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봉재시기를 맞이하여 여러분위에 천주님의 풍성한 성총과 강복이 내리기를 기원하며, 지난 공의회 회기동안 공의회의 성공과 본주교를 위하여 희생과 기구를 바쳐주심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는 바입니다.
■ 봉재시기
우리가 언제나 항상 우리 주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며, 죄를 피하고 선을 행하기에 힘쓰지 않는바는 아니지마는 예수의 고난과 부활축일을 앞두고 40일동안은 예수의 고난을 깊이 묵상함으로 인간에 대한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을 깨닫고 이 사랑을 보답하기 위하여 사랑의 장애물이 되는 모든 죄악과 불의를 물리치고 통회 보속함으로 신앙생활을 쇄신합니다. 다시말하면 우리가 성세를 받음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체의 지체가 되고 견진성사를 받음으로 성신의 권능에 의하여 보강된 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신자다운 신자가 되기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이 점에 있어 교우들 중에는 그 권리와 의무이 일부분만을 이행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것으로 착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분도 적지않음은 유감된 일이며 이 봉재동안 깊이 각성해야 할 중대한 문제입니다.
지난 4년동안 열렸던 공의회에서 결정되고 반포된 헌장과 율령과 선언문 등도 역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요, 금년에 특별성년이 반포된 것도 여기에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 신앙생활의 쇄신
우리의 신앙생활의 본질은 외적 행동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나와 그리스도와의 밀접한 결합화 일치에 있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육체에 있어 각 지체가 혈관과 신경을 통하여 머리에 밀접히 결합되고 머리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움직일 때만이 성한 지체로 완전한 지체라고 할 수 있음과 같은 것입니다. 참된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자라면 신심행사뿐 아니라 속사(俗事)에 있어 행사는 모든 행동까지도 신앙에서 움직일 것입니다. 바오로 종도께서 『나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게서 나 안에 살으신다.』고 하셨읍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모든 행동의 주동자는 그리스도가 되셔야 하고 우리는 그의 도구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예수께서 내마음 전부를 차지하게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많은 이에게 망각되고 있으니 그것은 평신도사도직에 관한 문제입니다.
■ 평신도사도직
예수께서는 대사제로서 자신이 제관이 되시고 제물이 되시어 만민을 천주성부께 일치시킬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시고 임금이 되시어 이 왕국을 널리 폄으로써 천주성부께 영광을 드리고 모든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교회를 세우신 것이요,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교회의 모든 활동을 사도직이라고 합니다. 많은 교우들이 사도직 하면 성직자들만이 가진 권리와 의무로 생각하고 있읍니다마는 사목직을 맡은 성직자들은 그들대로의 활동분야가 있는 것이므로 교회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는 신자와 신자, 신심단체와 다른단체 또는 신자와 사목자 사이에 완전한 일치가 있어야 합니다.
한 몸에 있어서 발가락 하나만이 움직이지 않아도 온 몸이불완전한 것이 됩니다.
신자 하나 하나가 다 똑같은 활동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타고난 재능, 자기가 처해있는 지위, 환경 또는 성신으로부터 받은 은총에 따라 활동할 분야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입니다. 자기______ 이웃에 자기 직장에, 사회에, 국가에 혹은 국제적 기구에 활동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입니다. 평신도 사도직이 활동할 대상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읍니다. 인구의 계속적인 증가, 과학과 기술의 부단한 발전, 인간 상호의 긴밀한 관계, 사회악의 만연 이모든 것은 평신도들의 사도적 활동의 필요와 범위를 한없이 크게 만들어 주고 있읍니다.
이러한 현세의 질서를 쇄신하고 완성하는 길은 복음의 정신을 만민에게 전하는 것이요, 이것을 위하여는 평신도들 각자나 단체원들이 저들 속에 침투하여 각기 지혜와 학식의 능력에 따라 저들을 인도하여 그리스도의 품안에로 돌아오게 하는 길 뿐입니다. 평신도사도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도 개인 개인의 노력의 힘보다는 단체의 힘이 더 큰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너희가 내 이름으로 둘이나 셋이 모인 자리에는 나 거기 있겠노라』고 하셨읍니다. 이 말씀에 따라 교회안에는 각 방면에 신심단체가 조직되어 있읍니다.
JOC, 레지오 마리에 등이 그 예입니다. 평신도 사도직에 있어서 다만 개인으로 활동하는 외에 자기 처지에 맞는 단체에 가입하여 힘있게 활동할 것을 또한 교회는 요구하고 있읍니다.
■ 특별성년
교회의 쇄신과 신앙생활의 쇄신을 목적으로 1962년부터 열렸던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4년만에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어 여러 헌장과 율령과 선언문을 반포하고, 지난 12월 8일에 그 막을 내렸읍니다. 그러나 헌장이나 율령이 앞으로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다면, 그것은 효과없는 빈 문서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종 바오로 6세께서는 공의회 동안에 내려주신 은총에 대하여 천주께 감사하며, 앞으로 공의회의 모든 계획이 완전히 실천되도록 제2의 성신강림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뜻에서 특별성년을 반포하셨읍니다.
이 기회에 냉담자는 회개하고, 착한 교우는 더욱 열심하여져, 그리스도와 밀접히 결합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요, 우리 교우들이 성년행사에 많이 참여하기를 간곡히 권하는 바입니다.
▲성년기간 - 1966년 1월 1일부터 1966년 5월 29일까지
▲행사 - 각 본당신부는 이 기간동안 공의회의 정신과 목적에 대한 강론을 제번 이상 할 것
▲전대사 얻는 조건 고해 영성체 한자로서
①공의회에 관한 강론이나 설명을 세차례 들을 때마다 한번 ②다소 성대하게 지내는 주교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한번 ③교구내 어느 성당이거나 참배하고 종도신경이나 니체노신경을 외워 성세허원을 재신할때마다 한번
■ 순교 100주년
금년은 한국순교사상 제일 혹독하고 대규모였던 병인년 박해가 있은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해에 주교 한분과 신부 9위와 만명에 가까운 신자들이 천주께 대한 사랑을 증거하기 위하여 받은 모진 형벌과 저들이 보여준 영웅적 희생심과 용기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우리와 같인 민족으로서 한번 천주를 알고 그 사랑을 깨달은 다음 천주를 위하여 재물도 명예도 심지어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바쳤읍니다. 그들의 순교정신을 거울삼아 우리의 연약한 신앙을 다시 굳세게 하고 천주게 대한 사랑을 다시 뜨겁게 하고 저들의 영웅적인 순교정신을 현양하는 사업에 적극 협력해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1966년 2월
천주교 수원교구장 주교 윤 빅도리노
水原敎區長 尹恭熙 主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