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HE BUENA』(좋은밤)!
스페인 사람들은 성탄밤을 이렇게 불렀다.
좋은 밤을 오손도손 지내기 위하여 헤어졌던 식구들이 다시 모이고 각 신문은 외국유학생들을 축하 「파티」에 초청하는 특지가들의 광고를 미리부터 내돌리는 것이었다.
내가 우접(寓接)하던 수녀원에도 선물더미가 밀려들어오는가 하면 그통에 당장 칠면조장으로 변해버린 곡간은 푸짐한 비명으로 그들먹 하였다.
웬일인지 축제기분이 짙어갈수록 나그네의 가슴은 더욱 스산해지는 것이었다.
더구나 같이 살던 신부마저 성탄을 쉬러 떠나고 나니 혼자 남은 시름을 달랠 길이 없었다. 나는 거리로 뛰쳐나갔다.
싱싱한 포도 두어송이 「멜롱」 한덩이 그리고 「샴펜」 한병에 「레코오드」 한장을 사서 안고 들어왔다.
「마드릿」천지가 다들 모여서 즐거운 밤 나는 혼자서나마 좋은 밤을 새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날밤! 저녁 상을 물리고 나서 오도카니 앉았노라니 성당지기 수녀가 쫓아와서 어서 나오라는 것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끌리다싶이 허겁지겁 층층대로 뛰어 올라갔더니 그가 데리고간 곳은 큰 「홀」이었다. 휘황한 불빛 아래 더욱 빛나는 얼굴들이 미소와 박수를 내게 보내준다. 관구장, 원장, 학생수녀들, 무슨 수녀들 할 것 없이 모두가 나를 즐겁게 해주기 보다 위로해 주려고 모인 눈치였다. 수녀들은 한가운데 상좌에 나를 앉히고는 인사를 한다음 축하의 노래를 시작했다. 따르르 딱따르르 딱 「까스따뉴엘라」(카스타넷트)에 맞추어서 부르는 가락은 명랑하고 「템포」가 빠른 서반아 특유의 성탄노래들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내 얼굴에서 향수의 그늘을 가시게 할 양으로 그들은 할머니나 젋은이나 신바람나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불러주는 것이었다. 나는 부끄러우면서 기뻤다. 한사람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하여 이렇듯 흐뭇한 잔치를 베풀어 주는 영혼들이 부러웠다. 좋은밤! 유난히도 맑은 남구(南歐)의 별아래 하이얀 「까빠」를 입은 수녀들과 장엄미사를 드리고 그들과 함께 구유의 아기를 「키쓰」하던 밤은 정말 좋은 밤이었다. 수녀들이 태극기와 스페인 국기로 꾸며준 식탁에 앉아 전축에서 울려나오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몇번이고 연거푸 들으면서 혼자 「샴펜」을 기울이던 그밖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꿈이다.
崔민순 神父(聖家修女院 지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