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人間(인간)]
천주님께 대한 신앙으로 견디고 감사할 수 있으면
발행일1964-12-13 [제450호, 6면]
『만사에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천주 성부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써 서로 복종할지어다.』(에페소서 5리) 그리스도게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다음 천주 성신께서 내려 오실 때 비로소 종도들은 자기들과 같이 살던 분이 어떤 분이시었음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만 그리스도를 알아보았을 뿐 그가 아직 세상에 살고 계실때에는 종도들이 그와 그의 모든 행적의 진상을 모르고 있었읍니다.
우리 자신들도 천주님이 우리와 같이 행동하시고 계실 때는 모르다가 때가 지나면 천주님께서 얼마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돕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게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은 성경이나 교회사 안에서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며 어떻게 보면 우리 교회안에서 통례와 같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언제나 불쾌하거나 유쾌한 또는 괴롭거나 즐거운 일들을 당하고 있읍니다. 당할 때는 그뜻을 모르는 것이 상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자리하고 계시는 천주님의 손길을 몰라봅니다.
우리는 신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도 못하는 사정을 믿고 있고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것이 천주님의 손에서 오고 있다는 것만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사실을 신앙의 정신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알지 못할 뿐더러 일이 어떻게 진전 될지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야곱도 그 옛날에 『모든 것이 나를 반대하고 있다』고 외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내 자신을 이롭게 할 것만은 신앙의 입장에서 확실한데, 이는 바로 우리를 돌보시는 천주님의 섭리가 계시기 때문입니다.
천주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우리 머리 위에 당신의 인자하신 손길을 언제나 보내고 계십니다. 우리가 지금 보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면서 그저 억울하게 당하기만 하는 것 같은 사정 안에서도 천주님 당신은 여러분 각자를 꼭 붙들어 주시고 계십니다.
천주님의 이러한 모든 처사에 대해 우리 각자는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겠읍니다.
우리의 지금의 환경이 아무리 힘들고 귀찮고 짜증난다 하더라도 천주님께만 믿고 바라며 그 섭리에 진실히 감사한다면 어려운 시기가 지난 다음에 천주님의 힘있는 손길을 반드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진은 현세에서도 가장 고귀한 인격자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내세에서는 우리가 이렇게 쌓은 공로로 영원히 행복할 것입니다. 우리가 당하는 현세의 고통은 아무리 적은 것일지라도 천주님께서 영원으로부터 우리 구령을 위해 원하시고 계획하시고 섭리하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힘에 알맞는 것이며 우리가 넉넉히 참아 견딜 수 있는 것입니다. 천주님께 대한 신앙으로 참아 견디기만 한다면 그 즉시로 우리를 거룩하게 하고 고귀하게 할 뿐더러 우리에게 영생을 얻어 주는 것입니다.
신앙으로 모든 것을 참아 견디며 어려운 환경 안에서도 주의 섭리를 바라보고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영혼은 가장 고귀한 인격을 갖는 영혼이며 현세에서도 가장 찬사를 받는 영혼입니다. 또 감사는 새로운 성총을 이끌어 내리는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