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1)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⑦
발행일1966-02-13 [제506호, 4면]
『마르끄야, 네가 이 창문을 닫았니?』
『응』
『네, 라고 하는거야. 그리고 창문은 모두 활짝 열어놔야 하는 거야.』
컴컴한 공간 쪽으로 가을을 향해서 돼지들 있는데로 창문을 연단 말이지? 마르끄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칼날보다도 더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렇지만 여… 여대장님…』
『무섭단 말이지?』
『내가요?』
마르끄는 창문을 홱 열어젖히고 옆 침대에서 꼼짝않고 그를 살펴보는 아이들에게 칼날같은 눈초리를 돌린다. 「기만해」라고 불리우는 윗송과 알랭 로베르다. 앞쪽에는 귀가 삐죽하게 나와 「레이다」라는 별명을 가진 녀석과 「비로드」라고 불리우는 도가나가 있다.
『무서우냐고? 말도 안되지!』
하고 녀석들만 들으라고 덧붙인다.
『네 옷가지를 침대 밑에 개켜 놔라, 마르끄야!』
여대장은 다시 명령한다. 그리고는 전등을 반은 끈다. 가운데 있는 세숫간 옆을 지나가며 아직도 두개 중에 하나꼴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수도꼭지를 기계적으로 잠근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매일 밤 이런 일과 그밖의 많은 일을 한다.
이와같이 매일의 일과는 어떤 다른 사람 대신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해야하는 이런 여러가지 몸짓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밤에는 그것을 생각한다.…
『이제 「안녕」을 나누어 주고 마침내 내 방으로 돌아가서 라디오를 작게 틀허놓고 읽다 만 끌로델을 계속하게 되는거지…』
그리고 파란종이에 쓰인 몇장의 편지를 다시 읽고.
그 여자가 저녁 순시를 시작하며 계획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러나 엄마가 없는 아이들의 가냘픈 팔들이 그 여자를 아직도 20여분은 분잡아 놓을 것이다. - 그 여자는 이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다. 제일작은 아이들에게는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어 준다.
(그런데 어떤 어린이들은 벌써 잠이 들어있다.)
큰 아이들은 귀를 만져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이들은 각기 독특한 냄새를 좀 피우고 자는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팔을 구부린 아이에, 머리를 틀어박은 아이, 입을 벌리고 자는 아이, 웅쿠리고 자는 놈에 죽은 사람처럼 다리를 쭉뻗고 자는 아이, 각기 독특한 저녁 인사와 독특한 저녁 눈길을 가지고 있다….
『여대장님 「어린 왕자」를 좀 빌려줘요… 5분동안만요, 네!』
그 여자는 쌜레스땡(「잡혀온 공」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에게
『얘 이녀석아 그 책을 매일 저녁 빌려주는데 한번도 읽지 않으면서!』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여자는 이 「부적책」을 그에게 갖다주고 그 넙적한 뺌에 「키쓰」를 해준다. 그러나 벌써 옆의 소년의 숨소리를 엿듣는다.
『넌 감기가 들었구나!』
『아디요, 여대장님 대손수건은 그대로 있어요!』
다음 두 소년은 점잖게 그림잡지를 바꾸고 있다. 팔꿈치를 괴고 엎디어서 한눈으로는 「땡땡」을 또한 눈으로는 「미키」를 보며 건성으로 「키쓰」를 받는다.
(됐어! 이 애들은 혼자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이 나쁜 시간이거든…)
하고 그 여자는 생각한다.
다음 침대에서는 까만 두팔이 그 여자에게 매달리며 꼭껴안는다.
『애 놔라, 골롬보야! 숨막힌다!』
『안영 여애앙님!』
흑인 소년 골롬보는 언청이다. 흑인 아이들에게서는 아주 보기드문 일이다!
그러나 골롬보는 모든 호운(好運)을 갖추어 가지고 있다. 그의 피부 빛깔, 언청이 모든 하숙인들과 같은 폐병장이 아버지, 모든 호운을 갖추었다.
『골롬보야 안녀! 기도를 잊지말고 드려라!』
그는 두 손을 합장한다. 속이 불그레한 까만 조갑지…
『형흥을 하혹히…』
(염려하지 말라, 성모 마리아는 썩 잘 알아들이실 것이다!)
『네 보물상자에 뭘 챙기는거냐, 미셀?… 어머니 편지지, 맞았지?』
『네.』
『넌 엄마를 좋아하니, 미셀?』
『그러문요!』
그러나 환하던 얼굴이 다시 굳어지고 벼란간 검은 그림자가 비끼며 폭풍우가 일어난다.
『아니냐요, 아주 미워해요!』
『입 닥쳐! 우선 네 엄마는 주일날 널 보러 오실거고…』
『안와요!』
짭짤한 눈물이 한방울 그의 고양이 눈 같은 작은 눈꼬리에서 반짝인다.
『이애 엄마는 안올거야, 맞았어!』하고 프랑쏘아즈는 생각한다. 그리고 미셀은 마지막 방문객이 떠날때까지 길모퉁이를 살펴보며 「떼르느래」의 창살문에 매달려 있을 것이다. 미셀은 어머니가 재혼하는 것을 용납지 않았고 새로 난 얘기를 끓는 물에 담그거나 물에 빠치거나 창문으로 던질번 했다. 그래서 미셀을 떼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오실거다. 미셀, 안녕…』
그 옆에 있는 소년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도문책을 큰 소리로 읽고 있다. 프랑쏘아즈는 그에게 「키쓰」를 해준다. 다음 아이는 곰을 품에 안고 있다. 그 여자는 둘다 입을 맞추어 준다! 이 소년은 제 물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어떤 진열장에서 그 곰을 훔쳤다. 그리고 그 아이를 치워버릴 궁리만을 하고 있던 그의 부모는… 그러나 라미 판사는 그 곰을 그대로 가지라고 했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어떤 침대의 담요를 다독거려 주고, 드러난 팔을 홋이불 속으로 집어넣어 주고, 옷을 개켜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올라프」라고 부르는 (그 여자는 이 별명이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했다) 비쩍 마른 생쥐같은 아이는 마구 헝클어진 침대에서 신문 한장을 머리 위에 접어 얹어놓고 잿빛이 도는 때묻은 손으로는 얼룩이 진 홋이불을 잔뜩 움켜쥐고 벌써 자고 있다. 침대 밑에는 서로 짝이 맞지않는 털옷 한무더기와 구멍이 크게 뚫어진 반바지, 그리고 돌처럼 굳어진 양말 세짝이 흩어져 있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올라프는 열살짜리 부랑아이다.
그 옆에는 「비로드」(상고머리로 깎은 머리털이 하도 부드럽기 때문에) 라고 불리는 도가나가 어떤 패짝의 누이에게 대해서 먼발치로 느끼는 사랑이야기를 너무 커다란 그 목소리로-]
『아이고, 좀 작게 말해라!』-
말하려고 여대장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주일날 그 망할 자식이 그를 오렛드에게 소개시켜 주려하지 않았다.
『오렛드 이쁘지요, 네 여대장님?』
『그래, 그래, 하지만 그렇게 큰소릴 내지 말라니까!…』
그렇지만, 그는 일주일치 제몫의 「쵸콜렛」을 보두 그 망할 자식에게(그의 장래 처남!) 주었었다. 오는 주일날을 여대장이 직접 어떻게 해줄 수 없을까?…
『할 수는 있지 …두고 보자 …잠이나 자거라, 그럼 그 여자 꿈을 꿀거다!』
프랑쏘아즈는 따뜻한 「비로드」같은 그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그옆의 아이에게로 간다.
「레이다」는 베개위에 귀를 널직하게 벌려놓고 잠이 들락말락 했다. 그래도 군대식 경례 시늉을 내고 늘 갈라져 있는 입술로는
『프랑쏘아즈 여대장님 안녕, 안녕히 즈무세요!』
하고 끝까지 말할 기운도 아직 있다. 왜냐하면 「레이다」라는 별명을 가진 띠메옹은 여대장이 맡은 소년들중에서 가장 양심적인 아이기 때문이다. 처녀는 그의 딱딱한 뺨에 「키쓰」를 해준다. 잠을 자도 괜찮다고 생각한 그는 이내 잠이든다.
빨강머리 「기만해」는 자는체 한다…
『넌 그 「츄잉검」을 뱉아라! 내가 너한테 속을줄 알고!… 자 어서!』
죽은깨가 돋은 흰 손이 코끼리의 코모양으로 느리게 늘 촉촉한 입술 사이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찾아내 가지고는 침대의 흰 기둥에다 살짝 붙여 놓는다. 내일 「기만해」는 딱딱거릴 「검」을 다시 찾아낼 것이다…
잠이 든 알랭 로베르는 갈색머리털만이 밖에 나와 있다. 마치 눈이 덮인 벌판에 있는 전나무숲과도 같다.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손가락으로 그를 슬쩍 건들여 보고 몸을 숙이고 뺨을 갖다댄다.
이제는 침대 위에 꼿꼿이 앉아있는 마르끄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