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하순부터 「쇼윈도」에는 「크리스마스」 기분을 품기는 물품들이 금종이, 은종이에 싸여 번쩍이고 먹는 「쪼꼬레트」도 「산타클로스」 모양으로 만들어지고 크고 작은 상점을 막론하고 점포앞에는 「크리스마스 추리」와 큰 「산타클로스」할아버지가 서있다.
한때 애써서 모은 돈은 거의 다 선물 사는데 써버린다. 사회 가치가 돈이요 주책과 자동차로 사회적 지위를 저울질 하는 미국에서는 주부나 자녀들에게 「크리스마스」선물로 무엇을 사주느냐가 가장(家長)으로서 큰 걱정거리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1년을 두고 어린이들이 무엇을 사달라고 졸라대면 「크리스마스」때 사준다고 미루던 것이 「크리스마스」가 오면 어린이들은 마치 치부책에 적어놓은 것처럼 날자까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더 미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옆집 어린이들의 선물보다 값싼 물건을 사주면 어린이들의 정신적 타격이 심하다는 이유로 남에게 떨어지지 않는 것을 사주어야 한다. 게다가 미국 주부들은 원하는 것을, 값이야 얼마이건 가장한테서 마음놓고 사달라고 할 수 있는 때가 「크리스마스」이다. 만일 원하는 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1년을 두고 앙갚음을 하고 장부앞에 거만하게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말 「크리스마스」를 당하여 한정된 돈으로 굉장한 신경을 쓰는 미국 가장들의 팔자가 가련하게 보인때가 많았다. 이렇게 「크리스마스」의 그 본래의 뜻을 파악하고 영신적 수확을 본다는 것은 아주 희박한 것이고 「크리스마스」가 상품화된 것이 뚜렷히 나타난다. 유태인이나 무신론 상인들도 「산타클로스」를 이용하여 이때 한몫 하려는 것도 사실이다.
「크리스마스」를 당할 때마다 고국생각이 더 짙어지고 특히 24일 저녁 먹고 난 다음 자정미사때까지 혼자 방안에서 향수에 잠기는 것도 솔직한 고백이다.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크리스마스 파티」를 베푸는 때는 25일 저녁이다. 항상 「크리스마스」때마다 초청을 받았지만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추리」가 없는 집은 거의 없었다. 초청당한 손님에겐 반드시 선물을 준다. 손님에 온 집에 들어서자 눈에 띠는 「크리스마스 추리」를 아름답게 꾸몄다고 칭찬해주어야 하고 그밑에 나열되 있는 여러가지 선물을 아무리 시시한 것이라도 좋은 선물이라고 한마디 해주어야 한다. 실컷 얻어먹고 떠난 양이면 반드시 차로 집까지 대려다 준다. 차속에서 집집마다 문앞에 색색가지 전구가 번쩍이는 것이 눈에 띤다. 마치 꽃동산과 같이 고은 풍경이다. 동시에 가끔 느낀 것은 『이 하루저녁 소모되는 전력값을 모아 고국에 보내주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부러운 정이 일어나느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李甲秀 神父(大邱大敎區 神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