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0)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⑥
발행일1966-02-06 [제505호, 4면]
『훌륭한 사람들이지 이 사람아! 그렇지만 지방국장은 예산에 꽁꽁이 묶여서 「회계」를 하느라고 몇시간씩 보낸단 말이야…
「베르노와」에 있을 적에 나는 작업장 선반(旋盤)을 살 예산을 얻었지. 나는 그 돈을 가지고 집한채를 지었어. 선반은 겨우 그 이듬해에야 왔구, 내 생각에는 손녀 스무명을 구하는 것이 1년 일찌기 선반공 「프레이스」공 한 「팀」을 양성하는 것 보다 더 급한 것 같았던거지! 그런데 이다음에도 그렇게 하러 들 것 같으면, 나는 면직이 될거란 말이야! 그저 그뿐이지!』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갑자기 머리칼을 뒤로 젖혔다. (마르끄가 하는 것과 같은 머리짓으로)
『선반이니 집이니 예산이니 하는 문제에 있어서 말예요. 만일 소장님이 부정직한 사람이었다면 무슨 보장이 있었겠어요?…』
『무슨 보장이냐구? 당신들 전부가 보장이지! 우리애들의 얼굴이 그렇구! 한번도 잠근 일이 없는 창살문! 늘 텅 비어있는 병사(病舍)! 옛날 원생(院生)들의 편지! 모두가 보장이 되는거지! 우리네 직업에서는 벌을 받지 않는 비행이란 있을 수 없단 말이요! 다만 그것은 글로 써서 하는 보증은 아니지. 현지에 와서 냄새를 맡아야 되는 거야….』
그는 커다란 몸짓으로 말을 끝맺고 담배를 다시 붙여 물고 말을 이었다.
『이봐요, 마미, 나는 첫날부터 저 로베르가 교육자가 아니라는 걸 「냄새 맡았었어」- 맞았지?』
마미는 장난하다 들킨 계집애처럼 얼굴을 숙였다. 그 여자는 다시 한번 제 관대함과 믿음의 함정에 빠지고만 것이다.
쁘로뱅씨는 좀 갈아앉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그럼 그 사람더러 그만두라고 할까?』
『소항(장)님, 그 사람을 훈련시히(키)게 몇할(달)만 여유를 후(주)십시요!』
『방학때까지만?』
『소항(장)님은 훌륭한 훈(분)이셔!』
뷔팔로가 소리를 지르는데 그의 금니가 번쩍거렸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후덥지근한 담배냄새를 버리고 나무들이 서서 잠자는 차거운 밤을 성큼성큼 건너질러 「쟈벨」액, 세수를 건성으로 한 아이들,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 달린 변소따위에서 오는 시큼털털한 냄새가 나는 그의 왕국으로 벼란간 뛰어들었다.
그 여자는 머리를 갸웃하고 눈을 감고 손가락을 편채 합장을 하고 문지방에 멈추어 섰다.
『나는 한평생 이 냄새를 맡을 것인가? 일평생을?…』
사람의 눈을 피하는 낯선 꼬마로 그에게 온 소년들이 커서는 떠나가고 그를 잊어버리고 했다. -맹목적이고 마르지 않는 오직 하나이 바다에서 차례차례로 밀려오는 파도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자꾸 흘러갔다…
소년들은 물론 그것을 몰랐다! 시간이 그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그들을 어른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여자를 가지고는 무엇을 만드는 것이었는가? -여인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것은 하나의 비극적인 착각(錯覺)이었다.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그 여자에게는 그것이 그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내 한평생을…?』
갚음이 없는 이 영속적인 희생… 방어 없는 이 보호… 결혼 없이 생긴 이 모성(母性)… -얼마동안이나 이 상태가 더 계속될 것인가?
얼마 동안이나 걸렸는가, 건물 문지방에 그렇게 멈추어 있는 것이? 자유로운 밤과 너무 밝은 그 감옥의 경계선에 멈추어선 것이?
눈을 다시 떴을 때에 프랑쏘아즈의 눈에 제일 번저 띈 것은 식당문 위에 틀에 끼워 달아놓은 「그림」이었다.
어떤 고아 어린이가 「엄마」를 그린 것인데 여대장하고 비슷하게 그리려고 애를 쓴 것이 었다. 눈이 있을 자리에는 파란 살구, 너무 튀어나오고 너무 넓은 광대뼈, 너무 맹랑한 웃음… 그 여자는 이 천진한 그림을 보고 혼자 웃었다.
『그애들은 그애들식으로 주는 것이다. 네가 받을 줄을 모르는 것이지… 기대하는 것을 받는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야!』
그 여자는 「구역질이나는」날에는 자존심이 유일한 변호이었기 때문에 또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구역질 나는」 날들이란 그 여자가 자기 직무의 외면, 단조로운 면, 내키지 않는 면만을 보는 날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여자가 아직도 그 초상화를 보고 웃고 있는데 층계 난간의 두 창살 사이로 알랭 로베르의 (아동원호원에서 지난주에 이리로 보낸 야성적인 소년) 웃음이 날 지경으로 걱정스러운 얼굴이 엿보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니, 프랑쏘아즈 여대장님! 여대장님이 어떻게 됐나 했지요.』
서로 맞앞을 정도로 찌푸린 그 눈썹, 검은 금강석 같은 그 두눈, 벙싯 벌어진 그 입술 앞에 프랑쏘아즈는 두 주먹을 허리에 갖다대고 머리를 저어 머리칼을 뒤로 젖히며 우뚝 멈추어섰다.
『아아니 알랭 로베르! 아아니 대관절 나는 너희들 종이란 말이냐?』
『천만에요…(절대로 웃는 일이 없는 그 입 언저리에 미소 같은 것이 새의 그림자 모양으로 스쳐갔다.) 어떻든 올라오는 거지요?』
『너는 또? 안올라가는 거냐?…더 빨리 못 올라가!』
소년은 너무 긴 저고리에서 겨우 나오는 두손으로 잠옷괴춤을 붙잡고 깡충깡충 앞장서서 뛰어올라갔다. 그 여자는 맨마지막 층에서 스 소년을 따라잡고는 독수리 모양으로 그의 반들거리는 골슬머리를 움켜쥐었다.
『어 얘들아! 여대장님이다!…』하는 메아리가 대답을 하고 침실이 다시 어수선해진다.
옷을 마자 벗는체 하는 아이가 있고 옷을 개켜놓는 시늉을 하는 녀석이 있고, 세수를 하는 척 하는 놈이 있고, 로베르 대장은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취하는 거짓확신하는 태도로 소위 신상문제(身上問題)를 들고 에워싸고 있는 소년들의 무리 속에서 아직도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모르는 손님들이 찾아왔을 적에 하는 것 같은 공손한 어조로 말을 하느느데 프랑쏘아즈는 그것이 비위에 거슬린다.
『다들 자기 침대로 가요, 어서 어서!』
그들은 신이나서 달아난다. 그들은 로베르 대장의 말을 들어주는 것보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이 마구 야단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재들의 마음을 끌 생각은 아예 마세요! 업신여겨요…』 하고 프랑쏘아즈는 그에게 귀뜀해준다.
『나는… 손을 못댈 지경이야! 나는…』
『좀 작게 말해요』
『약간… 어리둥절하단 말이야』
로베르 대장은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애들 물건을 좀 정리해 주려고 했는데, 제각기…』
『대장님으 질서 속에는 언제든지 재들의 무질서를 둘 자리를 좀 남겨 두세요』하고 웃으며 충고하고는
『대장님 안녕!』
『대장님 안녕!』 하고 침실 전체가 위선적으로 일제히 되뇌인다.
로베르는 거기에 속아넘어가 커다랗게 -너무 커다랗게 친밀한 손짓을 해보인다. 킥킥 웃는 소리가 들린다…
『좋아 빠울로! 넌 내일 변소 소제를 해라!』
「무적(無敵)의 빠울로, 불행의 소년」은 (그애는 제가 쓰는 편지에 이렇게 서명한다) 웃음을 꼴깍 삼키고 머리를 홋이불 속에 틀어박고는 『로베르 똥이나 먹아라!』하고 세번 외친다. 그러나 밖에서는 그저 희미하게 「로… 또…」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빠울로는 여대장에게서 벌을 받고서는 로베르 대장을 원망하는 것이다.
프랑쏘아즈는 흰 마루바닥, 흰 침대, 흰 벽으로 이루어진(빛깔이 서로 차이는 나지마는) 그의 영지(領地)를 휘이 살펴본다.
『비정상적인 것… 무엇인가, 비정상적인 것이 있어… 아! 저쪽에 있는 창문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