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國籍(국적) 없는 小女(소녀) (78) 虛實(허실) ①
발행일1964-12-25 [제452호, 8면]
「미스터」강은 천원이나 함직한 큰 생과자상자를 들고 왔었다.
물건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양부는 큼직한 과자상자를 보자 지금까지의 경계태세를 늦추고 얼굴에는 웃음이 감돌았다.
내가 부엌에 나가 더운 물이 차를 넣어 방에 들어오니, 「미스터」 강은 이런 얘기를 하고 있었다.
『…양 선생님 같은 분이 이런 산동리에 계셔서야 되겠읍니까? 물론 집을 지을 동안 임시로 계시는 것쯤은 압이다마는, 단 하루라도 이런데서 고생하시면 됩니까! 그러지 마시고 제가 S「호텔」에 큰 방을 얻어 두었으니 그 곳으로 이사하십시오. 방세는 이미 석달치를 치렀읍니다.
제가 지방에 출장갈 일이 많고 얼마안있으면 「홍콩」에도 다녀와야 할텐데, 그동안 방을 비어두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만저만한 불경제가 아니거든요…』
양부의 얼굴에서는 차츰 「미스터」 강을 의심하는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미스터」강은 예의 콧소리를 내어가며 몇천평의 대지에 곧 초현대식으로 큰 공장이 설립될 것을 기술적 용어를 서가며 열을 넣어 말한다.
양부는 물론 나도 어느듯 그의 얘기에 끌려 들어간 내 자신을 발견했다.
『자가용은 어떻게 하시고 오늘은 왜 「택시」를 타고 오셨어요?』
나는 이렇게 물으며 그의 기색을 살폈다.
『수리할데가 있어서 공장에 보냈죠! 어제 운전수가 쨍얼거리지 않았소! 왜 그런고 하니 이대로 운전을 계속하면 사고가 생기기 쉽다고 빨리 수리공장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였어요. 「미스」양 들으셨죠?
다섯시까지 가야한다구? 단골수리공장은 다섯시까지거든요!』
「미스터」강은 호주머니에서 넷으로 접은 괴지 한장을 펴더니 아버지에게 보인다. 돋보기를 꺼내 들여다보는 아버지 옆에서 나도 문면을 읽어보았다. 그것은 「미스터」강의 자가용을 앞으로 15일간 수리를 하는데 그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관증이었다.
왼쪽 밑에는 고무인으로 『세계 「모타」주식회사 「써비스」부라』고 박혀있었다.
『눈감으면 코베갈 세상이라 이런것도 단단히 받아두어야 합니다. 이번에 완전히 분해해서 새로 조립을 하기로 했읍지요. 수리가 되거든 양선생님도 맘대로 쓰십시오. 양선생과 저 사이를 말하자면 한집안 식구 아닙니까』
「미스터」강이 담배를 피어 무는 동안 양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힐긋 본다.
그것은 「미스터」강을 신용못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내말을 오히려 못빋겠다는 듯 했다.
이윽고 「미스터」강은 토지문제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미스」양 한테서 들었는데 4백평 가량의 집지을 공지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이때 나는 아버지의 무릎을 쿡찔렀다.
『…근데 말야…』
양부는 군침을 한번 삼키고 말을 이었다.
『판자십들이 남의 땅 위에 지어져 있으니 어떡하누?』
『염려 마세요. 그까짓 무허가 판잣집들 하루 아침에 내가 쫓아버릴 수 있어요. 시경과 치안국에는 동창생들이 중요한 「포스트」에 앉아있고, 관할서 과계장 간부중에도 제 후배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전화한번 걸면 간단히 해결되지요. 요즘 더구나 판잣집들은 도시의 미관상 철거하기로 하였으니 아무 걱정 마십시요』
이말을 듣자 나는 좀 걱정이 되었다.
소심한 양부는 안색이 노래지며 어리둥절하다.
『그렇지만 어디 인정상 올데 갈데 없는 사람들을 밀어낼 수야 있나?』
양부는 더듬거리며 겨우 이 한마디를 한다.
내가 그 위를 받았다.
『강선생, 우리 아버지는요 열렬한 기독교 신자시거든요, 그래서 남을 괴롭게 하는 것은 죽어도 못하시는 분이야요. 그래서 한세대 앞 만오천원씩 철거비용을 주기로 약속을 하셨어요, 아버지의 체면상 그 약속은 꼭 지켜야만 해요, 그죠 아버지!』
하며 나는 또 무릎을 찔렀다.
『그럼 사람이 한번 말한 것을 아니라고 할수도 없지.』
양부도 어색하지 않게 장단을 곧잘 맞추었다.
『어느 교회에 다시니나요?』
「미스터」 강이 묻는다.
『저어…』
양부가 망서릴 때
『가톨릭이야요.』
내가 얼핏 받았다.
『천주교 신자시군요?』
「미스터」강이 되묻는다.
양부는 뒷다리를 붙들린 메뚜기와 같이 고개를 끄덕 끄덕 했다.
『그러세요? … 그까짓 것들 돈 안주고도 내쫓을 수가 있는데, 쓸데없는 약속을 하셨구먼요.』
「미스터」강은 분이 여기며 자기에게 맡기라고 하는걸 양부와 나는 안된다고 우겨됐다. 결국, 내가 계획한대로 「미스터」강은 며칠안으로 7만5천원이란 돈을 만들어 오기로 약속을 하고 갔다.
양부와 단 둘이가 되었을 때 천주교 신자안양 고개를 끄떡 끄떡 하던 양부의 모습을 생각한 웃음이 한없이 나왔다. 예수교고 천주교고 신자라면 침이라도 뱉던 양부가 신자연 한것은 소리를 질러가며 웃고싶은 현상이었다.
『아니 왜 웃니?』
『아버지, 내일부터 성당에 다니셔야 겠어요.』
『미친년….』
양부는 오히려 찡그리고 있었다.
『얘 나순아 네가 잘못본게 아니냐?』
양부는 「미스터」강을 다시 신용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게 우리 땅이 아니라는게 발각돼도 걱정은 없어요. 우리돈 우리가 찾아오는 건데 뭘 그러세요.』
『그건 그렇다만 손에 들어온 봉을 놓칠가바 그런다….』
『봉이 뭐야요.』
『복덩어리를 놓친단 말이다….』
『………』
『「미스터」 강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양부가 끌리듯이 나도 어딘지 그의 말에 끌리고 있었다. 자가용차 보관증까지 보인 이상 그가 자가용쯤은 가진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까짓 보관증쯤이야 고무도장과 종이쪽지 한장이면 누구나 위조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사흘후 「미스터」강이 저녁에 돈을 가지고 온다는 날 낮에, 무료한 김에 진호를 찾아갔다. 진호네 집앞에는 자강요 「찦」차 한대가 닿아 있었다. 무심코 「남버」를 보니 며칠전까지 「미스터」강이 신나게 타고다니던 바로 그차였었다.
나는 눈여겨 다시 그 번호를 잘 보았다. 나의 기억은 의심할 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