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관한 철학은 과거에도 많이 제시돼왔다. 그러나 과학·기술문명의 어마어마한 전환이 이뤄지면서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이 등장하는 등 과거의 인간 이해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생명의 조건을 이해하고 밝히는 현대 생명과학은 생명을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생명과학은 생명의 존재론적 특성, 바로 왜 생명이 존재하는가는 해명할 수 없다. 신 교수는 여기에 “생물적 생명을 넘어 우리의 생명을 삶으로 드높이는 철학적 성찰성을 드러내는 사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 교수가 책에서 탐구하는 ‘생명철학’은 생명에 대한 어떤 사변적 이론 체계가 아니다. 신 교수는 “생명철학은 생명과 삶으로 드높여져야 한다”면서 “살아 있음의 철학, 살아감의 철학, 생명의 철학적 사유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신 교수가 말하는 생명철학은 이를 위한 사유 행위는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실천철학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또한 인간만을 바라보는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생명체의 특성을 근본적으로 사유해나간다.
신 교수는 먼저 생명과학과 생명학이 무엇인지 살피고 철학적 인간학을 통한 생명 이해를 설명한다. 나아가 생명철학의 원리를 바라보면서 동양과 서양이 생명에 관해 어떻게 사유해왔는지, 노자와 니체, 하이데거에 이르는 생명철학을 바라본다.
또 생명담론의 현재를 짚으면서 한국의 생명학과 한스 요나스의 생명철학, 생명정치철학 등 생명철학의 갈래를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지닌 탈근대 생명철학적 특성을 분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생태위기를 극복할 접근법과 행동 방식을 거론하며 실천적 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인간의 실존적·영성적인 영역까지 통합적으로 고찰하는 「찬미받으소서」를 살펴보면서 탈근대 철학이 지향하는 새로운 사유와 같은 맥락에서 생명철학적 특성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석학적 존재론으로 생명철학의 형이상학적 특성을 밝히면서 생명철학이 그 형이상학적 토대 위에서 생명윤리학과 실천철학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