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75) 구오봐디스 ③
발행일1964-12-06 [제449호, 4면]
그후 한 열흘후 양부는 전세집을 내놓고 변두리로 값싼 사글세방을 얻으러 다녔다.
육만원은 「미스터」강의 「타일」회사에 투자할 예정이엇으니, 남는 돈은 겨우 이만원, 변두리라도 그 돈 가지고 방을 얻기는 힘이 들었다.
겨우 C동 채석장부근의 판자촌에서 담도 대문도 없는 토벽집의 방한칸을 얻어들었다.
판자촌에는 집집마다 변소 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가 않아 아침이면 판자집 사이에 지렁이 허리같이 구불렁 거리는 좁은 골목에 아이들이 눈 노랑대변이 김을 하얗게 뿜었다.
대개 하루벌이 품팔이 일꾼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국민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자기 부모를 도와 무엇인가 하고 있었다. 우리가 든 안집에는 민교 오학년짜리 계집애와 사학년짜리 사내아이, 남매가 있는데 그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구두닦이를 하고 있었다. 사내아이의 구두닦이야 평범한 광경이었지만 계집아이가 저희 남동생과 같이 목판을 들고나서는 것은 나의 주목을 끌었다. 어머니가 없는지라 계집애는 구두닦이에서 번 돈으로 오는 길에는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들고 와서 밥을 지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후두결핵으로 근력이 없이 전과같이 힘든 노동일을 못하고 가끔 이집 저집에 다니며 미장이 「대모도」 노릇을 하고 있었다.
아머지는 노상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으나 두 남매는 영양부족인 얼굴이지만 팔딱팔딱 뛰며 잘 놀았다. 양부는 구질구질한 이웃주민에 대해서 자기는 이질적이고 한단 높은 인간인 것 같이 굴었다. 그는 아침에 김이 나는 노랑꽃을 보면 부삽을 빌려와서 치우며
『에이!』
하고 상을 찡그렷다.
그는 판자촌의 주민이 된 뒤에도 나비 「넥타이」를 말쑥한 흰 「와이샤쓰」 속에 졸라메고 머리에는 기름을 윤이 나도록 바르고, 구두도 매끈히 닦고 집을 나섰다. 주민들은 자기네 족속과 다른 아버지의 옷차림을 큰 구경거리나 되듯이 바라보았다.
『저런 사람들이 어째서 이런데로 날러들었을까?』
이웃 아낙들은 속닥속닥 수소문들을 했다.
『집을 새로 짓고 있는데 지을 동안에 임시로 있는거요.』
양부는 묻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했고, 나보고도 그렇게 말하라고 권했다.
나는 사람들이 물으면 그저 웃기만 했다.
양부는 누추한 판자촌을 보이지 않으려고 「미스터」 강에게 집을 알리지 말자고 하였으나, 나는 일부러 알렸다.
숭글 숭글한 「미스터」 강이 우리의 형편을 아는 것이 도리어 효과적이 아닌가 생각했다.
가난한 그대로를 그가 보고 도와주기를 바랬다.
그의 자가용은 그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동리 아이들뿐 아니라 주민들이 우우하고 자가용을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미스터」강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으나, 그래도 나에 대한 태도나 양부에 대한 태도는 전과 과히 다르지를 않았다.
『우리는 보시다 싶이 가난해요. 아버지가 투자한 것은 우리의 최후의 재산이야요….』
나는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미스터」강에게 말했다.
『염려마세요. 공장만 잘되면 그거 열배는 새끼를 칠테니깐, 내가 하는 일에 실패는 없지요. 절대 없어요.』
「미스터」강은 콧소리를 내어가며 자신있게 말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의 인품을 소박하게 보고 그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루는 진호한테서 편지가 왔다. 나는 그에게 이사한 것을 간단히 엽서로 알였었다. 어쩐지 그후 진호와 통 만나지 않은 것이 꺼림칙 했었다. 흐릿해갔던 진호에 대한 나의 심정은 판자촌으로 이사한 뒤에 갑자기 되살아 나기 시작했다.
『구오봐디스?』
이 말이 늘 내 머리를 오락가락했다.
왜냐하면 나는 「미스터」강의 자가용에는 매력을 느꼈지만, 그의 얼굴이나 인격에는 조금도 끌리지가 않았다.
어리석한 그를 이용해 먹으려는 나 자신이 비겁하게도 느껴졌다.
이 세상을 살아나가려면 그만한 계교끔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위로하기는 하였지만.
마침 편지느 ㄴ아버지가 있는데서 우체부가 전달을 하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그 편지를 한사코 보자고 하였다.
내용은 오래 못만나 궁금하니 늘 만나던 다방에서 수일후인 토요일 저녁에 만나자는 것이다.
양부는 편지를 찢어 버리며
『그런 가난한 고학생하고 만나서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는 신세 종친다!』
하며 인상을 썼다.
나는 양부의 분부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의사로 그날 다방에를 가지 않았다.
진호의 편지는 비록 양부의 손에 갈기 갈기 찢기었으나 내 마음에 자리잡은 그의 모습은 아직도 어떤 빛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진호에게 끌리는 내 마음을 일부러 억제했다. 진호를 만나면 내 마음은 한층 「구오봐디스」를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안만나면 안만나는대로 「미스터」강에게로 끌려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인생을 수월하게 항해할 수 있는 길인 것만 같았다.
이럭저럭 한달이 지났다.
한달이란 시간은 양부가 몹시 기다리던 것이었다.
한달 기한으로 투자에 대한 배당을 주기로 했었다. 배당율은 투자액의 삼십 「프로」로 정했으니, 만팔천원이라는 돈이 들어와야 했다. 양부는 그돈으로 생활도 하며 일부는 모아서 주택지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기한이 지난지 닷새가 되어도 「미스터」강은 나타나지를 않아, 하루는 양부가 XX「빌딩」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갓더니 이사했다는 대답이었다.
양부는 의심스런 낯으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이사한데 모른데요?』
『모른덴다. 알고보니까 그 사무실은 강이 빌려 있던 것이 아니고 남의 사무실인데 책상을 들여놓고 임시 빌려 있었다고 한다.』
이튿날 양부는 XX동에 있는 공장을 찾아가 보았다. 공장은 일을 않고 문을 닫고 있었다고 한다.
『이상한데?…』
양부의 얼굴은 파리해졌다.
『설마 자가용까지 있는 사람이 어디 내뺀건 아니겠죠 뭐…』
나는 말했다.
『공장에 갔더니 남녀할것 없이 빚받으러 온 사람이 많더라…』
이런 얘기를 하고 의심의 구름장이 설레고 있던차 「미스터」강이 전과 다름없이 자가용을 몰고 우리 사는 골목 앞에 닿았다. 의심을 일시에 풀어지고 우리는 반색하며 뛰어나갔다.
『어떻게 된일이요?…』
양부는 미심한 그간의 경과를 얘기하며 물었다.
『이번에 공장도 옮기려고 XX동에 대지를 2천평 가량 사두었읍니다. 사무실은 명동에 새로 짓고 있는 XX빌딩으로 계약했읍니다. 이번 사무실은 보즘금 삼십만원에 월세가 이만원인 큰 방이지요. 공장건축은 며칠만 있으면 계약을 하고 기공식에 들어갑니다.』
『아, 그래서 바빴구먼…』
『눈코뜰새가 없었어요…』
「미스터」강은 연성시계를 보더니 나보고 식사나 같이 하러 가자고 조그맣게 말한다. 양부의 눈치를 보니 다녀오라고 한다. 집을 나설적에
『배당금 좀 달라고 해서 받아오너라.』
양부는 나에게 속삭였다.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찝」차에 올라탔다.
「미스터」강이 명동으로 가자고 운전수에게 말하니 운전수는 시계를 보더니
『계약이 오늘 저녁 여섯시까지인데요.』
지금 여섯시 지났읍니다. 차 주인집에서 여섯시까지는 돌아오라고 하셨는데요?』 한다.
『한 삼십분 늦는걸 따질게 뭐요. 명동까지만 가구려.』
「미스터」강은 나직히 말한다.
『차 주인집이란 누구를 말한 것일까?』
나는 의아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