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8)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④
발행일1966-01-23 [제503호, 4면]
『내가 꼭 껴야 한단 말이야?』 마르끄는 타협조로 나왔다.
『그럼 전위 「레프트」래야지, 다른건 아무것도 싫다!』
그는 허럭 이렇게 말한 것이지마는 어떻게나 뻐기면서 말했던지 문제 없이 전위진에 끼게 되었다. 열광적인 마음으로 눈에는 눈물을 번득이며 이것이 불란서 「컵」쟁탈전의 결승전이라고 다짐하면서 경기가 시작된지 10분동안에 세 「골」을 넣었다.
동무들은 그를 다시 보게되었다.
『이젠 이만하면 됐다! 다른 애더러 내 자리를 맡아보라고 해라!』 하고 그는 결심을 내렸다.
그는 외따로 떨어져 맨 풀밭에 팔장을 끼고 누웠다.
그의 심장이 빈백속에서 요란스럽게 뛰고 있었다. 그는 격노(激怒)를 공에다 옮기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바람에 실려 날려 보냇었다. 그 축축한 땅, 새들이 깃든 어둠 속에 잠긴 그 나무들, 저 속에 떠있는 달이 하늘의 쇄빙선(碎氷船)처럼 떠도는 구름을 조용히 갈라 놓는 것 같이 보이는 그 낯설은 하늘, 이 모든 것이 이제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떼르느레」… 뭐, 꽤 견딜만 하겠는데! 하긴…』
그는 후닥닥 일어났다.
『어, 애들아. (소년3·4명이 가까이 왔다) 무슨 단장, 뷔팔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건 누구냐? 어디 좀 들어보자…』
갈색 머리에 안경을 쓰고 무언지 줄곧 씹고 있던 아이가 그의 팔을 잡으며-
『와보기만 해!』 하고는 다른 건물들보다 좀 작은 건물 앞에 있는 야채밭 쪽으로 데리고 갔다.
『마르쎌 대장 하구 그 색시 마미가 사는 집이야, 띠에리라는 조그만 사내애가 있는데, 앨 또 가졌다나바…』
『그게 무슨…(그는 『제기랄, 그게 어쨌다는 거야』하려던 참이다. -그러나 방금 응접실 안에 금발의 처녀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을 본 참이었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구… 그리구 저 여자는?』하고 말성거리며 물었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이야… 참 좋은 여자야. 그 여자가 우리 공동침실에서 잔단말이야.』
『난 절대로 그 여잘 「여대장」이라고 안부를테다. 그건 뭣걸단 말이야.』
마르끄는 잘라 말했다.
『그 여자 별명을 하나 짓기만 해! 마르쎌 대장, 곰방대를 피우는 키 큰 사람 말이다. 그 사람 별명은 「이빨」이다… 』
『왜?』
『그 사람을 보기만 해!』
마르끄는 유리창으로 가까이 갔다.
그 방안에서는 어른들이 몸짓을 하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몸을 돌리고,
「토오키」가 고장난 영화에서처럼 말소리를 내지않고 입술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천연색 영화 「두목들의 회의」였다. 그리고 마르끄와 그 소년은 밖의 장막이 드리운 가운데 「두명의 밀정」이라는 흑백영화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마르끄는 여대장 프랑쏘아즈 밖에는 보지 않았다. 그의 딱 벌어진 어깨, 약간 성급한 몸짓, 더 잘 들으려고 머리를 기울이는 그 모양… 그러다가 마르끄는 그 처녀 모르게 그렇게 엿보는 것이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어둠속으로 물러났다.
『들킬까바 겁나나? 무릎을 꿇기만 해!』
『「기만 해」, 「기만 해」, 「기만 해」! 야 다른 판을 좀 돌려라, 진짜!』
『그게 내 별명이야』
갈색머리가 말했다. (그리고 웃는 바람에 그의 눈이 안경 뒤에서 숫제 없어지고 말았다.)
『윗층은 「기만해」라고 부른다… 왜 그러는지 알겠지!』
『약간! 그리구 「이빨」두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겠다!』
마르쎌 대장(隊長)은 돋보기로 본 어린 소년과 같았다. 숱이 많은 머리가 하도 낮게 내려와 주름살 없는 이마를 덮었고, 생기 있는 눈길에 뺌은 붉고 팽팽하며 입술이 두껍고 턱이 옴푹 파여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웃을 때에는 「세퍼드」의 이빨 같은 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빨」…
『그리구 코가 질룩한 또 한사람은?』
『「뷔팔로」야, 멋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이러해(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할(발)음을 제대로 훗한단 할이야!』
『그럼 그 사람을 모두들 우습게 알겠구나!』
『주둥아릴 훌허(훑어) 놀거란 말이지』
마르끄가 웃으며 울었다.
『아니야, 그렇지만 우리가 네 주둥일 훌어 놀거다.』
「기만해」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마르끄는 머리칼을 뒤로 젖히고 갈색기미가 군데군데 돋아있는 그 잔잔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별난 소리 다 듣겠다!』
그는 자신을 얻기 위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구 저 사람은?』
그는 세번째 교육자를 가리켰다.
키가 무지하게 크고 마른 사람으로 카다란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투박한 손가락으로 길다란 코 위로 자주 치켜올렸다.
『로베르 대장, 새로온 사람이야.』
『별명은 없니?』
『없어』
「기만해」는 늘 젖어 있는 입술을 쑥 내밀며 대답했다.
『증말 없어!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럼 「마미」는?』
『그건 엄마란 말이야』
『짜아식, 그건 나두 알아!』
마르끄는 소리를 빽 질렀다. 그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화가 나서 그런줄 알았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 곳에 도착한 뒤로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기 되었던 것을 비로소 알게된 것이었다…)
「기만해」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마미는 좋은 여자야! 늘 좀 쓸쓸하구…』
마르끄는 아이들이 감히 「엄마」라고 부르는 그 여자를 매정하게 바라보려고 해보았다. 얼굴이 마르고, 제 시간에 산보를 시키지 않은 개의 눈 같은 큰 눈에 머리칼이 벌써 반백이 된 머리통을 이고 있는 몹시 가냘픈 여자였다. 그러나 그 여자가 얼굴을 창문 쪽으로 돌렸을 때 그 눈길은 마르끄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그 때문에 숨이 끊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어떻게 된 노릇일까? 쁘로뱅씨의 눈은 판사의 눈 같았고! 또 「마미」의 눈길은 자기 어머니의 눈길과 같으니 말이다! 물론 같은 눈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두 눈길이 한_안 사람의 것인듯 싶었다.…
순경들과 「까이드」 와 짝패들의 눈은 차겁고 텅 빈 눈들이었는데…
『그럼 내 눈은? 내 눈 속에도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가?』
마르끄는 일종의 고민을 느끼며 이렇게 생각했다. 하마터면 「기만해」에게 그것을 물어볼 뻔 했으나 알맞게 입을 다물었다.
「아아! 난 프랑쏘아즈 여대장같은 눈길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르끄는 이러헤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벼란간 갈색머리 소년쪽으로 돌아서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프랑쏘아즈 여대장을 뭐라고 부를지 넌 모르지? 난 「누나」라고 부를란다?』
『오오!』
「기만해」는 이렇게만 말하고 그의 손을 잡아 가지고는 꼭 쥐었다. 그리고 조금있다가 중얼거렸다.
『우리들이 짝패가 될까?』
유리창 저쪽에서 뷔팔로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로베르 대장에게 눈짓을 하니까 로베르 대장이 문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여덟시 반이다. 달아나자』
「기만해」는 마르끄의 손을 잡고 제3동쪽으로 끌고 갔다. 그 건물의 눈들은 모두 하늘 저쪽에서 반짝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