祖國(조국) 언제나 나의 祖國(조국) - 南美行(남미행) 가톨릭移民國(이민국) 航海記(항해기) ⑤
政治(정치)가 亡(망)쳐놓은 일그러진 人間相(인간상)의 蘇聯人(소련인)뜰
個性(개성) · 意慾(의욕) · 感情喪失(감정상실)에 은폐 · 疑心(의심) · 침울하고
優雅(우아)한 韓服(한복)에 모두 魅惑(매혹) 感歎(감탄)
발행일1966-02-20 [제507호, 4면]
【11월 24일】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상가(商街) 거리마다 주렁 주렁 매달린 빨래줄.
마른듯하나 지성적인 인상을 주는 사람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엷은 화장을 한 백화점 점원. 오후 1시 다시 「찌짜랭카」 호는 대양으로 나선다. 고층건물 아래 거미처럼 붙어 물위에 떠있는 「장크」선들이 눈에 띈다.
다시금 검은 잠자리 날개 같은 돛을 단 중공 어선이 보인다. 아쉬웠던 점은 한복은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여행에 불편함으로 모두 큰 짐 속에 꾸려넣은 것 같다. 두어명 소녀가 색동 갑사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나섰는데 보는이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복의 우아하고 부드러움은 날렵하고 단순한 선의 중국옷과 좋은대조가 된다. 다음에 오시는 분은 고운 한복을 꼭 한벌씩 준비해 왔으면 한다. 다음 기항지는 「싱가폴」, 눈부신 태양아래 바다가 춤을 춘다. 잔잔히 조심스럽게 은색으로 빛나며.
【11월 25일】 조난 대비 구조선 타기 모임 연습이 있었다. 거기에 잇달은 자기반 조직 및 반장 알기, 그리고 인원파악이 있었다. 파도가 있어서 「오렌지」색 구명대를 띤 어른들이 흰 「타올」을 머리에 쓴채 이리 밀리고 저리 몰리고 하는 것 같았다.
흰 「타올」을 쓰는 것은 비행기에서 잘 보이라고 한 것인데 배가 조난을 당하면 곧 바다로 뛰어나려 구명 「보오트」를 타는데 어린이 부녀자 수영못하는 사람의 순서로 타라고 한다. 한 배에는 20명씩 타게되어있다. 갑판은 국제외교장이다. 각국 사람이 서로 사귀려고 한다. 여기 저기 즐거운 대화가 꽃을 피운다. 어린이들은 특히 귀여움을 받는다. 아가도 국제 아가가 된다.
중국사람도 안아주고 일본사람도 안아주고 미국인, 그리스인, 화란인, 영국인… 모두 아가를 통해 더욱 접근해 가게된다. 그러나 소련사람만은 다른다. 「홍콩」에서 한 30여명의 소련사람은 브라질로 망명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음침하고 폐쇄적인지 모르겠다. 표정의 변화가 도무지 없다.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 감추려는 태도,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예쁘다고 하면 슬그머니 피해간다. 조그만 사내아이 하나가 우리애들 노는 것을 물끄러미 본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걸면 쓱 고개를 돌린다. 긜고 다시 본다. 또 말을 걸면 하늘을 쳐다본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우-지붕 밑으로 소리를 지르며 피해간다. 그러나 이 아이는 비를 맞으며 그 자리에 턱 다리를 뻗고 손은 뒷짐을 집고 앉아있다.
부동자세다.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철학적이라고 할만큼 어린애가 늙어보인다. 넓은 바지에 「코삭크」인처럼 저고리 위로 허리를 졸라 매었다. 옷조차 우울하다. 치마는 길게 치렁거리고 바지는 치마통 같이 넓다.
남자는 수염을 기르고 여자는 울긋불긋한 수건을 삼각형으로 접어 뒤로 잡아맸다. 여자 아이들은 옛날 한국 처녀처럼 댕기를 들여 머리를 땋았다.
이런모습 모두가 음울하다. 누구와도 이야기 하려 하지않는다. 자기네들끼리 간혹 몇마디 주고 받을뿐, 정치가, 사회체제가 사람을 이렇도록 무섭게 변화시킨 것일까. 가엽은 생각이 든다. 표정과 감정을 잃은듯한 그들이 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층 「홀」에서 영화가 있었다.
『살인자』 퍽 재미있게 보았다. 어린애가 상영도중 「스크린」으로 다가가 조그마한 손으로 슬슬 만져보아 장내는 온통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