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7)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③
발행일1966-01-16 [제502호, 4면]
『이 친구야, 끝마치게 좀 도와다오!… 그렇잖으면 아주 집어 던지든지!』
일은 이미 끝났다. 표지는 세 조각이 나서 누렇게 된 풀 위에 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있던 자리에는 마치 새 살 같이 더 흰 돌의 정사각형이 드러났고 거기에는 숨이있던 벌레들이 분주히 기어 다니고 있었다.
쁘로뱅씨는 양손을 서로 비벼 털면서 말했다.
『자, 이제는 이 집도 여느 집이나 똑같게 됐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 있는 집 말이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이고 꺼진 담배를 네번째 다시 붙였다.
차가 다시 움직여 구내의 큰 길을 느린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나무가지들이 친구들의 한때가 내미는 팔처럼 유리창문으로 벋어와서 지나는 길에 부딛기도 했다. 토끼 한마리가 그들 앞을 천천히 건너갔다.
쁘로뱅씨는 넓직한 잔디밭 곁에 차를 멈추었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 제각기 문짝을 탁 닫았다.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머리를 두번 흔들어서 마르끄는 머리칼을 뒤로 젖히는 것이었다. 그는 파란 눈을 들어 사방을 두리번 거리고 불안한 짐승 처럼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떼르느레」지요?-어떻게 되는지 보려고 했었는데…』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은 저기서 벽에 바짝 붙여놓은 너무 좁은 그들의 침대에 옹쿠리고 들어가기 전에 「뽀뽀」를 해달라고 하는 시간이었다.
기분이 좋은 날 저녁이면 아버지가 「트럼프」를 꺼내 가지고 와서 『마르꼬야, 「에까르떼」(역자주=「트럼프 놀이의 일종) 한판 하련?』
하고 묻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어머니는 무릎에 손을 얹어 놓고 입을 반쯤 벌이고 멍한 눈으로 앉아 있는 시간이었다….
『아아 엄마… 제시간에 밥을 먹고 서류에 글을 써 넣는지 사람들은 왜남의 일에 참견을 하는거야요? 안경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저 사람들과 쪽을 틀러 올리고 기분 나쁘게 웃는 저 여자들은 또 뭐야요? 아아! 빌어먹을 자식들! 빌어먹을 자식들! …엄마! 아아! 샤를로! 데레! 뤼씨앵!…』
『여기서는 동무들을 사귀게 될거다』
그를 살펴보고 있던 쁘로뱅씨가 부드럽게 말했다.
『난 동무들을 내맘대로 고르고 싶단 말예요!』
『「빠리」는 그리 멀지도 않다.』
하고 쁘로뱅씨는 조금 다른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리고 잠간 망서리다가…)
『네 어머니가 널 보러 오실거다!』
『듣기 싫어요!』
쁘로뱅씨는 라이타를 꺼내서 여러번 키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바람 때문에 켜지지 않았다. 마침내 불꽃이 일었을 적에 마르끄는 그의 눈길을 볼 수가 있었다.
라미씨의 눈과 같은 눈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꺼졋다.
콧수염도 눈길도 담배도.
『저기 오른편에는 정원과 작업장과 차고가 있다. 우리 앞에 있는 것이 새 건물가운데 제일 오래 된 것이지. 1935년… 왼편 나무숲 뒤에 있는 것이 제2 임시숙영소(臨時宿營所), 1948년에 지은 것이고… 네가 있을 건물은 저기-맞았다.
불이 켜진데… 그게 제일 나중 지은거다. 예산도 받지않고 우리가 직접 지은 거란다! 그렇지만 너는 그까짓거 아무러면 어떠냐 하겠지 그야 물론 그렇지!』
쁘로뱅씨는 아주 자연스러운 말투로 덧붙여 말하고는
『자아! 가자!』고 재촉했다.
손가방을 들고 제3건물을 향해 걸어가면서 마르쓰는 생각했다.
『자식들 모두 날 기다리고 있겠지… 상판대기를 꾸며 가지고 있을거야, 온통 웃는 낯이든지 그렇잖으면 아주 무서운 얼굴이든지 자식들은 중간이라는게 없으니까! 아무러면 어때? 난 한마디도 말을 안할테니까 한마디도!… 아니 가만있자… 자식들이 악술 하자고 들면 주먹을 「포켓」에 꾹 찌르고 있는가? 좋아! …그리구 줄곧 휘파람을 불어대면 어떨까?… 작자가 날 캄캄한 골방에다 쳐넣지 않을 수 없게된다면? …자식들 그러면 내가 누구라는걸 이미 알게될 거야!…』
그는 벌써 머리를 박박깎은 아이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웃통을 벗은 자기는 어떻게 다룰수가 없어서 간수가 허리띠로 매질을 하고 있는 광경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파를 넣고 끓인 구수한 감자국 냄새와 그릇 부딪치는 소리와 목쉰 울음소리가 건물이 가까와지는데로 다가왔다.
『벌써 식사들을 한다. 빨리 가자!』
쁘로뱅씨는 지난 두시간 동안 동무를 해준 담배를 마지못해 던지고 문으로 들어섰다. 두 주먹을 「포켓」 속에 찌르고 매서운 눈초리에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꽉 다문 입가에는 비웃는 듯한 엷은 웃음을 띠우고 마르끄는 마치 태연자약한 사형수처럼 자리에서 일어나는 스무명의 소년들과 어른 다섯명이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는 저 안쪽 식탕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벌써 어른들 중의 한사람이 거의 뛰다시피 하며 그들에게로 마주왔다.
『쁘로뱅씨 안녕하세요! 안녕! 마르끄! 맞았지 마르끄지?』
금발 마르끄 보다도 더 노란 금발의 여자였다. …소년이 처음에 본 것은 이것뿐이었다. 그런 다음에야 초록색 눈 넓은 광대뼈 볼 우물 야간 후들갑스런 웃음이 보였다.
『난 여대장(女隊長) 프랑쏘아즈야 … 그리고 이건 네 식탁이구! 그렇지만 우선, 이리와서 마르쎌 대장 마리 뷔팔로, 그리고 로베르 대장한테 인사해라…』
그는 그들은 하나도 보지 않았다. 눈으로는 여전히 금발처녀를 쳐다보는채 『안녕』하고 우물우물 하며 악수를 하고는 소년 셈병과 함께 제 식탁에 앉았다. 그때에야 비로소 자기가 했던 결심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식탁에서는 아이들이 그를 훑어보느라고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마르끄는 다시 무리한 죄수같은 표정을 짓고 손을 「포켓」에 집어넣었다.
『배 안고타!』
그리고는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조그맣게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실패였다. 아무도 듣지를 못했으니까! 그리고 다른 소년 셋이서 그의 몫을 나누어 먹었다.
금발의 처녀가 로베르 대장이라고 부른 사람이(빼빼 마르고 안경을 쓴 사람) 옆의 사람에게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새로 온 애는 조금도 먹지 않는데…』
『의례 그런거야, 보지 말아.』
뷔팔로가 대답했다.
마르끄가 아주 무환심한 태도로 방안과 얼꿈들을 살펴보고 있는 동안(『담배만 한대 물고 있으면 멋이 있을텐데!』) 스무명의 소년은 음식을 씹고 모두 함께 말을 하고 팔굼치로 톡톡치면서 장난을 하고, 저마다 제멋대로 이 새로온 동무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구하는 「키퍼」에 꼭 맞겠다… 얼굴이 제 어머니를 닮았겠군… 내 생각에는 쟤가 도둑질을 했을거야… -쌈을 하게 되면 머리칼을 움켜잡아야겠다…. - 어쩌면 벌써 계집애하고 같이 잤는지도 몰라…』
알랭 로베르만이 옆 식탁에서 제 접시를 밀어 놓고 아무 말없이 마르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르쎌 대장이 일어서며 말했다.
『여러분 쉬는 시간은…(시계를 들여다 보고) 20시30분까지 -여덟시반까지 말입니다!- 물론 당번은 빼놓고 말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침실로!…』
삼·사십명의 소년이 유리잔들을 아무렇게나 접시에 담고 그것들을 다시 쟁반에 담아가지고 물이 너무 세차게 흐르는 큰 통 있는데로 뛰어갔다. 물이 튀기고 욕지거리가 튀어 나오고.
『부러 그러지 않았단 말이야!』
하는 음흉스러운 말이 날았다.
마르끄는 벌써 다른 소년들의 물결에 휩쓸려 길로 뛰어 나갔는데 아까보다도 더 어두워지기는 했으나 덜 무서워보였다. 잔디밭 위에서는 둥근볼을 중심으로 「팀」을 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