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시보」 3월 14일자 제4면 기사 중에 동일한 표제로 최분도 신부님의 날카로운 비판이 실려 있다. 지당한 말씀도 많고 참고 될 사항도 많다. 다만 한 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교리에 어긋나는 것』이란 소제하(小題下)의 지나친 표현이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성부란 말이다. 이런 열교는 우리 한국에만 있다. 당장 파문 선언을 내려야 한다』하며 흥분하셨다.
물론 새로 번역된 「미사통상문」이 좀 더 다듬어져야 하리라.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파문벌까지 받아야 할 정도의 과오가 내포되었다고는 생각조차 못했었다.
『나는 전능하신 상부로서… 창조하신 이를 믿으며』 했다고 이것을 『내가 성부라』고 주장한 것 처럼 해석하는 것은 마땅치도 않으려니와 번역한 사람의 의향은 더욱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어머니로서 회생된 분을 존경한다』하는 문장을 『내가 어머니라』는 주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주어가 둘씩 한문장 속에 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우리말의 특징이 아닐까? 『나는 선생님이 오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최 신부님이 쓰신 글을 읽었다』 『나는 복자로서 이 민족을 돌보시는 김대건 신부님을 특별히 공경한다』 등등.
또 한 가지 꼬집기 위해서 꼬집은 듯한 느낌을 준 것은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나이다』에 『도』를 불이라 하신 점이다. 성자의 천주성을 명백히 고백하려는 의도에서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 발하시나이다』를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나이다』로 고친 것으로 알고 있다. 성부 보다 성자의 품위가 좀 못한듯한 표현을 성부와 성자가 동등의 품위라는 표현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성부에게서 성자를 통하여』(A PATRE PER FILIUM)도 정통적 표현이로되 성가의 천주성을 부정하는 이단자가 이런 표현을 제 나름으로 인용한 관계로 성부와 성자의 동일한 천주성을 표현하려고 A PATERE FILIOQUE라는 표현을 택한 것이다. 「-QUE」는 「ET」, 「ATQUE」와 꼭 같은 접속사이다. 따라서 『성부와 성자에게서』라고 번역하면 될 것이고 또 마땅히 이렇게 번역해야 한다. 만일에도 최 신부님의 주장대로 『성부와 성자게서 「도」 발하시나이다』라고 한다면 또 그 누구에게서 발하신 것을 전제로 하거나 암시하는 표현이 될 것이다. 성신은 분명 성부와 성자에게서만 발하시는 분이다. 성부와 성자 외에는 성실을 발하실 존재가 전혀 있을 수 없다. 이것이 가톨릭의 교리다. 따라서 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좀 지나친 공격일 듯 하다.
인천에서 전국 전례위원회가 개최되었을 때 어떤 분들은 명백히 잘못 번역된 부분을 바로 잡아서 출판하자고 했지만 이왕 출판 된 것이니 두 가지 세 가지 틀리는 통상문이 나와 있는데 또 한 가지 새것을 만든다면 혼란만 생길 것이니 다시 수정할 필요가 없도록 완전한 통상문을 만들기 위해서 좀 더 오랜 시일을 두고 용어위원회(用語委員會)나 편찬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해서 진지하게 수정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현재의 통상문을 그대로 사용하자고 의결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통상문」을 판매중지령 사용 엄금령으로 묶어버려야 한다는 말씀은 지나친 표현인 듯 하다.
하여간 「통상문」 뿐아니라 모든 공식예절에 사용되는 기도서와 새로 번역되는 신약 성서 등의 완전한 번역을 위해서 용어위원회나 편찬위원회 같은 강범위한 조직을 강화해야 하겠다. 이미 구성된 전례, 교리, 성서, 3개 위원회의 최종적 결실을 위해서 가장 요긴한 조직이 바로 용어위원회라고 생각된다. 용어위원회라면 임위가 좁은듯하나 모든 공식 문장을 다듬는 역할을 맡아볼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 필요 할 뿐아니라 시급히 필요하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조직 속에는 이 일에만 일생을 바칠 수 있는 실무자들이 성직자와 평신도로써 구성되어야 하겠다.
이런 조직이 없기 때문에 전국 전례위원들과 교리위원 성서위원들이 애는 쓰고 서도 만족할만한 문장하나 교회에 제공하지 못하고 비난만 받고 드디어는 파문벌의 위협까지 받아야 했다. 물론 선의의 위원들이니까 처벌받을 위험은 없겠지만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전국적인 사목행정에 이바지해야 할 적극적인 사명이 지대한 까닭에 너무 서두르지말고 서서히 완벽을 기하도록 용어위원회의 독립과 강화를 제의하는 바이다.
金南洙(부산교구 교리위원, 西面본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