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조직체가 생기게 된 것은 「바티깐」 공의회의 덕분이다. 처음에는 전례위원회와 교리위원회가 생겼다. 몇번 회의를 거듭하면서 성서위원회, 성직자잡지위원회 등과 더불어 용어위원회가 탄생했다. 그러나 전례위원회가 제법 활발히 움직이다가 침체 상태에 돌입하고 교리위원회도 그럭저럭 침체상태로 넘어갔다. 지금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독립위원회로서는 공용어위원회라 믿어진다. 십이단의 새번역을 필두로 미사 통상문 새 번역을 마치고 지금은 주일 미사 경본을 번역하고 있다. 그동안 비용도 제법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일반 성직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협력과 편달이 아쉬워서 앞으로 기회만 주어진다면 「가톨릭시보」를 통해서 관심을 환기시키고 편달을 받고자 하는 마음에서 공용어위원회의 활동모양을 비공식적으로 발표하려 한다. 필자가 위원중의 한사람인고로 자랑같이 읽혀질지도 모르겠으나 자랑을 해야만 두들겨 맞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차라리 자랑으로 받아들여 지기를 더욱 바라고 있다.
지난 1월 13일에 준비회의가 있었다. 마침 육순주일 독서인 바오로의 편지 한부분을 다듬어보았다. 내깐에는 제법 똑똑한체 해왔는데 선 노렌조 신부님의 원문 설명을 듣고 내 자신의 무식함을 절실히 느쎴고 지금까지의 성서변역문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지를 다시한번 깨달았다. 내 무식을 폭로하면서 나처럼 무식하였던 분들과 함께 공부해보려는 뜻으로 내가 배운 것을 소개하겠다.
지금까지는 『형제들이여, 너희는 지혜로운 자이니 기꺼이 마련한자들을 참는도다. 즉 어떤이가 너희를 노예로 삼거나 너희를 착취하거나… 너희는 참는도다. 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하노니, 우리는 이점에 있어서는 약한자와 같았도다』하였다. 이것을 해석한다면 마치 「고린토」인들을 지혜롭다고 칭찬하시려는 것이 사도 바오로의 목적같다고 해야할 것이다. 좀더 깊이 생각했다면 사도 바오로가 「고린토」인들 보고 지혜롭게 그들의 만행을 잘 찾아 받으라고 훈계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 노렌조 신부님의 설명은 꼭 반대였다. 사도 바오로가 의당 반항해야할 일에 어리석게도 죽은듯이 묵묵하던 「고린토」인들을 비꼬아 지혜로운체 했다고 놀려주신 것이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린토」인들을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했다는 전제를 두고 보면 『우리는 이 점에 있어서는 약한 자와 같았도다』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은 마치 『우리는 지혜롭지 못했었다.』는 고백으로 해석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옳은 뜻은 『우리는 노예로 삼고 탈취하고 뺨을 치던 그런 사람들의 태도를 가질 수 없었으므로 업신여김을 당한 정도로 약자처럼 보였다.』는 역시 비꼬우신 말씀이라 한다.
이런 설명을 들은 후 여러나라 번역문을 살펴보았으나 「라띤」 번역도 애매하고 다른 번역도 똑똑하지 못할 뿐더러 일본에서 요새 새로 번역된 것까지가 옛날 우리말 번역과 동일함을 발견했다. 공용어위원회는 원문을 그대로 교우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준비된 번역문은 다음과 같다.
『1형제들이여, 여러분은 슬기로운체 하면서 남들의 미련한 짓을 참고있읍니다. 남이 여러분을 종으로 삼아도 그만, 잡아먹어도 그만, 뺏아가도 그만, 얕보아도 그만이요, 여러분의 뺨을 쳐도 그저 참고있읍니다. 못났다고 생각할지는 모르나 우리는 그렇게는 못해서 약한 것처럼 보였읍니다. 미련한 말이지만 남이 무엇을 들어 우쭐대든지 나도 우쭐댈 수 있읍니다.』 계속해서라도 사도 바오로는 남들이 우쭐거리는 내용에 있어서 자신은 오리혀 더 우쭐댈 수 있겠지만 약점만을 들어 자랑하겠다고 외치신다.
이제 얼마후에 육순주일 미사경문이 「가톨릭시보」에 발표될 것이니 전의 것과 비교해 보실만한 관심을 가져주십사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서간경」 한가지를 준비하기 위하여 오후 한시반부터 여섯시반까지, 또 저녁식사후 여덟시반부터 열시반까지 회의를 강행했지만 마지막 부분은 남겨놓고 말았다. 공용어위원회는 이렇게 수고하고 있다. 이런 수고의 결정이 다시 전체회의에 회부되어 재탕을 받아야 한다. 용어위원회가 다루는 문제는 앞날에 기리 남길 수 있는 완전형의 발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도되는 소식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편달해 줄 수 있는 형제들의 협력을 아쉬워한다. 용어위원들도 모두 다 바뿐 일터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 일만을 전문으로 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으면 얼마나 다행하랴만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분이다. 우리들의 환경이 이중 삼중의 일을 해야하는 실정이라면 아무리 바빠도 용어위원회는 일을 거절할 수 없다. 그러니 모든 형제들이 함께 수고하여 내일의 기도생활, 내일의 신자교육에 필수조건인 용어 선정에 함께 이바지해야 하겠다.
또 한가지 이번 준비회의에서 애먹은 부분을 소개한다면 『누가 약하여지면 나도 약하여지지 아니하겠으며, 누가 걸려 넘어지면 나도 불어 타지 아니하겠느뇨』라는 대목이다. 무슨 내용인지 석연치 않다. 남들이 약하다면 나도 약하고 남들이 죄에 떨어지면 나도 죄에 떨어질까봐 걱정한다는 뜻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교우들을 극진히 사랑하신 사도 바오로께서 죄인들, 약한자들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들을 동정해서 마치 당신이 그런 처지에 있는 것처럼 안타까와 하신다는 뜻이라 한다. 이것을 깨닫도록 우리 말을 골라보자니 쉬운 일이 아니다. 몇시간을 끌다가 말마디를 맞춰 놓았지만 만족하지는 못하다. 전체회의에서 다시 수정하기로 하고 우선 이렇게 꾸며보았다.
『누가 허약하다면 내 어찌 허약함을 함께 느끼지 않겠으며 누가 죄에 떨어진다면 내 어찌 속태우지 않겠읍니까?』 어지간히 제 뜻을 표현한듯 하지만 만족할 수는 없다. 이런 어려운 고비가 한두번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준다면 좀더 완전해지리라. 공용어위원회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이루다 열거할 수 없다. 공용어위원회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면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새 번역이 나오면 옛것과 대조해 보는 정도의 관심만이라도 가져주기 바란다.
金南洙(부산 서면본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