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성탄절은 대단하겠지요?』라는 물음 앞에 놓일 때마다 아직도 나는 좀 당황해지곤 한다.
도대체 어떻게 대단하겠다는 말인가? 「빠리」는 예술의 고장 세계의 유행이 만들어지는 곳 등등 하다보니 아마 「빠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화려한 미국 영화의 장면들 마냥 매일 산다고 생각되는 모양이다.
특히 이런 질문을 『나는 다 알고있다』는 듯 내던지는 소위 멋쟁이 신여성들은 「모드」잡지에 실린 맵시나는 「팻숀 모델」들이 걸치고 있는 엄청난 값의 「드레스」와 장식품들, 그리고 「벨사이유」궁전의 거울(鏡) 「홀」안에서라도 벌어져야 할 찬란한 무도회 같은 것을 상상하는 모양이니 난처하다.
『우리나라 성탄절이야말로 참으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내가 하곺은 대답니다. 그것도 놀라움과 서글픔과 분노가 뒤섞여서 말이다.
「빠리」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한벌에 몇백불 몇천불 가는 일류집에서 만들어내는 새 유행 야회복이나 「악세사리」와는 무관하게 살면서도 훌륭하게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아름다운 여성들로 세인의 인정을 받고 있듯이 「빠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는 성탄절도 그렇게 요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성탄절의 참뜻을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니면 옛부터 그런 분들에 의해서 좋게 관습되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요즘의 우리나라 성탄절보다 몇배나 차분한 분위기다.
「쇼윈도」들은 일찍부터 성탄기분이 나도록 잘 장식되고 백화점에는 「싼타클로스」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어린이들을 기쁘게 한다. 엄마와 같이 나온 어린이들이 마치 「디지니」의 동화의 나라처럼 꾸며좋은 황홀한 진열장 유리 앞에 모여서서 숲속에서 움직이는 기차나 동물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환성을 올리고 하는 모습들은 성탄절다운 풍경이다.
푼수에 맞는 값 안에서 받는 이들을 가장 기쯤게 해줄 수 있는 선물은 무엇일까 하고 머리를 짠다. 보통 때는 멀리 떠나있던 사람들도 성탄절에는 모두 집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가족들끼리 한데 모여서 오붓한 기쁜 밤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러한 밤에 외로움과 주림에 슬플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주기 위한 많은 일들이 계획되고 또 그 실천을 위해 힘대로 협력할 줄 아는 듯하다.
적자투성이 우리살림안에서나마 이 성탄절에 만이라도 새로나신 평화의 공자(公子)와 더불어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마음씨와 모두(특히 가장들) 집으로 돌아가는 생각들을 잃지 않게 되었으면… 이국의 좋은 성탄절 풍속만이 우리나라엔 퍼졌으면…
좋은 것이란 언제나 요란스럽지도 야단스럽지도 않은 것 같다.
정숙정(高麗大 佛文科 助敎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