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89) 過去(과거)와 現在(현재) ①
발행일1965-03-21 [제463호, 4면]
다음날, 약속 시간 십분전 쯤 나는 ××다방에 앉아 있었다. 결혼 전 「데이트」니 만큼 구두닦이도 휴업을 하고 옷은 「스츠」 얼굴에는 화장도 했다.
드디어 시간은 정각 두시, 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앞선다. 꽁문이를 빼는 그가 오지 않을 법도 했다.
(어제의 약속은 급한 김에 아무렇게나 한 것일 꺼야?)
이렇게 의심을 하고 있을 때, 내 앞 「복스」에 들어서는 남자의 기척이 있기에 보니 승우였다.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담으며 그는 차를 시켰다.
(부모를 잘 설득시켜서 우리의 결혼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런 희망을 나에게 안겨 줄만큼 승우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었다.
그는 문제의 핵심에도 들어가지 않고 딴 회사일이 몹시 바빠, 겨우 빠져 나왔다는 이야기를 장황히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바쁜 기색이 안보였고 간간이 찌푸리기는 했으나 곧 전의 미소가 입에서 감돌았다.
『「미스」양은 진호군과 언제부터 알지요?』
『한 일년되어요.』
『진호군은 진실한 사람이야, 진호군은 「미스」양을 좋아하죠?』
『왜 딴 얘기를 하세요?』
나는 반문했다.
『딴 얘기가 아니죠… 진호군과는 잘 아는 사이인데 삼각관계를 맺기는 싫거든!』
『그전에는 그런 것을 몰라서 저한테 「푸로포즈」』하셨던가요?
『확실히 몰랐지!』
승우의 눈시울에 한가닥 그늘이 스쳤다 사라지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진호씨의 얘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승우씨와 나 사이의 이야기를 하십시다!』
이렇게 다가드는 자신이 스스로 웃읍기도 했다. 어느 쪽이고 싫다면 헤어질 수 있는 사이이지, 강요할 아무런 이 연이 맺어진 사이가 아닌 것을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마치 이미 끊을 수 없는 깊은 관계에 이른것 같이 또 다가 들었다.
『남자가 한번 말했으면 그만이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웃으워요!』
『나는 지금도 「미스」양이 좋아! 이렇게 마주보고 앉았는 것이 기분 좋아요. 그러나, 결혼만은 어려워. 만약 내가 「미스」양과의 결혼을 우긴다면 부모와 의절이 되어야 해!…』
승우도 이렇게 말하며 내 반응을 보느라고 잠시 말을 끓었다.
『…부모를 위한 결혼인가요? 자신을 위한 결혼이지!』
나는 똑 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의절당한 뒤의 일을 생각해아죠. 집을 나오고, 또 지금 다니는 아버지의 회사의 전무자리도 내놓고 나서야 하는데, 어떻게 생활을 하겠어?』
『…취직이라도 하면 되지 않아요?』
『누가 나같은 풋내기에게 중역자리를 주나요?』
『평사원이면 어때요?』
『평사원 자리도 옛소하고 주는 사람이 있거든 소개해주어요.』
승우는 빙긋이 웃으며 말한다.
『그럼 왜 당초에 자기가 실행할 수도 없는 말을 해서 여자의 마음을 흔들어 놔요?』
『서로 연분이 아닌 걸로 생각합시다.』
『고리타분한 연분같은 걸로 핑계를 삼지 말아요!』
내 언성은 높았다.
이때 승우의 얼굴에 핏기가 싹 오른다.
『「미스」양은 그렇게 큰소리할 자격이 있을까?』
『돈이 없단 말이죠?』
『돈이 문제가 아니야!』
『그럼, 내 출생이 어떻다는 건가요?』
『그런 것도 문제가 아니야!』
『그럼 무엇이 문제야요』
『「미스」양의 양심에 물으면 알거야…』
『…난 양심에 가책된 일 한일 없어요.』
『그럼 묻겠는데, 「비어홀」에 나간 일없어?』
『있어요.』
『왜 그런데 직업을 가졌어?』
『내가 순결했느냐 안했느냐가 문제지, 그런데 나간 것이 문제가 아닐거예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거든!』
『승우씨의 생각이 제일이지, 남의 판단을 빌릴거야 없지 않아요?』
『「미스」양과 나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가서 단둘이 산다면 아무래도 좋지만, 사회라는 것은 그렇지 않아!』
『…「비어 홀」이란 이 사회가 만든 것인데 어째서 이 사회가 자기가 버젓이 만든 것을 발길로 차는 거에요?』
『사회 속에는 나쁜 것과 좋은 것이 같이 있어요. 「미스」양은 왜 좋은 것을 선택하지 못하고 나쁜 것을 선택했어?』
『나는 지금도 「비어 홀」에서 일하던 것을 조금도 나빴다고 생각지 않아요.』
『어째서?…순결해야 할 처녀의 몸으로 술을 따르고, 뭇 남자들의 희롱의 대상이 되었는데 떳떳하다고 할 수 있어?』
『「오피스」에 취직하고 싶었으나, 나를 받아 줄 「오피스」는 하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지요?』
『인내 깊게 구해야죠!』
『양부는 병석에 들어누워 계시고 당장 쌀 살돈이 아쉬운데 눈만 껌뻑거리고 우두커니 있어야 옳겠어요.』
『여성에 있어서 순결은 생명이지! 한끼의 밥 때문에 순결을 희생할 수야 없지』
『승우씨, 밥 굶어본일 있어요?』
『거건 왜 물으세요?』
『하여튼!』
『없어요.』
『굶어보지 않았으니 굶는 사람의 심정을 모를 거에요.』
『…또 양키하고도 상당히 깊은 연애 관계가 있었다면서요?』
『결혼약속까지 갔다가, 흐지부지 됐어요. 순전히 그것 뿐이야요.』
『………』
승우는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회사 일이 바쁜데…』
승우는 시간을 보더니 호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어 내 앞에 놓았다.
『내가 나가고 나거던 보세요.』
승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남기고 「카운타」로 가더니 차값을 치르고 혼자 먼저 나가버렸다.
봉투는 아무것도 안들은것 같이 얄팍하기에 무엇인가 하고 속에 든 것을 꺼내 보았더니 액면 오천원의 보증수표였다.
나에게는 큰돈 이었다.
받을 마음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잠시 뒤엉킨다.
넣어둘까 하다가 그러한 내 자신을 픽 웃으며 봉투를 들고 급히 다방을 나섰다.
승우는 삼십 「미터」 쯤 저편 길모퉁이를 돌아 설려는 참이었다.
뛰어가서 그의 호주머니에게 넣어주었다.
『왜요? 용돈으로 쓰세요.』
『이런 것 필요치 않아요.』
『생활이 아쉽지 않아?』
『정 아쉬우면 「비어 홀」에 나갈망정 남의 돈 거지 모양 거저 받기는 싫어요.』
승우는 눈이 땡그레지며 아무 말도 못했다.
『가끔 오셔서 구두나 닦아주세요. 그리고 부모님이 기뻐하시는 좋은 결혼을 하세요.』
나는 태연한 표정과 웃음으로 말하고는 싹 돌아 섰다.
어쩐지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휘파람은 나오지가 않았다. 무언지 허전한 한모퉁이에 걸린다. 그러면서도 무언지 유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