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 있어서의 성소가 뜻하는 것은 세상을 체념(諦念)함이요, (中略) 편리하나 별로 보람없는 일보다 힘들지만 항구한 완덕을 지향함이요, 세속에서 울려나오는 불쌍한 목소리 즉 괴로움을 당하여 평화를 찾지못하고 위로자도 지도자도 없이 울부짖는 무죄한 영혼들의 목소리를 들을줄아는 능력을 갖는 것이다.
오늘날에 있어서의 성소는 일시적 쾌락과 이기주의의 그럴듯하고 달콤한 소리를 아예 봉쇄해버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中略) 청소년들이여, 성소란 바로 젊음을 의미한다. 빛나는 눈과 웅장한 마음을 뜻한다. 그리스도를 본받기 위한 과정과 그의 영웅심, 그의 성덕, 그리고 선과 구원의 사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 한다』 이상은 현 교황 바오로 6세께서 성소에 대해 하신 말씀이다. 이 말씀은 수도자의 성소나 성직자의 성소의 구별없이 일반적으로 성소에 대해서 하신 것이지만, 특히 성직자의 성소, 그중에서도 전교의 제일선에서 일해야 하는 성직자의 성소에 대해 더욱 힘과 용기를 주시는 말씀이라고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교우 수를 생각할때 현재 성소가 적은 편은 아니라고 할수 있을지 모르나 총인구에 비하면 아직도 몇배 또는 몇 10배의 성소가 늘어야겠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가지 예를들어 2백50만 정도의 인구(물론 그 대부분이 교우라고는 하지만)를 가진 「로마」시에 교우들이 항상 드나들수 있는 성당이 내 기억에도 거의 3백50개소가 된다고 생각된다.
이에 비기면 우리나라 도시의 형편은 어떤가. 서울만 보더라도 3백80만이란 인구에 본당이 겨우 30개가 못되는 형편이 아닌가.
이런 미미한 본당 수는 다른 이유도 다소 있겠지만 제일 크고 결정적인 이유는 신부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신부가 많이 있고 보아야하겠다. 신부의 수가 작으면 그만큼 그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많은 사람과 접촉하는 일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신부의 수효도 많아야 될 것은 뻔하지 않는가.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신부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천주교회에 대해 관심조차 가져보지 못하는 이가 얼마나 많으며, 천주교회와 가까이 해보았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적당한 기회를 얻지 못하는 이들, 따라서, 「천주교회에서 말하는 천주교회」를 알수도 없는 이들, 또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천주교에 대해 백「퍼센트」 옳지는 못한 생각이나 오해를 가지고도 이것을 풀어볼 「찬스」를 얻지 못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나 그뿐인가 교우 이건 교우가 아니건, 자기의 불안, 고민 불행등을 호소할데가 없어서 아무런 해결도 보지 못하면서 쓸데없이 막대한 시간을 허비하는 이는 또한 얼마나 많은가.
이 모든 일의 대부분이 신부의 부족으로 해결되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우리의 현실을 왜 똑바로 보려고 하지않는가.
사람이 필요하다. 『괴로움을 당하여 평화를 찾지못하고 위로자도 지도자도 없이 울부짖는 무죄한 영혼들의 목소리를 들을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자기만을 위해서 살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봉사도 할만한 아량을 가진 사람, 어둡고 위험스러운 길을 달리는 이들에게 「후래시」라도 비춰줄만한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여! 천주님께서는 위에 말한 일들을 누구에게 시키실까 하여 그대들 중에서 인재를 찾고 계시다. 이런 일에 혹시 그대가 적당한 인재가 아닐까하여 천주님께서 이모저모로 살펴보고 계신지도모를 일이다. 그런 것을 느껴본적은 없는가. 깊이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아닐까.
혹시 현대는 위대한 영웅 한사람보다는 작지만 진짜인 영웅이 많이 나타나기를 희구하는 것이 아닐까. 그대는 영웅 중에 한 사람으로 끼어볼 마음의 움직임이 없는가.
李文根 神父(가톨릭 大學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