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잃은 개] (22) 「춥다, 얘야 옷 입어라」⑧
발행일1966-02-20 [제507호, 4면]
『마르끄, 안녕! 고단하겠구나…』
『아니요』
『어, 너는 신발을 저밑에 벗어놓지 않고 왔구나! 갖다 놔라, 마르끄야, 층계 밑에 있는 작은 방이다…』
『싫어요』
『마르끄!』
『안갈래요.』
『안가구 견디나 보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노려본다. 누가 먼저 눈을 내리 뜨나 보자… 그런데 마르끄가 먼저 눈을 내리떴다. 그의 콧날개에는 대번에 땀이 송알송알 뒤덮인다.
『가겠어요. 그렇제만…』
『그렇지만 뭐란 말이냐, 마르끄야?』
『두구 봐요!』
그는 여대장을 미워한다. 그리고 자기가 여대장을 미워하는 것이 밉다… 그가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채 구두를 손에 들고 자리 옷바람으로 공동침실을 건너질러가는 동안 침실에 있는 아이들 전부가 그를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한다.
『내일 모두 한대씩 먹여대야지!』
그가 도로 올라오지 않고 있으므로 프랑쏘아즈는 약이 올라서 내일 아침까지는 다시 보지 않으려고 했던 그 층계를 내려간다. 헛간 모퉁이에 마르끄는 두 손을 등뒤로 돌리고 흙투성이 구두 스무켤레 가운데 서 있다.
『뭘 기달고 있는거야?』
머리짓을 두번 하는 것으로 성이 잔뜩 난 눈매를 가리던 금발을 쓸어 넘긴다.
『난 밤새 여기 있을래요』
『그럼 잘 수 없지 않아?』
『물론이지요!』
『좋아!』
프랑쏘아즈는 잠시후에 조용히 말한다.
『좋아! 난 다시 올라갈테다. 그렇지만 나도 잠은 안잘테다』
『왜요?』
『내가 맡은 아이가 추운데서 자지 않고 그대로 있는데 나는 따뜻한데서 자고싶지 않으니까!』
마르끄는 어깨를 들썩하고 딴데를 보는체 한다. 그러나 짝짝이 신발 몇켤레를 짝을 맞추어 놓고 헛간을 들여다보고 등을 돌리고, 나가서 문을 닫는 여대장을 그 금발의 「커틴」뒤에서 조심스런 눈으로 지켜본다.
이제는 밤이다. 밤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고, 공동침실은 그의 영지(領地)이다. 무방비의 소년 스무명이 그의 요술의 제물이 된다. 소년들은 꿈을 꾼다. 발레의 출연자 중에는 어린왕자, 땡땡, 미키, 곰, 짝패의 누이 여대장이 낀다. 그러나 또 다른 인물들이 모든 창문을 통해서 몰려 들어온다. 주정뱅이 계모, 순경, 대폿집 주인, 누나들의 애인들, 형들의 정부들, 잿빛 얼굴을 한 거리의 동무들- 고함소리, 술병, 얻어맞는 주먹 따위 한떼가 침입한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참을성있게 이 무리들을 쫓아낸다. 그런데 이 무리들은 더 참을성 있게 매일 밤을 기다렸다가는 흰 공동침실에 그 흉칙한 장치를 차려 놓는다. 왜 골롬보가 자면서 우는지, 미셀이 왜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는지, 레이다가 왜 숨을 헐떡이며 돌아눕는지, 「기만해」가 왜 오랫동안 신음을 하는지, 알랭로베르가 왜 잠꼬대를 하고, 「불패」의 빠울로가 돼 도로 「불행의 소년」이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만일 그들을 벼란간 깨운다면 그들은 갑자기 웃든지 울음을 터뜨릴 것이고, 그대의 목을 쓸어안든가 그대를 때릴 것이다-. 어떻게 할는지를 알 수가 없다. 어떤 때 프랑쏘아즈 여대장은 자기전에 마지막으로 한바퀴를 휘이 도는데 그 여자는 알지 못할 그 작은 얼굴들이 무섭다.
그들에게 그 알 수없는 얼굴, 나이를 모를 그 얼굴을 가지게 하는 것이 괴로움 때문인지 악의 때문인지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메르느레」의 다른 두 건물, 불란서의 모든 아동보호소의 모든 건물에서도 이 시간에 이와 꼭 같은 보이지 않는 광경이 벌어진다. 즉 수천명의 소년이 매일밤 그들의 환영, 그들의 원수인 어른들의 제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수만명의 다른 소년들은 이 시간에 거리로, 곡마단으로 대폿집으로 손은 텅빈 「포켓」에 집어넣고 쏘다니는 것이다. 그들은 술을 마시고, 도둑질을 하고, 엿보고 도망치고, 남자들과 여자들가 거짓 친구들 사이에서 몸을 팔고 하여 모든 면에서 그들의 부모를 닮아간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들로서 볼때에 세상은 이미 어마어마한 공장, 큰 대폿집, 엄청나게 넓은 빈터, 즉 영원한 겨울밤이다- 어디를 가나 모두 똑같고 가는 날 오는 날이 모두 닮았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바로 이날밤 「까리에로」와 또 다른 곳에서는 소년들이 그들의 「바락크」에서 토론을 벌이고 있다.
그들 중에는 아무도 정말 집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룹」은 집이 있다. 바로 이 밤에 쁘로뱅씨는 이리 저리 거닐고, 라미씨는 서류를 읽느라고 피로한 눈을 쉬게하려고 잠시 안경을 벗는다. 이 세상의 모든 쁘로뱅씨들과 모든 라미씨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이 밤을 새우고 있다. 그리고 프라쏘아즈 여대장도. 그 여자는 책을 덮고, 라디오르 ㄹ끄고, 편지들을 챙겼다.
그 여자는 기도조차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금발의 어린 소년 하나가 헛간에 서서…
지금은 기운이 다 빠진 가을이 벌써 겨울에 손을 내미는 바로 그 밤시간이다. 그 여자는 자기 방에서 나와 마르끄의 침대쪽으로 가서 그의 옷을 집어든다. 그 여자가 발소리를 죽여가며 층계로 가는 동안 얼굴이 헬쓱한 여러 소년이 몸을 일으킨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 여자는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을 도로 누인다. 그 여자는 침대에서 벗어나 빙그레 웃고 있는 (『아마 노렛드, 꿈을 꾸나보다…』) 몽유병자(夢遊病者) 「비로드」를 살그머니 도로 데려다 준다.
올라프는 침대 속에서 그 여자를 지켜본다.
그는 방금 잠이 깼는데 홋이불이 또 펑젖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춥고 부끄럽고 부서워서 떤다.
다른 아이들 여대장 의무실에서 주사 맞을 일 따위… 그는 더러워진 자리에 개처럼 동그랗게 웅쿠리고 눕는다. 그는 다시 잠들 생각은 없다. 버림받고 매맞고 모욕당하는 아이의 꿈을 다시 꿀 생각은 없는 것이다.
프랑쏘아즈는 층계를 내려가 문을 연다. 자존심의 조상(조像), 마르끄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춥다, 얘야 옷 입어라!』
『아니?』
마르끄는 쉰 목소리로 말한다.
『참말이야요? 여대장님도 자지않아요?』
『그렇다니까!』
마르끄는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헛간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층계를 마구 뒤흔들어 젖히고는 그 속으로 숨어들어가 홋이불 밑에 머리를 파묻는다. 그는 베개를 물고 참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드디어 그는 흐느껴운다.
여대장이 그에게 와서 언약의 표시로 귀를 만졌을 적에는 금발 한무더기가 보일 뿐이고 눈물에 잠긴 적속에서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올라왔다.
『내가 졌어요… 내가 졌어요, 여대장님!… 내가 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