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꽉메운 어린이들은 지금 한창 예수님의 일생을 그린 동극에 정신이 없었읍니다.
예수님이 악한들에게 사로잡혀 십자가에 매달리자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훌쩍 훌쩍 울음소리가 자꾸만 높아져 갔읍니다.
식이는 딴 아이들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읍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날 저녁 식이를 업고 성당에 오시던 할머니가 지금 집에서 앓고 계시니깐요….
『흑 흑』
식의 흐니낌이 아주 높아갈 무렵 연극이 끝나고 전기불이 확 켜졌읍니다. 식이는 옆의 용이나 이뿐이들이 혹시나 흉 볼까 이쪽 저쪽 소매로 재빨리 눈물을 훔쳤읍니다.
이어 무대에서는 빨간 빵모자를 쓰고 등에 묵직한 선물 주머니를 둘러맨 꼭 「산타」할아버지 차림을 한 신부님이 나타나셨읍니다.
『야아!』
아이들은 마구 손벽을 치고 발을 구르며 좋아라고 고함을 질렀읍니다.
『어험.』
「산타」할아버지는 먼저 큰 기침을 두서너번 하고는 조용히들 하라고 양손을 높이 쳐들었읍니다. 어린이들은 곧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읍니다.
『여러 어린이들, 예수님이 나신 성탄절은 참 즐거운 날이죠. 그래서 오늘 특별히 우리 함박골 어린이 여러분을 위해 하늘에 계신 예수님이 선물을 많이 주셨어요. 그래서 이 「산타」할아버지가 골고루 노나 줄테니 가만히들 있어요.』고 신부님이 말씀하셨읍니다. 맨 첫줄부터 선물이 나누어지기 시작했읍니다.
식이는 가슴이 두근거렸읍니다. (예수님은 나에게 무엇을 주실까?) 곧 식이 앞에 「산타」할아버지가 다가오셨읍니다.
식이늰 공손히 절을 하면서 두손을 벌렸읍늬다.
식이의 손에는 커다란 찹쌀떡이 놓여졌읍니다. (아아 맛 좋겠다)
군침이 돌았읍니다.
벌써 여기 저기 성질 급한 아이들은 맛있게 냠냠 먹고 있었읍니다.
식이도 곧 먹으려고 입을 막 벌리는데 번개처럼 한 생각이 지나갔읍니다. 할머니의 모습이었읍니다.
『아아 참, 할머니와 함께 노나 먹어야지.』
식이는 「포켓트」 속에 찰떡을 넣고 밖으로 뛰어나왔읍니다.
혼자 집으로 가자니 좀 무서웠읍니다. 그러나 식이는 조금이라도 빨리 요새 통 밥을 못 잡숫는 할머니에게 이 말랑말랑한 찰떡을 맛보여 드리려고 마음먹었읍니다.
까짓 도깨비가 나와도 겁날게 없을 것 같았읍니다.
식이는 운도회날 보다 더 빨리 달렸읍니다. 사립문이 부서져라 밀어 젖혔읍니다.
『할머니!』
식이는 할머니 방에 들어가자 하도 숨이 차 다음 말을 이을 수 없었읍니다. 두 눈이 휘둥그래진 할머니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읍니다.
『왜 그러니 식아?』
『할머니 자아 찰떡』
식이는 「포켓트」 속에서 찰떡을 내어 할머니 앞에 쑥 내밀었읍니다.
『?!』
『「산타」할아머지 선물이어요.』
할머니는 하도 식이가 기특해서 두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돌고 말았읍니다.
이날 밤 식이는 할머니와 맛있게 찰떡을 갈라 먹으며 식이가 보고 온 예수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차근 차근 해드렸읍니다.
정말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였읍니다.
이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