤에 초대한다. 인 신부는 “책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천사들이 도움을 줬고, 이 책의 수익금은 가난한 지역교회를 돕는 데 쓰인다”며 “여러분도 천사가 되어 주시길 청한다”고 전했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만이 아니에요. 살아가면 분명히 멈춤의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내 욕심을 채우기보다 배낭을 비우고 겸손되이 걷는다면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 참으로 필요한 것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