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민속화(民俗化)하자는 말들이 해마다 성탄절이 되면 으레히 한번씩 되풀이 된다. 민속이란 그 민족 고유의 것으로 오랜 세월을 두고 그땅에 뿌리를 박고 그 민족과 더불어 자라난 것이다. 생활화 되어야 한다. 성탄절을 민속화 하자고 누가 하나 제창(提唱)하거나 호령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중과세(二重過歲)의 시비가 얼마나 긴 세월을 두고 되풀이 됐고 또 한때는 권력기관이 선두에 나서서 호령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구세말(舊歲末)이 되면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 이 민속적 명절에 많은 애착과 추억을 느낀다.
성탄절이 우리민족에 이처럼 깊은 뿌리를 박고 애착을 가진 민속의 하나가 되기 위하여는 아직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수10년 혹은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간 뒤에라야 성탄절이 이 한반도에서 자연스러운 민속의 하나로 굳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은 아직도 그리스도 강탄이전에 있다. 구약시대다. 아직도 장림(將臨)시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밤낮 애타게 무엇을 기다리는 점에 있어서는 어찌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만 못하랴. 그러나 우리는 그들처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장림(將臨)을 기다리지 않는다.
예수 아기를 받을 생각을 하는 사함은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예수 아기보다 황금과 몰약(沒藥)과 유향(乳香)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만 기다린다. 이것만 있으면 잘 살 수 있고 나라도 잘 될 줄 믿는다.
성탄절이 민속화하고 민족적인 축일이 되기 위하여는 우리 민족 가운데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참된 교우의 수가 늘어나고, 마음이 착한 사람이 더 많아졌을시 이루어질 것이다. 성탄절이 민속화 되기를 바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탄절이 어떤 형태로 민속화되어 가느냐가 오히려 더 크고 또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소란하고 음란하고 방ㅈ자하게 지내는 성탄절이 이대로 가면 무엇이 되겠는가? 우리 민족이 다 같이 지낼 수 있는 참된 명절이 되고 성탄절이 올바르게 우리 민족 속에 뿌리를 내려 아름다운 민속의 꽃이 피게 하기 위하여는 성탄의 참 뜻을 일반에게 인식시키는 한편 우선 교우들부터도 성탄을 고요하고 거룩하게 지내야 하겠다.
첫째, 성탄절의 참뜻을 묵상하자!
그리스도 강탄을 알리는 천사들의 급보를 천사들의 희락을 달팽이처럼 우리의 촉각(觸覺)을 곤두세워 하늘을 행하게 하여 정직하게 받아들이자. 두터운 외각(外殼) 속에 깊이 숨은 부드렁누 마음이 소리없이 이 희보(喜報)를 희락(喜樂)하자.
성탄의 소식을 거리의 소음속에서 상인들의 유혹을 따라 하나 밖에 없는 마음마저 팔아 버릴 수야 있겠는가.
둘째, 성탄절을 가족적 명절로 하자.
성탄날 밤은 거리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즐거운 성탄이니까 밖으로 나간다. 왜 즐거운지 모른다. 왜 즐거운지 모르고 놀아나는 사람들처럼 가련한 사람이 또 있겠는가. 성탄절이니까 당연한 것처럼 방탕한 「산타클로스」를 자처하며 홍등야가(紅燈夜街)에서 지세우는 족속들이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하겠다.
성탄절에는 다 집으로 돌아가자. 객지에 출타해 있는 사람도 해외 나갔던 사람도 될 수 있으면 이날만은 가정으로 돌아가자. 가정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참된 즐거움의 분배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것이다. 더우기 성탄날 밤은 자정미사까지 가족들과 더불어 고요한 가운데 구주탄생을 기다리자. 이러기 위해서는 각 본당에서 개최한느 각가지 행사도 다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자정미사 전에 가정마다 모여 이 뜻깊은 밤을 묵상하며 고요히 보내다가 미사 시간이 되면 가장은 촛불을 켜들고 성당으로 모이자. 수천개의 촛불이 묵묵히 성당으로 모이는 광경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성스러우랴.
세째, 성탄절만이라도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가 와야하지 않겠는가. 착하고 고독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보자. 그러한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평화 속에 함북 젖어보게 정성을 다하자. 그들이 기뻐할 선물을 가져가자. 성탄선물은 아랫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사병이 장군에게 말단하직(末端下職)이 상사(上司)에게 아이가 어른에게 성탄선물을 하는 우리나라의 성탄풍속이 이대로 굳어버릴까 두렵기만 하다.
우리는 이런 기회에 평소에 고달픈 생활속에서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부하직원, 동리의 가난한 가정, 양로원, 고아원 등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마지막으로 주부들은 성탄절을 위한 음식을 마련하자. 간소하나 성탄을 위한 음식으로 정성을 기울이면 족할 것이다. 한 가정에 아들이나 돌잔치, 생일잔치를 하지 않느냐. 주부들의 성의어린 음식물을 차려 성탄절 음식상을 만들어 놓았다가 자정미사 후에 가족끼리 단란하게 나누는데 예수 아기 그 가운데 계시리라.
이렇게 성탄절을 거룩하게 지내기로 노력하는 가운데 거리의 소란과 불의는 차츰 가시고 가정마다 발은 불이 하늘의 별들과 희락을 화창(和唱)할 것이며 천상의 즐거움에 지상이 호응할 것이며 천상과 지상이 온통 평화속에 구주강생을 용약(勇躍)할 것이다. 이런 성탄절이 수십년 수백년 흐르는 동안 이 강산에 그리스도 신자의 날로 늘어나는 수와 더불어 성탄절의 아름다운 민속이 또하나 생겨나지 않겠는가 한다.
金達湖(慶北大學校 文理大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