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62년 12월 16일에 영세하였다.
그러므로 내가 지낸 첫성탄절은 불과 3년전 일이다. 그러나 그때는 너무나 멋모르고 지낸 성탄절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 없다. 그때는 영세한지 불과 며칠도 못되었기 때문에 성탄이 갖는 참뜻을 미처 잘 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성탄을 기쁘다고 하는 것 보다는 남이 성탄지내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 적중할 것이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성탄이란 표현보다도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더 나에게 익숙하였고 또 「크리스마스」라면 나는 이렇게만 인상하고 있었다. 즉 「크리스마스」 때에는 서양풍조에 따라 다채로운 「파티」가 성행되고 선물이 왕래하고 「카드」가 교황되는 따위의 행사가 있고 가두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오고 점두에는 「추리」가 장식되고 드디어 절정인 24일 「이브」에는 철야 「파티」에 거리를 비틀거리는 주정배들의 난무, 새벽에는 성가대의 「고요한 밤」의 순례 등… 그야말로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이 아닌 추잡한 밤 소란한 밤의 정경 등이었다. 내 자신 그때까지는 성당의 미사에나 예배당에 참여해본 일이 없고 다만 세속에서 행하여지는 전기한 바와 같은 탈선된 「크리스마스」만을 알고 있었지 진정한 의미의 성탄절은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첫번째로 맞이하는 교회의 성탄절은 어떻게 지내는 것인가를 흥미깊게 보았다. 나의 소속 성당인 신당동 교회에서 자시미사에 참례하였다. 과연 평소보다 화려한 「데코레숀」 장엄한 성가 정중한 미사, 엄숙한 분위기, 모든 것이 정말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의 느낌을 십분 일으켜 주었다. 과거에는 세속의 퇴폐적 「크리스마스」만을 보아왔던 내가 비로소 장엄한 교회의 성탄절을 보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깊은 성탄의 뜻을 채득하지는 못했다.
그러기 때문에 앞에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섵탄을 지냈다기 보다는 남들의 지내는 것을 보앗다고 하는 것이 나의 숨김없는 회억이라고 할 수 있다.
성탄을 맞이하는 참된 뜻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구세주의 강생에 대한 희망에 가득차는 동시에 세말종국의 예수 재림에 대비하는 자기 성찰을 통렬히 하는데 진의가 있다는 것을 묵상하면서 세번째로 맞이하는 금년 성탄을 참답게 지내보고 싶다.
玄錫虎(前 國會議員 62년 12월 16일 영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