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19)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⑤
발행일1966-01-30 [제504호, 8면]
로베르 대장이 나가자 쁘로뱅씨는 담배를 다시 붙여 물고 또 한동안 각자가 당황해있는 것을 틈타서 조용히 말했다.
『나는 로베르 대장에 대해서 여러분이 염려하는 질문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소 … 여러분의 침묵과 수그린 머리가 벌써 대답을 하고 있는거요!』
마미는 서글픈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건 너무 불공평해요! 로베르 대장은 애들을 사랑합니다. 그분은 애들을 위해서 좋은 직업을 버렸어요…』
뷔팔로가 말을 받았다.
『훌(물)론이지, 마미! 하지만 그 친구는 접촉이 없어요! 걸어 잡아채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거던…』
『증거를 하나 댈까? 애들은 그 사람의 별명을 짓지 못했어…』
『내 별명도 짓지 못했어요, 「이빨」!』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톡 소아붙였다.
『그래?』
쁘로뱅씨가 그 여자를 보지않고 말했다.
『그럼, 가령 내가 지난 주일에 데려온 어린 알랭 로베르는 프랑쏘아즈를 뭐라고 부르지? 「여대장」이라고 부르나?』
처녀는 얼굴을 붉히고 잠시 망설이다가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라고 물러요.』
『나는 그애가 로베르 대장은 「아빠」라고 부를 것 같은데!』
하고 프로뱅씨가 일어나서 방안을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이빨」은
『뭣이 잘못됐나?』하고 생각하고 뷔팔로는 「어훌(뿔)사!」하고 생각했다.
소년보호협회 지방소장인 쁘로뱅씨가 담배를 집어던지고 혼자서 무엇인가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할 적에 「빠리」본부에서 한 「프랑」씩 뺏아다가 지방 「센타」를 열군데나 자기 손으로 창설하고 짓고한 굳건한 사람인 그 「대장」이 이렇게 우리에 갇힌 곰처럼 왔다 갔다 할적에는….
『이거 봐요』
쁘로뱅씨는 우똑 멈춰서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자들」은 교육자들에 관한 법규를 공포하려고 한다는 거요 -라미한테서 이 말을 들었소. 그들의 생각이 옳기는 해요. 여러분도 아무 보장도 없고 진급도 없고 성공의 길도 없이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거요. 영웅적 시기는 다 지나갔단 말이요! 늙어가는 선구자, 그건 비참한거요…. 그러나 그 법규가 공포되는 바로 그 해에는 같은 조건이라면 우체국원 채용시험에 응시할까 교육자 시험을 치를까, 망설였을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거요. 중등교육의 낙오자들이 모두 쏟아져 들어올거란 말이요!
물론 대학 입학자격 고사합격증이 요구될터이니까 말이요! 그런데 천직에, 불리움은 요구되지 않을거란 말이요… 그것을 몸 안에 느끼고 있고 아이들을 위하는 사람이 되는 것- 이걸 그들은 모른단 말이요-… 뷔팔로, 자넨 대입자격증이 있나?』
『소장님도 아시다시피…』
『그러네, 알고 있네!- 담배 하나 주겠나? 고맙네… - 나는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거 아랑곳 않는단 말이야! 그런데 그 로베르 대장은 대입자격증이 있거던! … 』
그의 손은 떨려 그 낡아빠진 「라이타」를 켜지 못했다. 그는 담배와 「라이타」를 내려놓고 손을 눈에 갖다대고 가만히 있었다.
『늙어가는 선구자들…』 그렇다. 그는 갑자기 늙은 것 같이 보였다…
『소장님』
하고 「이빨」이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바보란 말이요』
쁘로뱅씨는 조금 전과는 딴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창설자들의 시기는 지났어요. 우리는 우리 사업을 성공한 그 한도로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 손에 남겨 주어야 하는거요. 그런 법이야! 「한알의 씨앗이 죽지 않으면…」(그는 한동안 말을 안하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여러분 나는 여러분을 위해서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라미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이 일을 같이한 3·4명의 「총사(總士)」를 위해 얘기하는 거요… 시기를 보아서 물러날 줄을 알아야 해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아야 무엇보다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말아야 한단말이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예요?』
프랑쏘아즈가 갑자기 물었다.
『달라진게 뭐에요?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쁘로뱅씨는 껄껄 거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잠시 동안 그가 어린 소년적에 가졌을 것이 틀림없는 그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왜냐고? 내가 바보니까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어! 그리고 또(그는 웃음으로 그쳤었다) 내가 「빠리」에서 돌아오니까 글허기도 해요… 그리고 그들이 언제나 나를 이길테니까 그런거지! 문교성에서 한나절, 범무성에서 세시간 보건성에서 또 거의 그만한 시간… 오오 그야 그들의 탓은 아니지! 그들도 일을 지독히 한단 말이야! 우리 만큼이나! -그렇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서류 위에서란 말이야, 그게 비극이란 말이야… 서류로는 모든 것이 그렇게도 잘돼나가거던!
무슨 위원회를 찌개남비나 꾸미듯이 조직한단 말이요 이것 저것의 대표, 저것의 대표… 이렇게 해가지고는 초록빛 「테불」보 둘레에서 몇시간동안 조금씩 끊게 내려버 주는거요. 위원회는 분과위원회를 임명하고, 분과위원회는 보고자를 임명하는데 이 사람은 아무도 임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곤란해 한단 말이요! … 조사다, 보고서다 결혼이다, 각의다(그동안 새 장관이 들어앉고!) 성명이다, 회장(回狀)이다, 통계표다… 서류위에서는 신이 되는거요! 그런데 불행히도 그들의 일이 다 긑낫을 적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시작된단 말이요! 당신들이나 나나 위생검사관 병원장 같은 불쌍한 사람이 몹시 피곤한 하루일을 마친저녁에 글씨를 알아볼 수 없는 서류를 받아가지고 아이들, 병자, 밤샘 「킬로미터」…로 번역해 놓을적에!
이 이야기에서는 아무도 잘못이 없어! … -아나ㅣ지, 나만은 잘못이 있지, 불평을 털어놓는 잘못 말이야!』
『불평을 늘어놓는건 잘못일지 모르지요!』
「이빨」이 「파이프」를 입에 문채로 말했다.
『하지만 세군데 다른 부처 대신에 어떤 기관 하나가 소년소녀 문제의 책임을 맡도록 하라고 요구하는 건 분명 잘못이 아닙니다.!』
『불평을 털어놓는 것도 잘못이고 무엇보다도 믿지 않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야.』 하고 소장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교육자의 규정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은 옳은 일이요. 하지만 국가에서 우리에게 구런 규정을 만들어 주고 나서는 「그런데 대관절 소년소녀보호원이 왜 사설 기업인가?」하고 이상하게 생각할거란 말이요.』
『그야 위에서 법령이 정해지고 예산이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착한 사람들이 돈과 집과 시간을 주지 않았더라면 가엾은 앧이 절대로…』
『마미의 생각은 너무 단순해요! 국가는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서는 언제나 저의(底意)가 있지 않나 하고 찾는단 말이야.』
『속에 생각이 들지 않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저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하고 프랑쏘아즈가 중얼거렸다.
『마미가 말하던 그 착한 사람들이 탐욕으로 그렇게 한건가? -아니지… 그럼, 야심으로? 그것도 아니야… 이건 걱정이 되는데! 매우 걱정스럽단 말이야! 국가는 한손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들고 또한 손에는 한직(閑職)을 쥐고서 어쩔줄을 모르고 있단 말이, 아무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국가는 허겁지겁 빨리 규정을! 감독관을! 서류, 서류들을 빨리! 이렇게 말하는거지』
『이제까지 있는 것만 해도 허넉(넉넉)한데』
『나는 할 수 있는대로 많이 걸러 내는데도 그 지경이렛, 뷔팔로! 그렇지만 그 때가 되면 나는 별로 일다운 일을 할 수 없게 될거야, 나는 반사를 시키겠네. 이건 관리들이 좋아하는 운동이지. 게대가 우리모두가 관리가 될테니…』
『어떻게 될겁니다』
「이빨」이 「파이프」를 벽란로에 탁탁쳐서 담배 찌꺼기를 털어내며 잘라 말했다.
『인구국(人口局)의 주국장(州局長)도 관리고 우리교사도 관린데, 한사람은 왕당파고 또 한사람은 공산당원입니다. 하지만 둘이 다 훌륭한 사람이고 서로 뜻이 잘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