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역사적인 병인 순교 백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는 구원의 진리와 영생을 얻기위해 우리 선열들이 피로써 아로새긴 한국 천주교 순교사 가운데 가장 처절하고 혹독했던 병인년 대교난(1866년) 백주년을 마지했다. 병인교난은 한국 천주교 박해사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박해였다. 1866년 3월에 베로뇌 장(張) 주교와 9명의 불란서 신부들을 비롯하여 2천여명의 교우들이 무참히 학살되고 그후 계속 3년간 약8천여명이 진리를 사수하기 위해 귀중한 피를 뿌려 순교했다. 이들이 흘린 거룩한 피는 이땅에 뿌려진 복음의 씨를 싹트게 하고 꽃피게 하는 거름이 된 것이다. 그들의 피는 이 민족의 구원을 위해 이 강토에 뿌려진 크리스챤의 씨앗이 된 것이다.
갖은 고문과 악형에도 굴치않고 오로지 천주님의 영원한 사랑과 생명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이렇듯 무참히 죽어간 복자가 우리 순교 선열들!
그러나 그들의 숭고한 순교정신과 영세에 빛날 유업은 백년이 지난 오늘날 얼마만큼이나 추모되고 현양되고 있는가? 우리는 오늘날의 가톨릭의 눈부신 발전을 들어 자화자찬으로써 순교자들의 피의 댓가를 말하려는가? 우리는 이것으로 자위할 수 없다. 비록 1925년에 79위의 복자가 시복되었고 금년에 26명의 복자가 시복된다고 하여 순교자들의 후손인 우리의 자랑으로만 드러낼 수는 없다. 순교 선열들의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아깝게도 그 귀중한 빛을 잃고 있지 않는가? 우리는 순교자의 자손이라고 자부만 할 수는 없다. 이들 순교자들의 후예라면 있느 힘과 있는 정성을 다하여 그들의 고귀한 피의 댓가를 보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순교자들의 정신을 현양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왔다.
그러나 우리의 현양사업은 너무나 지엽적이고 미약했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40년만에 새로 26위 순교자의 영광스러운 시복식이 약속된 병인순교 백년제는 다가왔다. 우리 시대에 이런 영광스럽고 역사적인 성년을 맞이한 것도 천주님의 무한한 은혜가 아니겠는가? 병인순교 백년제야말로 한국 가톨릭뿐만 아니라 우리 전민족의 성스런 제전(祭典)이 되어야 하겠다. 한세기 동안 서울을 위시해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수 많은 진리의 증인들이 말 없이 뿌린 피의 부르짖음이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전 세계에 메라이치레 할 획기적인 쾌사가 이루어져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여기에 본당이니, 교구니 수도회니, 한국인, 외국인이니 하는 구별이 있을 수 없다.
한국 전 가톨릭이 하나가 되어 순교서열들의 거룩한 피의 보답이 될만한 기념물이 곳곳에 마련되어야 하리라.
순교선열들의 자랑스런 후손으로서 이 절호의 기회를 놓지지 말고 물심 양면의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하겠다.
역사적인 병인년 순교 백주년은 드디어 다가왔다. 순교자들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총궐기하여 만대에 길이길이 숭고한 그 순교정신과 유업을 만방에 선포하고 현양하자!
盧基南 大主敎(한국 主敎團 團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