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이 넘도록 사상과 인생의 행로에서 많은 방황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 전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자신을 위해 사느라고 발버둥쳐 온 것에 불과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발견한 것은 무서운 허공과 걷잡을 수 없는 고독, 그리고 한없는 비참뿐이었다. 그랬던 것이 몇달전 천주님의 은총을 얻어 영세하여 가톨릭 신도가 된 후부터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얻게되었고 주의 영광을 위하여 사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이며 또 환희를 주는 일인가를 비로소 알게되었다. 신과 동물의 중간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간은 절대자인 조물주에 귀의함으로써만 비로소 비참함을 면할 수 있다는 말을 언젠가 읽어본 일이 있지만 나는 신앙을 얻고나서 비로소 이 진리를 새삼스러이 느끼게 되었다.
인생도 3·4반기에 들어서서 간신히 천주의 은총을 얻게되었다는 것은 나의 영혼이 그만큼 묻혀있었던 탓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만각(晩覺)이나마 참신앙을 얻었다는 것은 지극히 복된 일이요 있는 정열을 다하여 천주 앞에 감사의 뜻을 보내고 싶다.
따라서 신앙을 얻은 후 처음맞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도 나에게는 격별하다.
지금까지 비신도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를 우리사회의 일반적 분위기에 휩쓸려 먹고 마시고 놀고 하였지만 어쩐지 세모박정과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느낌을 새로이 해주며 죽음에 한걸음 더 접근시켜주는 슬픈 이정표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사주구령(事主救靈)으로 영생의 기회를 얻을 수 잇게된 신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환희를 느끼게 된다.
인류의 구속을 위해 천주성부의 외아들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가 지상에 탄생하신 「크리스마스」날 나는 다시 한번 천주의 무한한 사랑에 경의를 표하고 천주의 영광을 위해 나의 온갖것을 바칠 것을 스스로 다짐한다. 천주님의 거룩하신 뜻이다. 위에도 이루어져 모든 인류가 천주님의 품안으로 귀의하여 이미 천주님의 은총을 받은 분들이 그 믿음을 더욱 두터이 하여 상생으로 나감은 물론 이 지상에도 번영과 평화를 가져오는 터전이 돼주기를 간절히 기구한다. 천주님이 주시는 영광과 환희를 이 지상을 통해 신우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편집자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싶다.
申相楚(評論家=64년 10월 1일 영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